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항행을 지키던 미국은 왜 직접 관리에 나섰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자유항행을 지키던 미국은 왜 직접 관리에 나섰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자유항행을 지키던 미국은 왜 직접 관리에 나섰는가

2026년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불과 사흘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대함미사일과 드론기지, 해안 레이더 등 해협 거부능력을 겨냥한 연속 정밀타격을 실시했고,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항구와 연안을 출입하는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재개를 발표했다. 여기에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 대가로 통과 화물에 일정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구상까지 공개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군사적 압박이 강화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지금까지 미국은 국제법에 기초한 자유항행질서를 유지하고 집행하는 데 전략의 중심을 둬 왔다. 그러나 최근의 조치는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통항과 운영방식까지 관리하려는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해협 폐쇄와 통항 승인 절차를 내세우며 자국이 호르무즈의 관리주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 호르무즈에서 충돌하는 것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미국의 자유항행질서와 이란의 해협관리질서라는 두 개의 질서체계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또 하나의 질문을 제기한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통항허가와 비용 부과를 자유항행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렇다면 미국이 해협의 안전을 제공하고 그 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새로운 구상은 자유항행질서의 발전인가, 아니면 미국식 해협관리질서의 시작인가.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국제질서의 경쟁이 군사적 우위에서 질서관리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가 해상봉쇄를 다시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트럼프가 해상봉쇄를 다시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Ⅰ. 트럼프 행정부는 왜 해상봉쇄를 다시 선택했는가

2026년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전개된 미국과 이란의 공방은 단순한 군사적 보복의 연장이 아니었다. 이 기간 가장 중요한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수준을 넘어, 이란의 해상교통과 물류체계 자체를 새로운 압박 대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대응이 전술적 응징에서 전략적 질서관리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7월 12일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남부 해안과 호르무즈 인근의 대함미사일 기지, 드론 운용시설, 해안 감시레이더, 방공체계, 지휘통제시설 등을 연속적으로 정밀타격했다. 이번 작전의 목적은 특정 도발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반복적으로 거부능력(Denial)을 행사할 수 있는 군사적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는 데 있었다.

이어 7월 13일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항구와 연안을 출입하는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재개를 발표했다. 새로운 봉쇄는 호르무즈 해협 전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해상 물류와 에너지 수출을 선택적으로 제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국제 상선의 자유항행을 유지하면서도 이란의 전략적 행동에는 직접적인 비용을 부과하려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 대가로 통과 화물에 일정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구상을 공개했다. 구체적인 시행방식과 국제법적 근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 발언은 이번 사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역할이 단순한 질서집행을 넘어 해협의 운영과 관리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 미국이 유지해 온 전략과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오랫동안 국제법에 기초한 자유항행질서를 보호하는 것을 국가전략으로 유지해 왔으며, 군사력은 그 질서를 집행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해협의 안전과 운영방식까지 관리하려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해협관리기구를 앞세워 통항 승인과 지정 항로를 요구하며 자국이 호르무즈의 관리주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현재 호르무즈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해협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집행할 것인가를 둘러싼 질서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필자가 제시한 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그 개념이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AFIB는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반복적으로 운용해 현장의 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이다. 이번 연속 정밀타격은 이란의 거부능력을 단계적으로 약화시키는 CAFIB의 전형적인 사례였으며, 여기에 해상봉쇄와 통항관리 구상이 결합되면서 CAFIB는 군사적 억제를 넘어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를 구현하는 핵심 집행수단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는 단순한 대이란 압박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호르무즈에서 누가 질서를 설계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둘러싼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며, 앞으로 국제사회는 이러한 변화가 자유항행질서의 발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해협관리질서로 정착될지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미국이 자유항행질서에서 직접 관리로 이동한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미국이 자유항행질서에서 직접 관리로 이동한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미국은 왜 자유항행질서에서 직접 관리로 이동하는가

호르무즈를 둘러싼 최근의 변화는 단순한 군사작전의 확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항행질서를 유지하는 기존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협의 안전과 운영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정책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자유항행질서(Freedom of Navigation)의 핵심은 국제해협에서 모든 국가의 선박이 국제법에 따라 자유롭고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력은 특정 국가의 해협 지배를 막고 국제규범을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호르무즈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국제 해상교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이란은 해협 폐쇄를 반복적으로 선언하고 상선을 위협하면서 국제 해운시장에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했다. 실제로 7월 중순 들어 호르무즈 통항 선박은 크게 감소했고, 선박보험료와 운송비는 급등했다. 이는 군사적 우위만으로는 국제 해양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해상교통을 선택적으로 봉쇄하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으며, 안전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이용자들이 함께 부담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아직 구체적인 제도와 국제적 합의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군사적 억제를 넘어 새로운 관리체계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유항행질서를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자유항행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군사적 억제만으로는 부족하며, 위협을 관리하고 해상교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집행체계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략적 딜레마도 존재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란의 통항허가와 통행료 부과를 자유항행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렇다면 미국이 안전보장을 이유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 차이는 관리권이 아니라 관리방식에 있다. 국제법과 국제사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항행의 안전을 보장하고 비용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체계라면 자유항행질서를 보완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국가가 군사력을 배경으로 통항을 관리하고 비용을 사실상 강제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해협관리질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다. 현대 국제질서는 규칙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를 억제하고, 해상교통을 보호하며, 위기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지속적인 집행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전략적 질서관리는 군사력을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규칙과 제도 속에서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오늘날 호르무즈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군사력의 경쟁이 아니라 질서모델의 경쟁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질서를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질문은 다음 장에서 살펴볼 ‘미국의 새로운 접근은 자유항행질서의 진화인가, 새로운 해협관리질서인가’라는 논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미국의 새로운 접근은 자유항행질서의 진화인가 새로운 해협관리질서인가. 미국의 새로운 접근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미국의 새로운 접근은 자유항행질서의 진화인가 새로운 해협관리질서인가. 미국의 새로운 접근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미국의 새로운 접근은 자유항행질서의 진화인가, 새로운 해협관리질서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대이란 해상봉쇄와 통과 화물에 대한 비용 부담 구상은 호르무즈를 둘러싼 논쟁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켰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핵심 관심은 이란의 해협 봉쇄를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접근이 자유항행질서를 강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해협관리질서를 만드는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국제해협은 특정 국가가 통항 여부를 결정하거나 비용을 부과할 수 없는 국제 공공재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원칙 아래 미국의 군사력은 특정 국가의 해협 지배를 방지하고 국제규범을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따라서 미국은 자유항행질서의 수호자였지, 해협의 관리자를 자처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가 자국 연안과 직접 연결된 전략공간이라는 점을 근거로 해협의 관리권을 주장해 왔다. 통항 승인과 지정 항로, 해협 폐쇄 선언은 모두 이러한 논리를 현실화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자유롭고 예측 가능한 항행질서와 충돌하면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정책은 이러한 기존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해상교통을 선택적으로 봉쇄하고, 미국이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며 그 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구상은 미국의 역할이 단순한 질서집행을 넘어 질서운영 단계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미국이 곧바로 해협관리권을 주장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현재 발표된 내용은 정책 구상 단계이며, 적용 대상과 시행 방식, 국제법적 근거도 구체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 미국의 전략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국제질서의 운영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국가를 군사적으로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사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위협을 제거하는 것과 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며, 후자는 보다 적극적인 관리체계를 요구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도 존재한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통항허가와 비용 부과를 자유항행 원칙에 대한 도전으로 비판해 왔다. 그렇다면 미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비용 부담 방식은 이란의 주장과 무엇이 본질적으로 다른가라는 질문에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 차이는 결국 정당성과 운영방식에서 결정될 것이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칙에 따라 항행의 안전을 보장하고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체계라면 기존 자유항행질서를 보완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국가가 군사력을 바탕으로 통항을 관리하고 비용을 사실상 강제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해협관리질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의 관점에서 보면, 지속 가능한 국제질서는 군사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규칙의 정당성과 국제적 신뢰,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함께 결합될 때 비로소 안정적인 질서가 형성된다. 따라서 앞으로 호르무즈의 경쟁은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질서를 제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충돌하는 것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력이 아니다. 진정한 경쟁은 자유항행질서와 해협관리질서 가운데 어느 질서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을 것인가를 둘러싼 질서의 경쟁이며, 이것이 오늘날 호르무즈가 갖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미이다.

CAFIB가 전략적 질서관리의 핵심 집행전략인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CAFIB가 전략적 질서관리의 핵심 집행전략인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CAFIB는 왜 전략적 질서관리의 핵심 집행전략이 되는가

2026년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호르무즈에서 전개된 군사행동은 필자가 제시해 온 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사태에서 미군의 연속 정밀타격은 단순한 보복작전이 아니었다. 그 목적은 이란의 개별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호르무즈에서 지속적으로 거부능력(Denial)을 행사할 수 있는 군사체계 자체를 약화시키는 데에 있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봉쇄 재개와 새로운 통항관리 구상이 결합하면서 CAFIB의 역할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군사력은 위협을 제거하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 해상교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적 기능까지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CAFIB의 작동방식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초기 CAFIB가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반복적으로 운용해 위협을 억제하는 전략이었다면, 현재의 CAFIB는 그 위에 질서유지와 관리 기능이 결합되고 있다. 다시 말해 군사력이 전장을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란 역시 TIB(Threat in Being)를 지속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정면으로 군사력을 경쟁하기보다 언제든지 호르무즈를 다시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협을 유지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지속적인 비용과 불확실성을 부과하고 있다. 실제로 선박 통항량 감소와 보험료 상승,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TIB가 여전히 상당한 전략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TIB의 한계도 함께 드러냈다. 위협이 반복될수록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군사적 대응과 해상봉쇄를 추진했고, 해협의 운영방식까지 관리하려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TIB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하기보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CAFIB의 운용과 질서관리 논리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필자가 제시한 ‘전략적 상호작용 순환(SIL·Strategic Interaction Loop)’을 잘 보여준다. 이란의 TIB는 미국의 CAFIB를 강화시키고, 강화된 CAFIB는 다시 이란의 대응방식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전략적 순환을 만들어 낸다. 양측은 단순히 군사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전략을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양측은 서로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전략을 더욱 진화시키는 순환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전략적 과잉확장(SOT·Strategic Overextension of TIB)’의 위험에도 직면하고 있다. TIB는 상대방에게 지속적인 비용을 부과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위협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상실하고 상대방에게 더욱 강력한 군사행동과 질서관리 조치를 정당화하는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최근 미국의 해상봉쇄 재개와 직접 관리 구상은 이러한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경쟁하는 것은 CAFIB와 TIB 자체가 아니다. 진정한 경쟁은 어느 전략이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질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있다. CAFIB도 국제적 정당성과 동맹국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군사적 압박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TIB 역시 위협만으로는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호르무즈 사태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변화는 CAFIB와 TIB가 모두 전략적 질서관리라는 새로운 경쟁단계 속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국제질서의 성패는 군사력의 규모보다 어떠한 전략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질서를 구현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누가 호르무즈의 질서 관리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누가 호르무즈의 질서 관리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누가 호르무즈의 질서를 관리할 것인가

2026년 7월 12일부터 14일까지의 호르무즈 사태는 현대 국제질서가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이제 경쟁의 대상은 해협을 봉쇄하거나 개방하는 능력이 아니라, 누가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질서를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군사력의 경쟁이 질서관리의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연안국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해협관리권을 주장하고 있다. 해협 폐쇄 선언과 통항 승인 절차, 지정 항로 운영은 모두 이러한 논리를 현실화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러한 관리방식을 신뢰하지 않는다. 통항의 자유를 보장하기보다 위협과 제한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란은 거부능력(Denial)은 입증했지만,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관리능력(Control)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유항행질서를 국가전략으로 유지해 왔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해상봉쇄 재개와 통항관리 구상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질서관리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국제법적 정당성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됐다.

필자가 제시한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는 바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한다. 전략적 질서관리란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전략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규칙을 설계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국가전략이다. 따라서 군사력은 출발점일 뿐이며, 규칙과 정당성, 지속적인 집행능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안정적인 국제질서가 형성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CAFIB는 전략적 질서관리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핵심 집행전략이며, TIB는 이에 대응하는 비대칭적 도전전략이다. 앞으로 호르무즈의 경쟁은 어느 전략이 더 강한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전략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며 지속 가능한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경쟁이 될 것이다.

결국 호르무즈의 미래는 군사적 승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규칙을 제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며,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해양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국가가 실질적인 질서관리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2026년 7월 호르무즈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제질서의 중심이 ‘누가 더 강한가’에서 ‘누가 더 신뢰받는 질서를 관리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교훈이며, 앞으로 국제 해양질서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누가 호르무즈의 승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누가 호르무즈의 승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호르무즈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2026년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개된 일련의 사건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었다. 미군의 연속 정밀타격,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해상봉쇄 재개, 그리고 새로운 통항관리 구상은 모두 누가 호르무즈의 질서를 설계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둘러싼 새로운 전략적 경쟁의 시작을 보여줬다.

이번 사태는 필자가 제시해 온 TIB(Threat in Being), 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 그리고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가 하나의 전략체계 속에서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였다. TIB가 지속적인 위협으로 상대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전략이라면, CAFIB는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질서를 반복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이며, 전략적 질서관리는 이러한 두 전략을 통합하여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상위 개념이다.

그러나 이번 호르무즈 사태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군사력만으로는 국제질서를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규칙을 제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21세기 해양질서는 더 이상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진정한 통제권은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질서를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2026년 7월의 호르무즈는 바로 그 새로운 국제질서가 현실에서 시험되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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