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끝났다(Over)” 선언 이후 무엇이 시작됐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트럼프의 “끝났다(Over)” 이후 무엇이 시작됐는가
2026년 7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는 “끝났다(Over)”고 선언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협상 종료나 군사작전의 종결을 알리는 발언처럼 들렸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최고지도자의 공개 선언은 언제나 하나의 전략적 메시지이자, 향후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신호이다.
그 선언 직전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상선 세 척이 공격을 받았고, 트럼프는 군사표적에 대한 대규모 정밀타격을 승인했고, 이란도 이에 대한 보복공격을 했다. 이란은 이를 MOU 위반이라고 반발했고, 트럼프는 오히려 이란이 협상을 먼저 무너뜨렸다고 맞섰다. 협상은 완전히 종료되지 않았지만, MOU 이후 유지돼 오던 전략적 균형은 분명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이번 위기의 본질은 MOU의 존속 여부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관리하는 데에 전략적 초점을 둬 왔다. 그러나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평화를 관리하는 방식만으로는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은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 이후 나타난 미국과 이란의 공방을 단순한 군사적 충돌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국제질서가 새로운 관리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필자가 제시한 ‘전략적 평화관리(Strategic Peace Management)’가 어떻게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로 확장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왜 종전 양해각서(MOU)는 기능적 붕괴에 들어갔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Ⅰ. 왜 MOU는 기능적 붕괴에 들어갔는가
2026년 7월 7일부터 9일까지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일대에서는 종전 MOU 체제를 흔드는 군사적 공방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발단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던 상선 3척에 대한 공격이었다. 트럼프는 이를 종전 MOU 위반이자 국제 해상교통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이란 남부 해안과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군사표적에 대한 대규모 정밀타격을 승인했다.
미 중부사령부 발표와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승인한 공격은 80개 이상의 이란 군사표적을 대상으로 했다. 공격 대상에는 이란의 방공체계, 지휘통제시설, 해안 레이더, 대함미사일 시설, 미사일·드론 저장시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상전력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주요 타격 지역으로는 반다르아바스, 코나락, 차바하르 등 이란 남부 해안 도시와 호르무즈 해협 인근 군사시설이 언급됐다.
이에 맞서 이란은 미국의 공습을 명백한 MOU 위반이자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하고, 바레인과 쿠웨이트 내 미군 관련 군사시설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보복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군사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했으며, 일부 보도는 바레인 내 미 해군 제5함대 관련 시설과 쿠웨이트의 미군 공군기지를 공격 대상으로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타격 성공 여부는 독립적으로 완전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후 트럼프는 이란의 보복공격을 추가 도발로 규정하고, 추가 공습과 해상봉쇄, 경제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그러나 동시에 협상채널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이란 역시 미국이 먼저 합의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하면서도 MOU의 공식 폐기까지 선언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정치적으로 매우 이례적이었다. 상선 공격, 대규모 정밀타격, 미군기지 보복공격, 추가 공습 경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했지만 협상은 계속됐다. 양측은 서로 합의 위반을 주장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MOU의 공식 폐기를 선언하지 않았다. 과거라면 이러한 상황은 협상의 실패나 종전 합의의 붕괴로 해석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조금 다르다. 실제로 흔들리고 있는 것은 MOU라는 문서 자체가 아니라, 그 문서가 수행해 오던 기능이다. MOU는 여전히 존재하고 외교채널도 유지되고 있지만,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고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기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필자는 이처럼 합의는 존속하지만 그 기능이 현실에서 점차 효력을 상실하는 현상을 ‘기능적 붕괴(Function Collapse)’라고 정의한다. 이는 합의가 법적으로 종료됐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관리체계가 더 이상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준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호르무즈에서 나타난 최근의 공방은 바로 이러한 ‘기능적 붕괴’의 첫 번째 실증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질문은 MOU가 살아 있는가, 죽었는가가 아니다. ‘기능적 붕괴’ 이후 국제질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그 변화의 출발점이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이었다.
전략적 디커플링이 전략적 리커플링으로 진화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은 왜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으로 진화하는가
이번 호르무즈 위기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은 군사행동 자체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정치적 선언과 군사행동의 관계가 다시 결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앞선 칼럼에서 국제정치가 정치적 수사와 실제 군사행동이 서로 분리돼 작동하는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도자들은 강경한 발언을 반복하면서도 실제 군사행동은 제한했고, 시장과 국제사회 역시 이러한 구조를 학습하면서 정치적 수사만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와 이란은 오랫동안 이러한 방식을 활용해 왔다. 트럼프는 강경한 경고를 반복하면서도 즉각적인 전면 군사행동은 자제했고, 이란 역시 호르무즈 봉쇄와 보복을 경고하면서도 전면전은 회피했다. 말과 행동은 의도적으로 분리됐고, 이 분리는 양측 모두에게 협상 공간을 제공하는 전략적 장치로 기능했다.
그러나 7월 7일부터 9일까지의 호르무즈 공방은 이러한 구조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상선 공격 이후 트럼프는 이란 남부 해안과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군사표적에 대한 대규모 정밀타격을 승인했고,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 관련 시설에 대한 미사일·드론 보복공격으로 대응했다. 이어 트럼프는 추가 공습과 해상봉쇄, 경제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정치적 선언과 군사행동이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결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은 단순한 정치적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존 MOU 체제가 더 이상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리는 전략적 종료신호였다. 필자는 이러한 최고지도자의 전략적 종료 선언을 ‘전략적 종료신호(STS·Strategic Termination Signal)’라고 정의한다. STS는 특정 합의나 기존 관리체계가 더 이상 질서 유지의 기준으로 기능하지 못할 때, 새로운 전략적 질서로 전환을 알리는 정치·전략적 신호를 의미한다.
STS가 발동되면 정치적 선언과 국가행동은 다시 하나의 전략으로 결합한다. 필자는 이러한 과정을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이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히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뜻이 아니다. 정치적 결단, 군사행동, 경제제재, 외교적 압박이 하나의 통합된 전략체계로 재결합해 국제질서를 다시 구성하기 시작하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은 끝을 알린 말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관리 체계의 시작을 알린 신호였다. 이후 나타난 정밀타격, 보복공격, 추가 공습 경고, 봉쇄 가능성, 협상 유지라는 일련의 흐름은 모두 전략적 리커플링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호르무즈 위기는 전략적 디커플링의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정치적 선언과 국가행동이 다시 결합하는 전략적 리커플링 시대로 전환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AFIB는 왜 CAFIB로 진화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AFIB는 왜 CAFIB로 진화하는가
전략적 종료신호(STS)가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선언하고,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이 정치적 선언과 국가행동을 다시 결합시켰다면, 다음 질문은 하나이다. 새로운 질서는 실제로 어떠한 방식으로 집행되는가.
필자는 기존 연구에서 ‘현장 집행전략(AFIB·Active Force in Being)’을 이미 전개된 군사력이 최고통수권자의 전략적 결심과 동시에 국제질서를 즉시 집행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한 바 있다. 이번 중동전쟁 초기에도 트럼프는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을 전개한 상태에서 필요할 때 즉각 군사행동을 승인함으로써 AFIB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7월 7일부터 9일까지 전개된 호르무즈 공방은 기존 AFIB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양상을 보여줬다. 트럼프는 상선 공격 직후 이란 남부 해안과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군사표적에 대한 대규모 정밀타격을 승인했다. 이어 이란이 걸프 지역 미군 관련 시설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하자 추가 공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고, 해상봉쇄와 경제제재 강화도 동시에 추진했다. 반면 협상채널은 계속 유지했다.
이 일련의 대응은 단일 군사작전이 아니었다. 군사력과 경제제재, 해상통제, 외교협상이 하나의 전략 아래 연속적으로 운용되면서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새로운 질서 집행방식을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이라고 정의한다. CAFIB는 이미 전개된 군사력이 단발적인 군사행동에 머무르지 않고 군사작전과 경제제재, 해상통제, 외교적 압박과 협상을 연속적으로 결합해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AFIB가 ‘즉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했다면, CAFIB는 ‘필요한 기간 동안 다양한 국가수단을 지속적으로 운용하며 국제질서를 관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AFIB가 순간적인 질서집행이었다면, CAFIB는 연속적인 질서관리 체계로 발전한 것이다.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이러한 변화를 처음으로 실증했다. 트럼프의 대응은 공습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밀타격 이후에도 보복에 대한 재보복을 준비하고,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며, 해상통제와 외교협상을 병행했다. 각각의 수단은 독립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결국 CAFIB는 군사작전의 연속성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군사력과 외교, 경제, 해양안보를 포함한 국가역량 전체를 지속적으로 운용해 국제질서를 관리하는 새로운 전략적 집행체계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 이후 시작된 것은 단순한 군사행동의 연속이 아니라, CAFIB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전략적 질서집행 방식의 출현이었다.
이란의 TIB는 왜 협상력을 잃기 시작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TIB는 왜 협상력을 잃기 시작하는가
호르무즈 위기는 트럼프의 전략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다. 이란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위협 유지전략(TIB·Threat in Being)’ 역시 새로운 전략환경 속에서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TIB를 상대를 직접 군사적으로 격파하는 전략이 아니라, 언제든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상대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하는 전략으로 설명해 왔다. 실제 공격보다 잠재적 위협의 지속성이 더 큰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TIB의 핵심이었다.
지난 수년 동안 이란은 이러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미사일 전력, 드론 공격, 대리세력의 활동은 실제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국제 에너지시장과 해상교통, 그리고 미국과 동맹국의 전략적 판단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협 자체가 중요한 협상자산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호르무즈 공방은 이러한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상선 공격 이후 트럼프는 대규모 정밀타격을 승인했고,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공격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복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억제하기보다 추가 공습과 경제제재, 해상통제 강화의 명분을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전략적 TIB 과잉확장(SOT·Strategic Overextension of TIB)’이라고 정의한다. SOT란 위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거나 반복적으로 확대할수록 상대방의 질서집행을 정당화하고,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역설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위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CAFIB와 같은 연속적 질서집행 체계가 등장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반복되는 위협은 상대방의 행동을 제약하기보다 오히려 더욱 강력한 대응을 정당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이러한 변화를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란의 보복공격은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의지를 과시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트럼프가 추가 공습과 경제제재, 해상통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명분을 제공했다. 위협은 더 이상 협상력을 확대하는 자산이 아니라, 질서집행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TIB는 여전히 유효한 억제전략이지만, CAFIB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전략환경에서는 과거와 같은 협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SOT가 보여주는 새로운 전략환경의 특징이며, ‘전략적 평화관리’에서 ‘전략적 질서관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변화이다.
전략적 평화관리는 왜 전략적 질서관리로 발전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전략적 평화관리는 왜 전략적 질서관리로 발전하는가
이번 호르무즈 위기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군사행동의 확대가 아니다. 더욱 본질적인 변화는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전략 자체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냉전 이후 국제사회는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국제안보의 궁극적인 목표로 인식해 왔다. 휴전협정과 평화협정, 종전선언, 그리고 다양한 국제협상은 모두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를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평화관리(Strategic Peace Management)’의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안보 환경은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제한전쟁은 일상화하고, 회색지대 분쟁과 사이버공격, 드론전, 경제제재와 해상통제가 동시에 전개되면서 전쟁과 평화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평화를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호르무즈 공방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종전 MOU는 유지되었지만 기능은 약화됐고(Function Collapse),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은 기존 관리체계의 종료를 알리는 ‘전략적 종료신호(STS)’로 작동했다. 이어 정치적 선언과 국가행동은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을 통해 다시 결합됐고, CAFIB는 군사력과 외교, 경제, 해양안보를 연속적으로 운용하며 국제질서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반면 이란의 TIB는 반복될수록 오히려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과잉확장(SOT)’의 한계를 드러냈다.
필자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전략적 질서관리(SOM·Strategic Order Management)’라는 새로운 전략 패러다임으로 정의한다. SOM은 평화를 하나의 최종 상태로 보는 개념이 아니다. 다양한 국가수단을 지속적으로 통합·운용해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전략체계이다. 다시 말해 전략적 평화관리의 목표가 갈등의 억제였다면, 전략적 질서관리의 목표는 질서의 지속적 유지와 관리에 있다.
SOM은 하나의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전략 개념들을 통합하는 상위 이론이다. ‘기능적 붕괴(Function Collapse)라’는 기존 질서관리체계의 한계를 설명하고, STS는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알리며,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은 정치와 국가행동을 다시 결합한다. CAFIB는 그 질서를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실행 메커니즘이며, SOT는 기존 위협 유지전략이 새로운 질서관리 체계에서 직면하는 구조적 한계를 설명한다. SOM은 이러한 모든 전략적 변화를 하나의 이론체계로 통합한다.
결국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 이후 시작된 것은 하나의 협상이 끝났다는 사실이 아니다. 국제질서를 관리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국제정치의 핵심은 평화를 선언하는 능력이 아니라, 군사력과 외교, 경제, 기술, 해양안보를 통합적으로 운용해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호르무즈는 이러한 전략적 전환이 처음으로 현실에서 검증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끝난 것은 MOU가 아니라 평화를 관리하던 방식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끝난 것은 MOU가 아니라 평화를 관리하던 방식이었다
2026년 7월 호르무즈에서 벌어진 일련의 공방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었다. 상선 공격과 대규모 정밀타격,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공격, 추가 공습과 제재 경고, 그리고 협상의 지속은 하나의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더 이상 하나의 협정이나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은 하나의 MOU가 끝났음을 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존의 전략적 평화관리 체계만으로는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전략적 신호였다.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이러한 변화를 처음으로 실증했다. 기능적 붕괴(Function Collapse)는 기존 질서관리체계의 한계를 보여주었고, 전략적 종료신호(STS)는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알렸다. 정치적 선언과 국가행동은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을 통해 다시 결합했으며, CAFIB는 군사력과 외교, 경제를 연속적으로 운용하는 새로운 질서집행 방식을 보여줬다. 반대로 TIB는 반복될수록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과잉확장(SOT)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지역에만 적용되는 현상이 아니다. 앞으로 국제정치는 전쟁을 끝내는 능력보다 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국가전략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평화는 더 이상 도달해야 할 종착점이 아니라,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 이후 시작된 것은 하나의 협상이 끝난 시대가 아니라, 전략적 평화관리(Strategic Peace Management)를 넘어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로 국제전략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새로운 시대였다.
역사는 트럼프의 ‘끝났다(Over)’ 선언을 하나의 종전 선언이 아니라, 전략적 질서관리 시대의 개막을 알린 역사적 신호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