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잇달아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자, 글로벌 채권 시장이 수용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은 최근 AI 인프라 투자금 조달을 위해 250억 달러(약 37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섰다. 하지만 청약 수요는 1.6배에 그쳤다. 아마존이 지난 3월 37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청약 경쟁률이 약 3.4배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개월 만에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건당 회사채 발행 규모는 ‘기본 250억 달러’ 수준으로 비대해졌다. 올해 들어서만 250억 달러를 넘는 회사채 발행이 일곱 번째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 6년간의 발행 횟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블룸버그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것은 회사채 시장의 피로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AI 기업 스페이스X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스페이스X가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최종 주문액은 730억 달러에 그쳤다. 심지어 이 채권은 유통시장 상장 이후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는데, 이는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채권을 대량 매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아마존·알파벳·엔비디아·메타플랫폼·오라클·스페이스X는 올해 회사채 발행으로 총 1820억달러(약 274조원)를 조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0억달러와 비교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올해 채권 발행 규모는 미국 전체 채권 발행량의 15%에 달하며, 올해 공급량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채권 발행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투자등급 채권 책임자 댄 미드는 “시장이 이 정도의 메가톤급 거래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입증했다는 의미”라며 “발행 기업 입장에서는 잦은 조달 대신 한 번에 대규모로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조달 리스크를 낮추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우량 채권을 좋은 조건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다. 빅테크 채권은 유통시장에서 현금화가 쉬운 데다, 투자자 유인을 위해 기존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프리미엄)를 얹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새 채권은 기존 채권보다 금리가 0.12~0.22%포인트 높았다. 이는 올해 시장 평균 금리 프리미엄 0.04%포인트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 이런 발행기업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높아 전체 우량등급 회사채 시장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이종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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