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영국 런던 지하철 일부 노선의 객실 온도가 40도에 육박했지만, 기술적 문제와 예산 부족으로 냉방 열차 도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승객 불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폭염 당시 환경단체 그린피스 의뢰로 실시된 열화상 조사에서 피카딜리선 열차 바닥 온도가 40도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런던 지하철에서 냉방 장치를 갖춘 열차는 약 190대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도입된 차량도 2017년 6월 투입분이며, 모두 디스트릭트선·서클선 등 저심도 노선에서만 운행 중이다. 2022년 개통한 엘리자베스선도 냉방 열차를 운행하지만 런던 지하철 노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전체 노선의 약 60%를 차지하는 고심도 노선이다. 1890년대 런던의 점토 지반을 터널 굴착기로 뚫어 건설된 이들 노선은 터널과 열차 사이 공간이 매우 좁아 냉방 장치를 달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출퇴근 시간대 수백 대의 열차가 오가며 발생하는 이른바 ‘피스톤 효과’로 터널 주변 토양에 열이 축적돼 냉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973년부터 운행 중인 피카딜리선에는 올해 말부터 신형 냉방 열차가 순차 투입될 예정이다. 고심도 노선에 냉방 열차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지멘스가 제작한 신형 열차는 소형화된 냉방 장치를 객차 하부에 설치하고, 바퀴 수를 줄여 확보한 공간에 냉방 설비를 배치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시험 운행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잇따르면서 당초 지난해 12월이던 운행 개시 시점은 올해 12월로 1년 미뤄졌다.
런던교통공사(TfL)는 1972년 도입된 베이컬루선과 1992년부터 운행 중인 센트럴선, 워털루 앤드 시티선에도 냉방 열차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아직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피카딜리선에 신형 열차가 들어와도 전체 노선 교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도입된 노던선·주빌리선 차량은 교체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2009~2011년 도입된 빅토리아선 차량도 앞으로 수십 년간 운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냉방 설비 확충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런던 교통 이용자 단체는 “피카딜리선 냉방 열차는 하루라도 빨리 도입돼야 한다”며 “런던 대중교통 전반에 냉방 설비와 냉각 시스템에 대한 추가 투자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기관사 노조 아슬레프의 핀 브레넌 조직담당자는 과거 정부의 투자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기후변화 시대에는 높아지는 기온에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중교통 투자가 런던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닉 덴트 런던교통공사 고객운영 책임자는 “더 극심하고 잦아지는 폭염 속에서도 교통 서비스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새 열차에는 발생 열을 줄이는 에너지 효율 기술을 적용하는 등 네트워크 개선에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올해 영국의 폭염으로 학교와 병원, 교통망 전반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폭염 등 극한기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