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재정·행정·정치 등 여러 측면에서 뒷걸음친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와중에, 출범 열흘도 되지 않은 민선 9기 지방의회에서 나타나는 온갖 일탈은 더욱 충격적이다. 지방의회 의장 등 감투를 놓고 탈당·야합이 횡행하고 있다. 다수당의 일방적 운영으로 보이콧과 개원 연기 등 파행도 곳곳에서 빚어진다. 중앙당에서 자당 소속 지방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거론할 지경에 도달했다.
경북 포항시의회에서는 국민의힘(23석) 소속 김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9석)과 무소속(1석) 의원의 몰표를 받아 같은 당의 다른 후보를 5표 차이로 이겨 의장이 됐다. 하지만 소수당인 민주당이 5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3개를 차지하면서 양측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야가 9석으로 동수인 서울 양천구의회에서도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당 소속 의원 8명이 기권했는데도 민주당 몰표로 의장이 되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그런 야합 사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한다. 민주당 4석, 국민의힘 3석인 경기 동두천시의회에선 민주당 시의원이, 경기도당에서 다른 의원을 의장 후보로 밀기로 하자 탈당해 국민의힘 지지로 의장에 당선됐다. 여야 7석 동수인 인천 연수구의회에서도 민주당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이 되면서, 국민의힘이 의장과 부의장을 차지했는데, 해당 의원이 자리 약속을 받고 탈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의도 정치의 문제점도 심각하지만, 지방의회 행태는 부패와 비리 등 심각한 타락 양상까지 보인다. 기초의회 의장은 판공비와 관용차, 예산과 인사권 등 권한이 막강하고, 차기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후보로 ‘체급’을 올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뒷거래 유혹도 커진다. 그나마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썩는다. 범법 혐의가 의심되면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지역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 등의 감시를 강화할 방안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