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해 265억 달러(약 40조 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ADR은 첫날 12.78% 급등하며 168.01달러로 마감했다. 그러나 정작 13일 코스피 시장에서 본주는 개장 직후 10% 이상 급락하는 등 불안정성을 보였다. 하이닉스 주식의 2.5% 희석(추가 발행) 효과에다 하이닉스 본주 대신 ADR로 옮겨가는 현상 등도 작용했겠지만,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함을 시사한다. 하이닉스는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원화로 환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스와프로 공급받은 198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 이에 힘입어 156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은 1505원으로 내렸다.
하지만 마냥 순풍인 양 반길 수만은 없다. 새로운 변수는 미국의 노골적인 현지 투자 확대 압박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9일 마이크론 뉴욕주 반도체 팹 착공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D램의 40%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선언하자 “경쟁사들도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고객사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원한다”며 미국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력과 초순수, 대규모 부지 등 메모리 공장에 필요한 조건만 갖춰진다면 미국이든 어느 나라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역시 용인 반도체 팹 1기 완공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기기로 했다. 두 회사 모두 국내 투자 속도전과 함께 미국의 압박을 의식해 현지 투자 확대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이지만 투자 결정은 기업 경쟁력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고, 정부 역할은 전력·용수 등 인프라 지원에 그쳐야 한다. 반도체 패권을 지키려면 기업의 자율적·전략적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무엇보다 미국 압박이나 균형발전 같은 정치 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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