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경 산업부 차장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집값 급등기였던 역대 진보 정권 시절 기록은 1년 만에 다 깨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서울아파트값은 14.73% 뛰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그간 1위였던 노무현 정부 첫 1년 상승률(11.68%)도 가볍게 제쳤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2억3833만 원으로 연초보다 10.56% 급등했다.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다. 시장의 ‘허리’를 차지하는 아파트값이 통째로 올라갔다는 뜻이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가도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기현상’도 터져 나온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노원·도봉·성북·은평구 등 외곽지엔 전월세가 동시 소멸하는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그만큼 매물이 없다는 얘기다. 공급 가뭄 와중에 실거주 의무 등 규제가 가해진 탓이다. 통념도 무너졌다. 그동안 시장에선 전세가 줄면 월세는 늘거나, 집값이 오르면 전월세가는 숨을 고른다는 게 상식이었다. 트리플 강세장에선 이마저 통하지 않고 있다. 매물 잠김이 생기니 매매·전월세 가격은 모두 치솟고 있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가 온 시장을 잡은 셈이다.

현 정부는 규제에선 속도전을 펼쳤다. 출범 23일 만에 고강도 대출 규제로 돈줄을 조인 데 이어 문재인 정부가 28차례 대책으로 넓힌 규제 지역도 단 1년 만에 묶어버렸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불법시설 정비보다 쉽다”며 결기도 내비쳤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계곡’이 아니다. 핵심지 재건축, 한강변 개발, 공공임대, 노후 주거지 재개발, 수도권 쏠림 등 까다로운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산수처럼 단순치도 않다. 정부 기조는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자가 사면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 논리가 맞았다면 전월세 대란은 없었어야 했다. 수요와 공급은 반드시 1 대 1로 치환되진 않는다. 인구구조는 1·2인 가구 위주로 바뀌고 있고, 자녀 독립 등 가구 분화도 많다. 매년 서울에서 결혼하는 신혼부부만 4만 쌍 이상이다. 수도권엔 신규 수요가 끊임없이 유입된다는 의미다.

공급 속도전은 말로만 강조됐다. 내년부터 2029년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가구다. 연간 적정 수요인 4만∼5만 가구에 턱없이 못 미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급 부족에 대해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주요 부지에선 첫 삽도 뜨지 못했는데, 정부는 ‘닥치고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보유세와 거래세를 올리는 세제 개편안이 나온다. 현실화한다면 집을 사지도, 팔지도, 갖지도 못하게 된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서울 25개 구 집값이 모두 오르면서 매매 건마다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공급이 없으니 집값이 뛰는 건 당연하다. 3중 규제로 묶인 40개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진 곳은 전무하다. ‘지금이 가장 싸다’는 공포 심리가 규제를 무력화하는 양상이다.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를 막을 수 있는 규제는 없다. 부동산 시장이 이기고 지는 ‘전장’이 된 1년이었다. 시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숫자로 답할 뿐이다.

권도경 산업부 차장
권도경 산업부 차장
권도경 기자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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