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 업계 2위 올랐다 ‘폐업 수순’
전통시장 주변 마트 출점 제한
의무 휴업·심야 영업 막는 등
오프라인 유통 규제로 큰 타격
2014년부터 매출 감소세 전환
1년 뒤 MBK파트너스가 인수
일부 점포 매각해 차입금 상환
영업이익 대부분 이자로 소진
투자·채용 줄고 경쟁력 나빠져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으로 출발해 30년 가까이 이마트와 대형마트 업계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홈플러스가 파산 기로에 섰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인수해 경영한 지 약 10년 만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의무휴업일 지정 등 대형마트 규제가 경쟁력을 약화시킨 데다, 유통업 강화보다 단기 수익 창출과 부채 상환에 치중했던 MBK파트너스의 경영 행태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전국 67개 매장은 지난 13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운영자금이 완전히 고갈돼 상품 대금은 물론 전기료·가스비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계의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20여 년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1997년 대구에 1호점을 열며 사업을 시작했고, 2008년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다. 2013년에는 전국 139개 점포와 매출 8조 원대를 기록하며 이마트와 함께 대형마트 양강 체제를 이뤘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이커머스 급성장과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게 된다. 정부는 2011년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에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했고, 이듬해 월 2회 의무휴업하게 하고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도록 했다. 이커머스는 24시간 주문과 새벽배송을 앞세워 대형마트의 공백시간대를 잠식해 나갔고, 유통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만 편파적으로 겨냥한 규제가 온라인과의 경쟁 구도를 더욱 불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 결과도 이 관계자의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유통시장 정책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1인당 온라인 소비가 1% 증가할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에서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경우 대형마트 매출은 증가한 반면 전통시장 매출은 유의미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규제가 전통시장 보호가 아니라 온라인 유통업체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홈플러스 역시 규제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014년부터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3년 8조9298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조7963억 원으로 35% 넘게 줄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 몰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을 꼽는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과 긴 호흡으로 장기 투자해야 하는 유통업은 맞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약 7조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약 2조2000억 원은 자체 자금으로, 나머지 약 5조 원은 홈플러스 명의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이후 부동산 가치가 높았던 점포 20여 곳을 매각해 약 4조 원의 차입금을 상환했고, 일부 점포는 매각 후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 매출 상위권에 들던 점포 15개가 폐점했고, 남은 점포의 임차료 부담은 쌓여갔다.
아울러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3월 지급불능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금융채무 조정을 이유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도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홈플러스는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하향’을 이유로 들었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단기 자금 조달 여건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 다만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급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닌데 빚을 줄이기 위해 회생제도를 먼저 이용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렇게 MBK파트너스가 운영한 10년의 끝은 기업회생절차 폐지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한때 146개까지 늘어났던 홈플러스 점포는 지난달 말 기준 67개만 남았다. 남은 점포 대부분은 메리츠금융그룹 등에 의해 담보권이 설정됐고 현금성 자산은 고갈됐다. 반면, 임직원 임금과 협력사의 납품 대금 등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그 규모만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전 점포 임시휴업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오는 20일 전에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유정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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