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등 8300만명 1일1끼 제공

시행 초부터 식중독·부패 논란

국가 예산의 8.7% 차지하기도

 

美·이란전쟁에 유가 상승 겹쳐

올해 들어 국가 증시 32% 급락

주요 도시 반정부 시위 이어져

지난달 18일 인도네시아 여성연합(API) 활동가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연료 가격 인상과 정부의 ‘무상 급식’ 정책에 항의하며 냄비·주방도구를 두드리고 있다. 시위대는 연료와 생필품 가격 인하, 정부의 방만한 예산 지출 중단을 요구하며 프라보워 정부를 규탄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인도네시아 여성연합(API) 활동가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연료 가격 인상과 정부의 ‘무상 급식’ 정책에 항의하며 냄비·주방도구를 두드리고 있다. 시위대는 연료와 생필품 가격 인하, 정부의 방만한 예산 지출 중단을 요구하며 프라보워 정부를 규탄했다. EPA 연합뉴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추진한 무상급식 정책이 재정 불안을 촉발하며 인도네시아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야심 차게 추진한 복지 확대 정책이 시행 초부터 부패 논란에 휘말린 데다 미국·이란 전쟁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증시 급락, 통화 가치 하락 등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와 재계 간 갈등까지 겹치며 투자심리는 더욱 쪼그라들고 있는 상태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자카르타 종합지수(JCI) 종가는 5873.37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약 32% 급락했다.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 환율도 달러당 1만8000루피아(약 1510원)를 돌파하면서 올해에만 8%가량 하락하며 1998년 외환위기를 넘어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지만 물가와 환율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과 국채를 동시에 매도하며 ‘셀인도네시아’에 나선 것이다.

프라보워 정부의 무상급식 정책은 이러한 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24년 10월 집권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학생과 영유아, 임산부 등 최대 8300만 명에게 하루 한 끼를 제공하는 ‘무상 영양 급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어린이 영양 개선과 교육 성과 향상을 통한 장기 성장 기반 구축이 목표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재정 부담이 커졌다. 정부는 결국 지난 5월 무상급식 예산을 335조 루피아에서 268조 루피아로 축소하고 방학 기간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삭감된 무상급식 예산 역시 전체 국가 예산의 약 7.0%를 차지해 인프라와 보건 예산을 웃돌 정도로 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 1월 급식 집단 식중독 사고로 1만6109명이 피해를 입은 데다 지난달에는 국가영양청장까지 급식 예산 비리로 체포됐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보조금 부담이 늘자 재정 불안은 더욱 커졌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핵심 원칙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 3% 이내’ 룰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장 불안은 더욱 커졌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인도네시아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BBB 스테이블(안정적)’에서 ‘BBB 네거티브(부정적)’로 조정하며 재정 악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프라보워 정부와 재계 간 갈등은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요 재벌 총수들을 불러 부의 재분배를 압박하는 등 기업의 투자 확대를 요구해왔다. 그러자 일부 대기업들은 신규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자금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5%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외국인 투자자 이탈, 환율 상승, 금융시장 불안 등 경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상급식 예산 삭감, 연료 가격 인상 등 대응에 나섰지만 효과는 나지 않고 있다.

여론도 돌아섰다. 수도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는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국가가 파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구호를 내걸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만한 재정과 기업 환경 악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신흥국가 경제는 외부 충격에 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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