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큰 파문

다양한 사용처 경영진이 결정

투자 성격의 성과급 땐 순효과

 

노조나 정치권 압박 땐 정반대

노사 파트너십에도 도움 안 돼

삼전·닉스 다른 길의 귀추 주목

최근 경쟁사의 성과급에 자극받은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도 초과이윤 공유, 사회연대임금 등을 언급하며 가세했고, 심지어 협력업체 근로자들도 지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대다수 국민은 상대적 박탈감도 컸지만, 기업이 이윤을 어떻게 사용해야 옳은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났다.

원칙적으로 이윤은 주주의 몫이고, 주주의 위임을 받은 경영진이 사용처를 정해 주주의 승인을 받게 돼 있다. 배당도 가능하지만, 기술 개발과 설비 확충에 투자할 수도 있고,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채용에 지출할 수도 있다. 물론 기존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도 있다. 선택지는 여럿이지만, 기업은 대개 배당이나 성과급보다는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둔다. 기업의 장기 성장과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투자가 선택 아닌 필수일 뿐 아니라, 기업의 성과가 좋아야 일자리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시장원리상으로는 이런 투자와 채용이 사회 전체에 성장과 공정한 분배를 가져온다. 기업이 설비를 확충해 생산과 채용을 늘리면, 해당 설비업체와 협력(하청)업체의 매출이 늘어나고, 이 업체들이 이윤을 투자와 채용에 쓰면, 또다시 그 아래 단계의 설비·협력 업체의 매출이 늘어나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이처럼 한 기업의 이윤이 단계별 투자와 채용으로 이어지면, 경제 전반의 성장이 촉진되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현재 세대의 고용이 늘고 임금이 올라간다. 비록 소수의 대기업에 큰 이윤이 집중된 경우라도, 이런 연쇄반응을 통하면 경제 전체가 고르게 성장하고 일자리와 임금도 고르게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이윤이 투자 대신 성과급 등 근로자 몫으로 돌아가면, 그만큼 투자를 통한 연쇄반응 효과도 사라지므로 아래 단계의 성장과 임금이 모두 위축된다. 대기업 근로자의 몫이 커지는 만큼 협력업체와 다른 근로자들에게 고르게 돌아갈 몫은 줄어드는 것이다. 이처럼 성과급보다는 투자가 양극화 해소에 더 도움이 되므로 사회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투자가 우선이다.

다만, 인건비 차원을 넘어 투자의 성격을 띠는 성과급은 순(純·net)효과를 가질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높은 보상으로 근로자의 애사심과 사기를 북돋우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러 전제가 달린 주장이긴 하지만, 실제로 한국 기업들도 상당액의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고, 근로자들도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관행은 노사 화합이 성과를 낳고, 성과가 화합을 더 다지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 잡았으며, 노사가 서로를 동반자로 존중하는 상생 파트너십의 밑거름이 됐다.

이런 투자 성격의 성과급은 다른 투자와 효과를 저울질해 기업이 적정 액수를 정해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애컬로프 교수가 강조하듯이, 근로자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선의의 선물로 성과급이 지급될 때 그 순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의 요구와 정치권에 떠밀려 마지못해 지급하는 성과급은 기업의 관점에서 단순 비용에 불과하고, 노조에도 투쟁의 전리품일 뿐이다. 노사 어느 쪽에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파트너십이 자라나길 기대하긴 어렵다.

SK하이닉스의 선제적인 성과급 결정은, 후발 주자임에도 고난도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고수하며 버텨온 성과를 고생한 근로자들과 나누며 다시 한 번 화합과 도약을 다짐하는 의미의 투자로 남을 것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폭등한 영업이익에 지분을 요구하고, 파업을 빌미로 정치권을 끌어들여 얻어낸 삼성의 성과급에도 과연 그런 의미가 있을까? 잘한 것은 없어도 경쟁사보다는 더 받아야겠다는 주장, 동료는 못 받아도 나는 받아야겠다는 모습에서 동반자·존중·상생 같은 단어는 보기 어렵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경제 전체로 파급됐을 이익을 그들만의 성과급으로 가져간 것이다. 이렇게 상반된 노사 문화를 지닌 두 대표적 반도체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올라탄 격동의 글로벌 경쟁 시대를 각자 어떤 모습으로 헤쳐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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