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출근길에 ‘도어스테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불통’으로 비난을 받아온 터라 미국식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는 취지였다. 처음에는 “매우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통령이 격식 없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비쳤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는 즉흥 발언들이 나오면서 걱정이 커져 갔다.
장관이 공식 발표한 사안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보고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사태가 벌어져 소동이 빚어졌다. 또, 인사 문제 지적에 대해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했고, 정치권 수사 관련 질문에도 “민주당 정부 때는 (전임 정부 수사) 안 했습니까”라고 되받았다. 결국, 불편한 질문이 이어지자 코로나를 핑계로 중단하더니 아예 벽을 만들어 기자들의 접근을 막아버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불통을 극복하고 소통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국무회의 생중계를 시작했다. 헌정 사상 국무회의 생중계는 처음이다. 내란재판 당시 장관들은 윤 정부의 국무회의는 토론은 없고 대통령 지시만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이재명 정부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첫 번째 생중계 때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 문제를 놓고 80분간 장관들과 토론을 벌였다.
사안을 꼼꼼하게 챙기고 디테일에 강한 이 대통령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되면서 ‘일 잘하는 대통령’ 이미지가 부각됐고,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질책에 꼼짝 못 하는 이미지를 심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당시 답변을 제대로 못 하는 국민의힘 출신인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공개리에 면박을 주면서 논란이 됐다.
소통 강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생중계가 계속되면서 부작용도 많아졌다. 토론보다는 장관들이 대통령 말에 추임새를 넣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14일 국무회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6·3 선거 이후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권을 신청했지만, 한성숙 국무총리가 “서면으로 하라”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도 인사말 기회를 주면서도 부동산 문제 언급이 나오려 하자 말을 막았다. 이러니 ‘쇼통’이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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