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출범시킨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가 선정한 사건의 검찰 수사권 남용 의혹을 조사하는 진상조사단이 상고심이 진행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재판기록 열람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이 불허했다. 진상조사단의 재판기록 확보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운영지침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진상조사단이 제출한 김 전 부원장 사건의 소송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전날(8일) 불허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2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 ‘기록 열람·등사 협조 요청서’를 제출하며 상고심 재판기록 제공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불허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법률상 근거가 없는 제3자에게 열람 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라는 입장이다.
검찰미래위는 김 전 부원장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7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진상조사단 내부 운영지침에는 미래위가 선정한 사건을 조사할 때 필요하면 수사기록과 공판기록 등을 수집·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에 김 전 부원장 사건의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결정이 보편타당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상조사단 자체는 정당성이 없는, 법치주의에 반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기구로 내부 운영지침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진상조사단의 운영지침만으로는 재판기록을 확보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민아 서울고검 검사는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과 변호인, 피해자 등의 열람권만 규정하고 있을 뿐 사건 당사자가 아닌 진상조사단이 재판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며 “현재로는 법무부 장관 지시에 따른 대검 지침만으로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진상조사단이 자료 등을 확보하는 데도 적지 않은 제약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상조사단이 검찰 공판부 등에 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법원을 통해 우회 확보하려는 것 자체가 내부에서 나오는 논란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김대영 기자, 노민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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