‘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보다 엄정하게 수사하고 우리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라 살인마의 편이었습니다.”

여고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이 양의 어머니가 “국민을 보호해줘야 할 경찰이 뒤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가해자가 경찰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축소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양의 어머니는 8일 오전 광주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기본적인 사항도 지키지 않는 자들이 감히 경찰을 사칭하느냐”며 “과연 경찰이라는 직분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찰의 책무를 통째로 망각한 직무유기이자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자식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는데 왜 제 딸이 죽어야 했는지 그 진실마저 가해자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이유로 증거가 인멸되고 왜곡됐다”며 “만약 채원이가 본인들의 딸이었다면 이렇게 수사했겠나. 우리 채원이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었다”고 호소했다.

형법상 친족 특례 규정 개정도 촉구했다. 그는 “가해자의 아버지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법질서를 지켜야 할 현직 경찰 공무원이었다”며 “경찰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사건의 진실을 훼손하고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보다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경찰에게까지 친족 특례가 적용돼 책임을 피할 수 있다면 국민은 법 앞의 정의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채원이 사건을 계기로 친족 특례 제도를 반드시 전면 재검토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일이 있었다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장윤기는 지난 5월5일 광산구 한 고교 앞에서 귀가하던 이 양을 차량으로 납치하려다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제지하던 남학생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장윤기를 검거한 뒤 차량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결박용으로 의심되는 케이블 타이 다발을 실물로 압수하지 않고 차량을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반환한 사실이 드러나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지검은 전날 장윤기의 아버지 자택을 압수수색해 포장이 뜯기지 않은 상태의 케이블 타이를 확보했다. 검찰은 해당 케이블 타이를 피해자를 결박하기 위한 도구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 정황 증거로 보고 확보 경위와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임정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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