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피습 자작극’ 의혹 사건 및 수사 과정.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피습 자작극’ 의혹 사건 및 수사 과정.

“선거 전 비공개는 원칙”…경찰 “은폐·선거개입 없었다”

영장 기각·대검 협의·진술 번복 거쳐 공모 입증

통화기록·CCTV 확보…“뭐 하나 던져주면” 진술 확인

블랙박스 삭제 정황·공용PC 검색기록…추가 공범 수사

부산=이승륜 기자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사건을 둘러싼 늑장수사와 선거개입 의혹이 잇따르자 경찰이 13일 부산경찰청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1시간 넘는 이례적인 백브리핑을 열고 수사 전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경찰은 이날 “사실과 다른 내용이 계속 보도돼 수사 경위를 바로잡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범행 직후 압수수색영장 신청부터 공모 입증, 선거 전 비공개 결정까지 전 과정을 설명했다.

◆범행 직후부터 영장 신청…수차례 기각·검찰 보강 거쳐 압수수색

경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사건 발생 직후 확보한 통신영장을 통해 범행 전 일주간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정 전 후보와 가족 헬스트레이너 윤모 씨 간 통화기록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당시까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경찰은 지난 4월 27일 범행 이후 정 전 후보가 자작극 사실을 인정한 5월 중순까지 압수수색영장을 수차례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과 범죄사실 및 적용 법리를 보강하고 압수 범위를 구체화한 끝에 지난달 2일 영장을 발부받았다.

검경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구체적 내용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선거자유방해 적용 여부, 상해 혐의 포함 여부 등을 하나씩 검토하며 법리를 정교화했다. 경찰은 “선거사건은 부산지검뿐 아니라 대검 협의까지 거쳐야 하고 공소시효도 6개월로 짧아 초기부터 공소 유지가 가능하도록 혐의와 증거를 면밀히 구성해야 했다”며 “일반 형사사건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윤 씨가 돌연 “혼자 한 일”이라며 진술을 번복한 것도 변수였다. 경찰은 “윤 씨가 단독범행을 주장하면서 추가 보강수사가 필요해졌고, 휴대전화 제출까지 거부해 증거인멸 우려를 영장 사유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강수사 끝에 경찰은 지난달 2일 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고, 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4일 휴대전화와 컴퓨터, 선거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영장이 선거 전날 밤 늦게 발부됐고 여러 장소를 동시에 압수수색해야 하는 데다 디지털포렌식 인력까지 투입해야 해 현실적으로 선거 당일 집행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참고인 조사서 첫 자백…“도움 요청했다” 진술, 공모 입증 시작

경찰은 지난 5월 18일 윤 씨 조사 과정에서 통화기록을 제시하자 윤 씨가 심경 변화를 보이며 정 전 후보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거운동 중이던 정 전 후보는 약 1시간 뒤 경찰서를 찾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고, 이 자리에서 기존 주장과 달리 “윤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처음 했다.

경찰은 다만 당시 정 전 후보는 참고인 신분이었고 조사 과정에서 처음 새로운 진술이 나온 상황이어서 즉시 강제조치를 할 수는 없었다며, 다음 날인 5월 19일 범죄를 정식 인지해 피의자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정 전 후보 측 변호인이 “선거가 끝난 뒤인 6월 8일 출석하겠다”고 알려왔고, 경찰은 그 기간 동안 공모관계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또 윤 씨가 단독범행으로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둘이 공모했다고 하면 처벌이 무거워질 것 같아 혼자 했다고 진술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뭔가 하나 던져주면…” 통화기록·CCTV·포렌식으로 공모 입증

경찰은 수사 결과 정 전 후보가 평소 윤 씨에게 선거운동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반복했고, 윤 씨가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묻자 정 전 후보가 “뭔가 하나 던져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세 일정과 장소는 정 전 후보가 알려줬고, 계란이나 음료 등 실제 투척 물건은 윤 씨가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후 범행 전 3개월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정 전 후보와 윤 씨 사이에 수 차례 통화기록이 있었던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4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헬스장 CCTV에서는 범행 전날인 4월 26일 두 사람이 만나 범행 현장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들고 범행을 공모하는 정황이 담긴 장면이 확인됐으며, 통화기록과 CCTV, 휴대전화 포렌식, 양측 진술이 서로 부합하면서 공모관계를 입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결과 범행 장소는 정 후보의 유세지 중 한 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 전 후보가 지난달 8일 첫 피의자 조사 이후에는 윤 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계속 인정하고 있으며 현재는 이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윤 씨가 사용한 렌터카 블랙박스에서는 범행과 관련된 일부 구간이 비어 있는 정황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포렌식 전문가 의견상 삭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보고서에 반영했지만 확정적인 증거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선거 전 공개는 피의사실 공표”…정당 개입·금전 대가는 계속 수사

경찰은 가장 큰 논란이 된 선거 전 비공개 결정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정도만 확인됐을 뿐 구체적인 공모관계가 충분히 입증된 단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후보자의 수사 내용을 선거기간 중 외부에 알리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 비밀누설 문제가 있다”며 “선관위나 정당, 언론에 수사 사실을 알리는 것은 애초 검토 대상도 아니었고, 선거기간 진행 중인 수사를 경찰이 먼저 공개한 전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국민의힘 공작설과 정당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압수물과 포렌식,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정당 차원의 개입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수사의 핵심은 정 전 후보와 윤 씨의 공모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었고, 두 사람의 범행이 먼저 규명돼야 추가 공범이나 정당 개입 여부를 수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캠프 공용 PC에서 확인된 윤 씨 검색기록은 공용 PC 특성상 실제 검색 주체와 계정 동기화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또 두 사람 모두 금융조회에 동의해 모든 금융기관에 거래내역을 요청했고 일부 자료가 회신돼 분석 중이라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번 주 추가 조사를 실시한 뒤 검찰 송치 시 관련 내용을 함께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진료 의사를 조사한 결과 영상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지만 환자가 통증을 호소해 문진을 토대로 진단서를 발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허위 진단서 여부는 의료법 적용 기준에 따라 별도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자작극 본건은 이번 주 중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의료법 위반 의혹과 금전 대가, 추가 공범이나 정당 개입 여부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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