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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동산이 매매 대금으로 변환된 것에 불과”

처음 유언장 적힌 비율대로 매매대금을 나눠야

부모가 자녀들에게 특정 비율로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뒤 해당 부동산을 생전에 처분했더라도, 이를 곧바로 유언 철회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숨진 A 씨의 자녀 B 씨가 형제들을 상대로 제기한 유언효력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특정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하겠다는 유언 이후 해당 재산이 처분됐더라도, 처분 대금 등에 유언의 효력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인정된다면 쉽게 유언 철회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매매대금은 그 부동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만 변경된 것에 불과한 대상 재산”이라며 “망인의 의사는 상속인들의 상속 비율을 법정상속분(각 4분의 1)과 다르게 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이미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A 씨 역시 향후 부동산 매각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봤다.

아울러 말기 암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A 씨가 계약 체결 후 불과 19일 만에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하면 매매대금을 유언과 다른 방식으로 분배하려는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결국 망인의 매도 행위는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언증서 작성 당시에도 부동산 매도를 전제로 그 대금을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배분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016년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자녀 4명에게 서로 다른 비율로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유언장에는 B 씨에게 35%,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각각 11%, 19%, 35%의 비율로 재산을 나누도록 적혀 있었다.

이후 해당 부지가 지역주택조합 사업 부지에 포함되면서 A 씨는 2019년 3월 조합 측과 8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말기 암 투병 중이던 A 씨는 계약 체결 후 19일 만에 숨졌다.

A 씨 사망 이후 지역주택조합은 자녀들과 별도로 협의를 거쳐 각자에게 동일한 금액인 1억7700만원씩 지급하고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이에 B 씨는 유언장에 기재된 상속 비율대로 매매대금을 분배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 씨가 생전에 부동산을 처분한 이상 이는 유언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행위에 해당해 민법상 유언 철회로 봐야 한다며 B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무연 기자
김무연

김무연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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