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서울대에서 형사법을 가르친 법률 전문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언어 전문가 행세를 하다 여론 뭇매를 맞았다. 경남 거제 출신의 한 걸 그룹 멤버가 유튜브 방송에서 “무섭노” 라고 한 발언에 대해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PD가 자신의 SNS에 “여성 아이돌과 PD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아 무척 속상했다”며 ‘무섭노’를 극우 성향의 일베식 혐오 표현으로 규정하자, 조 전 대표가 이를 받아 “나의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고 불을 붙이며 논란에 편승했다. ‘어른 김장하’ PD와 조 전 대표는 부산 출신으로 세 사람 모두 부산경남 출신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사투리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언어학자가 아닌 조 전 대표가 사투리에서 말 뒤에 붙여 감탄형으로 두루 쓰이는 어미 ‘∼노’를 이용해 일베 감별사를 자처하자, 그럼 가수 강산에의 ‘와 그라노’도 일베곡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SNS 팔로어가 100만 명이 넘었던 그가 정치적 도약을 기대했던 6·3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정치인이 흔히 겪는 ‘잊히는’ 두려움 때문에,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 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목적과 자세가 잘못됐다. 사투리를 이용해 낙인을 찍고 편 가르기 하려는 조짐이 있다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올라탈 것이 아니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해당 PD가 관련 글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2019년 대한민국을 서초동 촛불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두 쪽 나게 했던 당사자라면 더욱 그래야 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글귀가 적힌 화환을 배재고에 보냈다고 밝힌 것도 볼썽사납다. 광주를 찾아가 사과한 배재고 야구부 학생에게 “어깨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 광주일고 교장 선생님처럼 어른스러운 정치를 왜 못하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인 일탈이 늘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여당 당권 주자들의 경쟁도 정상이 아니다.
‘말이라는 보물을 함부로 쓰는 사람에게는 권력이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말을 많이 할수록 힘과 영향력이 떨어진다. 여야 리더 모두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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