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연(오른쪽부터) 홈플러스 대표와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MBK파트너스-메리츠 경영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조주연(오른쪽부터) 홈플러스 대표와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MBK파트너스-메리츠 경영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청산 위기에 몰리면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9일 국회에서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주요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경영진을 불러 긴급 간담회를 열고,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추가 운영자금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간담회는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뒤 MBK와 메리츠 경영진이 공식적으로 처음 한자리에 마주 앉은 자리다. 홈플러스가 항고기한인 오는 20일까지 추가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회생절차 재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파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홈플러스와 관련된 약한 자들이 모두 벼랑 끝에 서 있다”며 “해법을 찾지 못하면 협력업체, 입점업체, 1만3000여 명의 노동자와 가족, 지역 상권까지 합쳐 10만 명의 삶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특히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긴급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인 해결이 아니더라도 당장 불을 끄기 위한 1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홈플러스를 통해 얻은 수익과 향후 잃게 될 사회적 신뢰를 고려하면 MBK와 메리츠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홈플러스 회생의 핵심 쟁점은 긴급운영자금(DIP) 금융 확보 여부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전체적으로 약 3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과 일부 DIP 금융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1000억 원 안팎의 추가 자금이 부족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간담회에 참석한 MBK와 메리츠 측은 모두 해법 마련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홈플러스로 인해 많은 분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을지로위원회에서 자리를 마련해준 만큼 말씀을 잘 듣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도 “이 자리에서 실질적인 해법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도 사과했다. 조 대표는 “오랫동안 회생 기간을 거치고 많은 분들께 어려움을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저희 회사에는 1만 명 넘는 직원과 협력사 직원 등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 위원님들이 그들을 잊지 말고 계속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의 개입은 단순한 중재를 넘어 MBK 책임론까지 건드리고 있다. 앞서,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MBK의 인수·합병 방식을 공개 비판한 바 있고, 국회 정무위원회도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 위한 청문회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 사태를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가 아니라 차입매수와 사모펀드식 단기 수익 경영의 부작용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국민연금 손실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보통주 등에 6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홈플러스 경영 악화와 회생절차 진행 속에서 해당 투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국민 노후자금 손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 1월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 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RCPS의 공정가치 평가액을 0원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홈플러스 RCPS의 공정가치가 약 9000억 원으로 평가됐지만, 실제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전액 손실 처리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MBK 제재 절차도 여전히 부담이다.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 투자 과정에서 RCPS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출자자 이익 보호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MBK에 대해 직무 일부정지 등 중징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 결과에 따라 MBK의 기관투자자 대상 펀드레이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MBK는 RCPS 조건 변경이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보전을 위한 합리적 운용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MBK는 “상환 여부를 결정할 주체를 홈플러스로 변경하면 홈플러스의 부채가 줄어들어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와 상환권 조건이 변경된 RCPS는 법적으로 별개이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의 조건은 아무런 변경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오는 20일 항고기한 전까지 MBK와 메리츠금융이 추가 자금 지원을 포함한 실질적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느냐다. 양측이 책임 공방을 이어갈 경우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MBK는 홈플러스 투자 실패를 넘어 정치권, 금융당국, 국민연금, 여론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임대환 기자
임대환

임대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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