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내역·모처 CCTV 등 증거 토대로 구속영장…다음 주 검찰 송치 예정
병원은 아직 압수수색 안 해…진료 의사 조사 뒤 지시 관계 확인 방침
중앙당 개입 현재까지 확인 안 돼…여론조사 의혹은 반부패수사대 수사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피습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통화 내역과 CCTV 등 객관적 증거로 공모 관계를 입증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이끌어냈다. 경찰은 자작극 사건은 다음 주 검찰에 송치하고, 부친 병원 의혹과 의료법 위반, 금전 대가, 추가 공범 여부는 별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경 “유례없는 선거 자작극”…통화 내역·모처 CCTV로 공모 입증
부산 금정경찰서와 부산경찰청은 9일 백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유례없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경찰은 “불구속 처리되면 다음 선거에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담당 검사와 수차례 만나고 전화와 서류를 주고받으며 법리와 증거관계를 보강했다”며 “공정선거를 해치는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는 데 검찰과 경찰이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금정경찰서 측은 “현재까지 확보한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공모 관계는 현재까지 알려진 통화 사실도 있지만 그 외에도 종합적으로 확보한 수사 내용이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사항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초기 정 전 후보 측이 윤모 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했지만 정치테러 배후세력을 확인하기 위해 윤 씨의 통신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통화 내역을 확인했고, 범행 현장 외에도 두 사람이 모처에서 만나 공모한 정황이 담긴 CCTV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통상 테러 사건이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통화한 기록이 나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통화 시점과 장소, CCTV 분석 내용을 종합하면 일관된 공모 관계가 나온다. 하나의 증거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증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이중·삼중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통화 사실 외에도 여러 증거를 종합해 판단한 것”이라며 “영장을 신청할 정도의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 전 후보와 공범 윤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포렌식을 진행하고 통화 내역도 확인했다. 또 정 전 후보 자택과 정당 사무실, 공범 관련 장소 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반면 정 전 후보 부친과 관련된 병원은 아직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선거 어렵다” 하소연에 “도와주겠다”…가족 트레이너 10년, 녹차 라떼도 전날 준비
윤 씨는 통화 내역을 제시받은 뒤 공모를 시인했고, 정 전 후보도 5월 중순 조사에서 대체로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은 범행 목적을 “선거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윤 씨는 정 전 후보 가족의 헬스 트레이너로 약 10년간 운동을 지도해 온 인물로, 경찰은 “회원 관계인 것은 맞지만 친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도와주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금전적 대가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다.
자작극에 사용된 음료는 전날 미리 준비한 녹차 라떼였으며, 음료를 던지는 방식도 두 사람의 대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최초 제안자와 정확한 공모 시점은 추가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자작극을 안 사람은 정 전 후보와 윤 씨 2명뿐으로 보고 있다. 캠프 미디어 담당자는 평소처럼 후보 일정을 촬영했을 뿐 공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고, 사전 연습이나 촬영 지시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 입건된 피의자는 정 전 후보와 윤 씨 등 2명뿐이라고 밝혔다. 정 전 후보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가, 윤 씨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공직선거법상 선거자유방해·상해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병원은 아직 압수수색 안 해…진료 의사부터 조사, 윗선 개입 확인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자작극 사건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찰은 자작극 사건 이후 제기된 고발 사건도 각각 나눠 수사 중이다. 폭행 연출 의혹과 의료법 위반 의혹은 금정경찰서가, 여론조사방법 위반 의혹은 부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담당하고 있다.
금정경찰서는 현재 허위 진단서 작성 등 의료법 위반 관련 고발 사건을 별도로 수사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에서는 병원 측이 고발 대상이며 정 전 후보는 아직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다.
금정서 관계자는 “현재는 병원 측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단계”라며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입건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발인 주장처럼 서로 공모했거나 허위 진단서 작성 등에 정 전 후보가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추가 입건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정 전 후보가 가까운 병원이 아닌 약 12㎞ 떨어진 부친 관련 병원으로 이동한 경위도 계속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정 전 후보가 처음에는 병원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선거사무소로 이동하던 중 병원으로 가자고 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병원 측 공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료법 위반 여부와 윗선 지시·개입 가능성은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병원은 아직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병원 수사는 진료 의사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우선 진료를 담당한 의사와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혐의점이 확인돼야 다음 단계로 수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후보 부친과 관련된 병원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병원장이나 윗선을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며 “진료 의사와 진단서 발급 의사에 대한 수사에서 혐의가 확인되고 지시 관계나 개입 정황이 드러나야 병원 관계자나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부친이 병원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병원 대표로 알고 있지는 않는다”며 “막연히 윗선부터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수사해 의료법 위반 여부와 지시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수사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 송치 예정…중앙당·금전 대가·추가 공범은 계속 수사
개혁신당 중앙당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경찰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현재까지 당 차원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최초 신고 이후 정 전 후보 측이 신고를 취소하려 한 시도와 관련해서는 “지난 4월 30일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의 탄원서가 제출된 것 외에는 다른 시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지법 엄지아 영장전담 판사는 정 전 후보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범 윤 씨는 심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씨는 사건 초기 긴급체포 당시 신청했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이력이 있어 이번에는 심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았다. 당시 법원은 긴급성 부족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작극 사건은 다음 주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의료법 위반과 병원 관련 의혹, 금전 대가와 추가 공범 여부, 여론조사방법 위반 의혹 등 별도 고발 사건은 각각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됐으니 남은 부분을 정리하고 검찰과 협의를 거쳐 다음 주쯤 송치할 예정”이라면서도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는 추가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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