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문화부장
D-1. 올여름 한국 극장가 최고 기대작 ‘호프’가 내일(15일) 개봉된다. 영화계에는 벌써 긴장감이 감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먹힐지, 흥행이 잘될지, 수많은 예측이 교차한다. 대개는 성공을 바라는 목소리가 더 높아 보인다. 혹자는 그럴 수 있다. 영화 한 편 개봉하는 일인데, 뭐 이리 호들갑이냐고…. ‘추격자’ ‘황해’ ‘곡성’ 등 뾰족했던 작품들을 선보였던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이고,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했던 작품이라고 해서 평가가 너무 후한 건 아니냐고. 하지만 이 같은 영화계의 설렘은 걸출한 감독 한 사람이나 작품에 대한 맹목적인 호의가 아니다. 현재의 답답하고 불안정한 극장가 상황을 바꿔보자는 바람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호프’ 영화 한 편이 아니라 근래 몇 년간 지속된 한국영화 산업의 비틀거림에 대한 우려이자 기대인 셈이다.
알다시피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은 매우 쪼그라들어 있다. 연평균 관객 2억 명을 처음 돌파했던 게 13년 전인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반 토막 난 숫자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와 SNS, 숏폼 등 다양한 대체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이런 추세가 쉽게 반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더 문제다. 게다가 중앙일보·JTBC 등 중앙그룹 계열의 경영 위기는 매우 현실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필이면 ‘호프’의 투자 배급사가 그중 하나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해서 벌어진 사달인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초반 흥행세를 타지 못하면 ‘호프’의 영화적 의미 따윈 따져볼 겨를도 없이 무대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 영화 사상 역대 최고의 순수 제작비(약 500억 원)를 투입한 작품의 비극적 파국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건 한국 영화로선 상상하기도 싫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한국 영화 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호프’를 전후로 한데 모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장당 6000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여러 차례 발행했다. 5∼7월 사이에만 650만 장이 넘는다. 다른 장르에 비해 편파적 지원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고 있다. 그만큼 절실하단 뜻이다. 봉준호·이창동 등 유명 감독들은 GV(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지원하며 돕고 있다. 14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를 시작으로 15일엔 메가박스 코엑스 등에서 영화 상영 후 토크 시간을 갖는다. 남의 영화이지만, 이게 잘못되면 나도 설 자리가 없다는 공동체적 위기감의 발로다.
13일 밤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호프’의 개봉 전 마지막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의 마음도 같아 보였다. 일단 극장가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는 표정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칸국제영화제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컴퓨터그래픽(CG)의 부족함보다는 질주하는 액션에 환호했다. 적어도 2시간 36분의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공통된 평이었다. ‘호프’를 예매한 관객이 4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제 공은 관객에게 넘어갔다. 15일이 한국 영화 시장의 새로운 분기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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