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상선 공격하자

美중부사령부, 연이틀 공습단행

 

이란, 경제적압박·군사역량부족

무력충돌 장기적 감당 어려울듯

트럼프 “전쟁 재개는 생각 안해”

12일 호르무즈 해협 연안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해안에 정박 중인 화물선의 모습. 미군은 이날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상선을 공격한 데 대응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AFP 연합뉴스
12일 호르무즈 해협 연안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해안에 정박 중인 화물선의 모습. 미군은 이날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상선을 공격한 데 대응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AFP 연합뉴스

박상훈 기자,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미군이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상선에 대한 이란 공격의 대응으로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날 공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 후 네 번째이자 이틀 연속 이뤄졌다. 지난 6월 양국이 체결한 휴전연장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해협을 통제할 군사적 역량도 부족하고 원유 수출이 원활하지 않아 경제적 압박도 여전한 이란이 결국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 이란이 제재 완화 등 미국이 제시한 ‘당근’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 권한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MOU에 모호하게 정의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협상과 전쟁의 전망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5시(한국시간 13일 오전 6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지나는 민간 선원과 상선을 공격하는 이란의 능력을 계속 약화시키기 위한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이란 외교부는 중부사령부의 성명 뒤 “서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지난 수개월간의 모든 외교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이란은 MOU 체결 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정권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이 제시한 제재 완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해 중동에서의 패권을 공고히 하면 제재 완화 등은 자신들의 뜻대로 따라올 것이라는 맥락이다. MOU 내 ‘이란이 상업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한다’는 모호한 조항이 이란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통제해도 된다는 극단적 해석을 할 여지를 남겨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서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급등 및 물가 상승이 부담스러운 만큼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란과 MOU가 사실상 파기됐다고까지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기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란의 상황이 제한적인 긴장 고조 이상의 무력 충돌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정학 분석가 살만 알 안사리는 WSJ에 이란의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고 중동 내 대리세력 네트워크도 상당 부분 무너졌으며 최근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이란이 스스로를 새로운 지역 패권국으로 인식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홀리 다그레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이란의 강경한 태도가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박을 주기 위한 하나의 외교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내세운 무기인 호르무즈 해협 폐쇄의 경제적 파급력도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非)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늘고 중동 산유국들도 육지 파이프라인 등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수출로를 대거 활용하면서 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란산 석유를 값싸게 구입했던 중국이 비축유 상황 등을 이유로 수입을 주저하는 것도 이란에는 압박이 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민병기 특파원
박상훈
민병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