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올려 3년 반 만에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고물가와 고환율,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3중고(苦)를 감안할 때 한발 늦었지만 옳은 결정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며 물가안정 목표치를 웃돌고, 한·미 금리 차 확대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나든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도 1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올해 3%대 성장이 전망되는 점도 금리인상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인상 여부와 속도에 쏠린다.
긴축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글로벌 대세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 페달을 밟았고, 초저금리를 고수해온 일본은행(BOJ)마저 지난달 금리를 1.0%로 올리며 제로금리 정책을 공식 폐기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발 빠르게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데 반해, 한은은 통화정책 자율성 훼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물가보다 경기 둔화 우려와 가계부채, 고환율, 집값 불안 등 다른 변수들에 얽매여 금리 조정에 실기(失期)했다는 것이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나 은행 가산금리에 의해 좌우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한은법 제1조의 ‘물가안정과 통화 가치 수호’라는 본연의 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책 불일치다. 한은이 브레이크(금리인상)를 밟는데, 정부는 가속 페달(확장 재정)을 밟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긴축재정이야말로 진짜 포퓰리즘”이라 언급한 데 이어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릴 계획이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폴리시 믹스(정책조합)로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 정책 엇박자는 시장에 혼선을 줄 뿐이다. 포퓰리즘 재정을 막아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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