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신작 ‘호프’ 15일 개봉… 주연배우 조인성·정호연
좋게 말하면 집요하고, 나쁘게 말하면 지독하다. 나홍진 감독 이야기다. 걸음걸이 하나, 목소리 톤과 날씨까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고 촬영을 다시 가져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 감독이 오는 15일 10년 만에 영화 ‘호프’로 돌아온다. 사전 예매 관객만 37만 명을 돌파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게 현장에서 가능한가’라고 의문을 품었던 배우 조인성과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는 배우 정호연을 만났다. 나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두 주연배우에게서 ‘나홍진의 현장’을 들어봤다.
“후반부 카체이싱, 한달 반 촬영… 카메라 밖에서도 긴장감 안 놔”
“나홍진 감독님이 저한테 유독 몸 상태를 많이 물어보셨어요.” 첫 만남부터 예감해야 했다. 영화 ‘호프’의 촬영 현장에서 배우 조인성에게는 고생이 끊이지 않았다. 산을 오르내리고, 말을 타다가 떨어지고, 총을 쏘다가 내던져지기도 한다. 조인성은 “나 자신에게도 몸을 잘 쓸 수 있을지 질문했고 ‘추격자’ ‘황해’ ‘곡성’ 같은 전작을 생각했을 때 쉽지 않은 촬영이 될 거라 예상했다”고 했다.
호포항의 마을 청년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은 영화에서 외계인과 가장 많이 대치하는 인물이다. 사냥과 낚시로 소일하다가 외계인의 흔적을 쫓아 산으로 향하고, 고생길이 시작된다. 조인성은 “액션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로 채워나가야 하는 것도 있었다”며 “가령 외계인을 만났을 때의 리액션과 같은 부분은 내가 충분히 그 공포심과 긴장감을 전달해야 산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여기서 긴장감과 공포심은 나 감독이 끊임없이 요구한 사항이기도 하다. 촬영하는 내내 무전기를 통해 ‘긴장감 유지해주세요’라는 주문이 수시로 들어왔다고 한다. 미지의 존재를 마주했을 때 인간이 느끼는 본능적인 감정이 성기에게 배어난 까닭이다. “몇 번이고 다시 찍는 건 기본값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연기 한 번에 끝내려고 나 감독님과 작품을 하는 게 아니라 테이크를 100번 할 생각으로 가는 거죠.”
특히 백미는 후반부의 카체이싱 장면. 촬영에만 한 달 반이 걸렸다. 현장의 스태프들조차 찍어본 적이 없는 장면이라 가능한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현장에서 타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협은 없었다. “감독님의 어떤 부분이 완벽주의자 같냐고 많이 묻는데, 그런 장면을 해냈다는 것 자체가 완벽주의예요.”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영화계에서 500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호프’. 부담감은 없을까. 조인성은 느닷없이 ‘능소화’ 이야기를 꺼냈다. “능소화라는 꽃은 장마와 태풍을 뚫고 하늘을 업신여기듯 피어난대요. 영화계의 어려움이 장마와 태풍 같은 거라면, ‘호프’가 그럼에도 관객들의 품속에서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어요.”
“금은보화같던 나감독 시나리오… 근육 키우고 면허 따 만반 준비”
배우 정호연은 나홍진 감독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이제 막 충무로에 들어온 신인을 위해 짜장면 한 그릇 사주겠다는 자리였다. 사전에 캐스팅 이야기가 오갔던 것도 아니지만 정호연은 “오디션을 보는 마음”으로 자리에 나갔고, 미팅이 끝나고 건네받은 것이 영화 ‘호프’의 시나리오였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시나리오를 품에 안고 있었어요. 제 손안에 있는 시나리오가 어떤 금은보화보다 값지게 느껴졌거든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강렬한 존재감 때문에 잊곤 하지만, 정호연은 엄연한 신인이다. ‘호프’는 그의 첫 영화다. 데뷔작부터 나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그는 극 중 호포항 순경 ‘성애’ 역을 맡아 선택의 이유를 충분히 증명한다. 5㎏에 달하는 장총을 차에서 꺼내 들어 외계인에게 난사하는 장면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처음 상영할 당시, 객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나 감독님이 여러 테이크를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들어서 총을 오래 들기 위해 웨이트 운동을 열심히 해 근육을 4㎏ 정도 늘렸어요. 그 장면은 제 기억에 20테이크 넘게 촬영했던 것 같은데, 18테이크가 넘어갈 때쯤 힘이 들어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영화에서 배우 조인성이 ‘고생스러운 액션’을 담당한다면, 정호연은 ‘시원시원한 액션’을 담당한다. 장총과 유탄발사기를 외계인에게 쏘아대고, 외계인과 쫓고 쫓기는 카체이싱 장면도 있다. 드리프트(자동차를 미끄러뜨려 제어하는 운전기술)를 위해서 수동 면허도 땄다. 촬영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했지만 나 감독의 집요함을 느낀 건 그보다 훨씬 전, 의상 피팅부터였다. “성애가 영화에서 경찰복 한 벌밖에 안 입는데, 피팅을 세 번이나 진행했어요. 검정부터 연파랑, 회색까지 색이 다양했는데 자연광에서 어떻게 보일지 한참을 논의 하시더라고요.”
‘오징어 게임’과 ‘호프’, 알폰소 쿠아론의 애플TV 시리즈 ‘디스클레이머’에 출연하며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는 중이다. 그도 “배우로서 지낸 시간과 경험에 비해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사실 굉장히 크다”는 걸 안다. 그런 그가 지금 지키고 싶은 건 ‘정신상태’. 욕심과 경험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괜찮아, 한 걸음씩 가는 거야” 하는 마음을 먹게 됐다.
신재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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