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상승 출발해 장중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4월 2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상승 출발해 장중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4월 2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한국 증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의 기억이 금융시장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증시를 조명하며 높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로 선진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한국이 AI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증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외환시장 개방에 대한 정책 당국의 경계심이 여전히 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편입이 번번이 무산되는 배경에는 1997년 외환위기의 ‘집단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원화 가치 급락과 외환보유액 고갈, IMF 구제금융 사태는 정책 결정에 장기적인 영향을 남겼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트라우마는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한국은 거래시간 연장과 외국인 투자자 옴니버스 계좌 허용 등 점진적 개방 조치를 취해왔지만, 역외 원화 거래는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도입된 24시간 원화 거래 역시 국내 결제에 한정된 제한적 방식이다. 황세운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여전히 ‘IMF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역외 원화 거래 확대에 신중하다”고 지적했다.

FT는 한국 증시가 시가총액 약 4조4000억달러로 독일과 프랑스를 앞서는 세계 8위 규모이며, 경제 규모 또한 세계 10위권에 속함에도 MSCI 선진시장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은 경제력이 아닌 제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은 FTSE 러셀과 S&P 다우존스에서는 이미 선진시장으로 분류되지만, MSCI는 역외 외환시장 부재와 공매도 결제 제도 등을 이유로 승격을 보류하고 있다. 나무 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문제는 성과가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이라며 정책 일관성 부족에 따른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

다만 FT는 MSCI 승격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짚었다. 한국은 현재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약 24% 비중을 차지하지만, 선진시장 편입 시 비중이 3%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일부 중소형주에서는 자금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CLSA의 심종민 애널리스트는 배당세·상속세 개편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김선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