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박윤슬 기자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박윤슬 기자

매장 곳곳에 ‘전 품목 50% 할인’, ‘1+1’ 팻말이 내걸리면서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홈플러스 점포마다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섰다가 카트를 가득 채웠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계산대와 매대를 지키는 직원들의 표정은 할인 행사 분위기와 달랐다. 회생절차 폐지 이후 파산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현장에는 ‘마지막 정리’라는 불안감이 짙게 깔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 2000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가 항고 기한 안에 자금을 확보해 즉시항고에 나서면 회생절차가 재개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 등 추가 자금 투입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법원 결정 이후 홈플러스 매장 현장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경기 안성과 경남 함안 물류센터 운영이 중단되면서 각 점포에 대한 물품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물건을 넣고 싶어도 물류 경로가 막혔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소·폐기물 처리 등 외부 용역업체들도 발길을 끊기 시작했고, 일부 점포에서는 전기요금 문제로 단전 가능성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직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에는 직영 직원 1만 명 이상이 일하고 있고, 입점업체와 외주 인력, 협력사, 납품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파장의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노동자와 가족, 협력업체, 지역 상권까지 최대 10만 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협력업체의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그동안 강제집행과 가압류, 경매 등을 막아주던 포괄적 금지명령의 보호 효과도 흔들린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회생 신청 이후 납품업체 4000여 곳이 받지 못한 상품대금은 4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절차 안에서는 공익채권으로 우선 변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파산 절차로 넘어가면 변제 순위와 회수 가능성은 다시 불확실해진다.

금융권도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 임차점포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를 점검하고, 개별 금융회사가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주단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임차점포는 홈플러스가 직접 돈을 빌린 구조가 아니라, 임대인이나 부동산펀드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홈플러스가 임차료를 내는 구조다.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임차료 지급 차질이 임대인과 금융회사로 번질 수 있다.

악화하고 있는 홈플러스에 대한 책임론은 MBK와 홈플러스 경영에 관여했던 인사들에게 향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인수 과정부터 깊게 관여한 인물로 거론되는 김광일 MBK 부회장의 경우 홈플러스 외에 다른 기업들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냈고, 지난해에는 공동대표로 경영 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김광일(오른쪽) MBK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일(오른쪽) MBK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김 부회장의 공동대표 취임 이후 1년여 만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결국 회생절차 폐지 결정됐다는 점이다. 김병주 MBK 회장과 함께 홈플러스 경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김 부회장이 MBK가 관여하고 있는 다른 기업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네파와 롯데카드, 고려아연 등 MBK와 관련된 여러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했거나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에서 대규모 고용·협력업체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다른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도 관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특히 고려아연의 경우 국가 핵심 소재와 공급망 이슈가 걸려 있는 장치산업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 민감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식 단기 수익 중심 경영이 제조업과 국가 기간산업에 적용될 경우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유통기업 한 곳의 실패가 아니다. 매장에서는 ‘눈물의 땡처리’가 진행되고, 협력업체는 대금 회수를 걱정하며, 금융권은 손실 전이를 막기 위한 방어선을 치고 있다”며 “그러나 홈플러스를 인수하고 경영에 관여했던 책임자들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환 기자
임대환

임대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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