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통행료는 철회됐지만 통제권 경쟁은 시작됐다
2026년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호르무즈해협의 수호자로 규정하며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가액의 20%를 미국이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국제해상교통로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군사력과 비용을 부담해 온만큼, 그 혜택을 받는 국가들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구상은 불과 하루 만인 7월 14일 철회됐다.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 특정 국가가 독자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고, 국제해사기구(IMO)와 해운업계의 반발도 거셌다. 무엇보다 자유항행을 일관되게 주장해 온 미국이 스스로 비용을 부과할 경우, 향후 이란이 통항관리비나 안전서비스료를 요구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략적 모순이 드러났다.
트럼프는 통행료 대신 걸프 국가들과의 투자 및 경제협력을 통해 미국의 안보비용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그러나 철회된 것은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었을 뿐, 호르무즈의 통항질서를 직접 관리하려는 미국의 전략까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 논쟁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해협의 안전은 누가 보장하는가.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비용을 요구할 정당한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제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경쟁은 통행료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통항질서를 누가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통제권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Ⅰ. 트럼프는 왜 호르무즈의 ‘수호자’를 선언했는가
2026년 7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호르무즈해협의 수호자로 규정하며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가액의 20%를 미국이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통행료 부과 제안이 아니라, 미국이 호르무즈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주체임을 국제사회에 선언한 것이었다.
트럼프의 논리는 분명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항모전단과 공군력,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을 운용하며 세계 에너지 수송로를 보호해 왔지만, 그 경제적 혜택은 걸프 산유국과 유럽, 아시아의 에너지 수입국, 글로벌 해운기업들이 함께 누려왔다. 따라서 국제해상교통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미국만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였다.
이러한 인식은 트럼프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안보비용 분담 원칙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와 해외 주둔비, 무역 문제에서도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와 시장 접근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호르무즈 역시 이러한 원칙을 국제해양질서에 적용한 사례였다.
그러나 이번 선언의 의미는 비용분담에만 있지 않았다. 미국은 더 이상 자유항행을 지원하는 국가에 머물지 않고, 호르무즈의 통항질서를 직접 관리하고 집행하는 주체로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자유항행의 보장에서 질서관리로 미국의 전략이 한 단계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7월 초부터 급격히 악화된 호르무즈 정세가 있었다. 이란은 상선 공격과 봉쇄 선언으로 미국 주도의 항행질서에 도전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해안레이더와 방공망, 대함미사일, 드론 운용시설 등을 연속적으로 타격하며 대이란 해상봉쇄를 재개했다. 트럼프의 ‘수호자’ 선언은 이러한 군사행동을 국제해상교통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질서 집행으로 규정하려는 정치적 선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언은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자유항행 원칙과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냈다. 미국이 스스로 통행의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호르무즈의 쟁점은 군사력 경쟁을 넘어 통항권과 통제권, 그리고 안전보장 비용을 둘러싼 국제질서의 문제로 확대됐다.
결국 트럼프의 ‘수호자’ 선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호르무즈의 질서를 직접 설계하고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선언은 하루 뒤 20% 통행료 철회라는 예상하지 못한 현실과 마주하게 됐고, 미국의 전략은 새로운 법적·외교적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Ⅱ. 20% 통행료는 왜 하루 만에 철회됐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7월 13일 제안한 호르무즈 통행 화물가액의 20% 보상금은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미국이 국제해상교통로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군사력과 재정을 투입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해협에서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전례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상은 불과 하루 만인 7월 14일 철회됐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법적 한계였다. 호르무즈해협은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으로,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국제수로이다. 연안국도 아닌 미국이 모든 통과 선박에 비용을 부과할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 해운업계도 즉각 우려를 제기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제해협에 비용을 부과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세계 주요 해협의 자유항행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자유항행(Freedom of Navigation) 원칙과도 정면으로 충돌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전략적 역효과였다. 미국이 먼저 해협의 안전을 제공하는 대가를 요구한다면, 이란 역시 연안국이라는 지위를 근거로 통항관리비나 안전서비스료를 요구할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의 제안은 자칫 이란이 비용 부과를 정당화할 새로운 논리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었다.
경제적 부담도 현실적인 제약이었다. 화물가액의 20%는 사실상 국제무역에 새로운 비용을 부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원유와 LNG 가격, 해상운임과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컸다.
이러한 법적·전략적·경제적 문제를 고려해 트럼프는 통행료 부과를 철회하고, 걸프 국가들과의 투자 및 경제협력을 통해 미국의 안보비용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는 통행료라는 직접적인 방식보다 양자협력을 통해 비용을 분담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결과였다.
그러나 철회된 것은 비용 회수 방식이지 미국의 전략 자체는 아니었다. 미국은 같은 시기 대이란 해상봉쇄를 예정대로 시행하고, 이란의 해안 군사시설에 대한 연속 공습도 계속했다. 즉, 미국은 호르무즈의 질서를 관리하겠다는 목표는 유지한 채 그 수단만 조정한 것이다.
결국 20% 통행료는 하루 만에 사라졌지만, 국제사회에는 새로운 질문을 남겼다. 국제해협의 안전을 유지하는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비용을 요구할 정당한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질문은 이후 호르무즈 통항권과 통제권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의 출발점이 됐다.
Ⅲ. 트럼프의 제안은 왜 이란의 서비스료 요구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20% 통행료 구상은 하루 만에 철회됐지만, 국제정치적으로는 더 큰 의미를 남겼다. 그것은 호르무즈의 안전을 유지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그 비용을 요구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새로운 논쟁을 촉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은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인만큼 어느 국가도 자유로운 통과통항을 제한하거나 비용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먼저 해협의 안전을 제공하는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면서, 이란 역시 연안국으로서 일정한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새로운 논리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
이란은 이러한 변화를 즉시 활용했다.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미국의 20% 구상에 대해 “20%는 너무 많다. 우리는 훨씬 공정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반응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풍자가 아니라, 미국이 먼저 비용 부과의 가능성을 인정했다면 연안국인 이란도 통항관리와 안전서비스를 명분으로 일정한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전략적 메시지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행세와 서비스료의 차이이다. 통행세는 해협을 통과하는 행위 자체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지만, 서비스료는 항로관리, 구조활동, 기뢰 제거, 환경보호, 안전관리 등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제법적 판단은 비용의 명칭보다 실제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그리고 자유로운 통과통항을 침해하는지가 기준이 된다.
이러한 논의는 오만이 제안한 공동관리 구상과도 연결된다. 오만은 남측 자유항로와 북측 이란 승인항로를 병행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호르무즈의 관리체계가 장기적으로 어느 한 국가의 일방적 통제보다 국제적 공동관리와 비용분담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트럼프의 20% 제안은 철회되었지만, 호르무즈를 둘러싼 논쟁은 군사력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이제 경쟁의 중심은 통항권과 통제권, 비용부담과 국제규범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논의는 호르무즈의 새로운 질서 형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Ⅳ. 미국과 이란의 공방은 통제권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2026년 7월 7일부터 15일까지 전개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공방은 단순한 보복과 재보복의 반복이 아니었다. 양측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호르무즈의 통제권에 영향을 미치려 했으며, 공격 대상과 작전 방식 역시 이러한 전략적 목적에 따라 선택됐다.
미국은 해협을 직접 점령하기보다 이란이 상선을 공격하고 항행을 방해하는 데 필요한 군사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7월 7일부터 이어진 연속 공습은 해안레이더와 방공망, 대함미사일 기지, 드론 운용시설, 혁명수비대(IRGC) 해군기지와 지휘통제시설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이는 개별 공격에 대한 일회성 보복이라기보다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거부능력(Denial)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연결된 감시·탐지·지휘·타격체계를 단계적으로 약화시키려는 작전이었다.
7월 15일 미국이 그레이터 툰브섬의 군사시설을 타격한 것은 이러한 작전의 범위가 호르무즈 입구의 전략적 거점으로 확대됐음을 보여줬다. 이 섬의 군사시설은 해협으로 접근하는 선박을 감시하고 이란의 해안 방어전력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미국의 공격은 섬 자체를 점령하려는 행동이라기보다, 호르무즈 입구에서 이란의 감시와 대함 타격능력을 약화시키려는 조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해상에서 미국의 대응도 한 단계 강화됐다. 대이란 해상봉쇄가 시행된 이후 미국은 이란으로 향하던 유조선 벨마호를 무력화하고 다른 선박들의 항로를 변경시켰다. 이는 공습을 통해 이란의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수준을 넘어, 해상에서 선박의 이동을 선별하고 미국이 설정한 규칙을 실제로 집행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다만 미국의 해상봉쇄는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차단하는 전면봉쇄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란 항만을 출입하거나 이란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 봉쇄라고 설명하면서, 비이란 목적지로 향하는 중립국 선박의 통과는 보장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는 이란의 경제적·군사적 지속능력을 압박하면서도 자유항행 원칙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었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해협의 질서를 직접 관리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상선과 유조선에 대한 공격, 봉쇄 위협, 미군 주둔국을 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통해 호르무즈가 언제든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집중하였다. 이란의 목적은 모든 선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기보다, 미국이 안전한 통항질서를 완성하지 못하도록 불확실성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에 경제적·정치적 비용을 부과하는 데 있었다.
이란의 전략은 실제 해운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선사들은 미국이 제시한 안내항로와 호송만으로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운항을 연기하거나 우회항로를 선택했다. 보험회사들도 위험도를 높게 평가하면서 보험료와 해상운송 비용이 상승했다. 이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선사와 보험시장의 신뢰까지 즉시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거부능력과 통제권(Control)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소형 고속정 등 비대칭 전력을 통해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방해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상대방의 활동을 방해하고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통제권은 모든 선박이 예측 가능한 규칙에 따라 항행할 수 있도록 안전한 항로를 유지하고, 그 규칙을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아직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이란의 군사시설을 정밀타격하고 특정 선박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강력한 군사적 집행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선사와 보험회사들이 호르무즈를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해역으로 다시 인식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우위가 곧바로 안정적인 통제권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미국과 이란은 서로 다른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거부체계를 약화시키고 국제해상교통을 복원함으로써 통제권을 구축하려 한다. 반면 이란은 해협 전체를 관리하지 못하더라도 상선과 에너지 시장에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조성함으로써 미국의 통제권 확립을 저지하려 한다. 미국은 질서를 만들고 집행하려 하고, 이란은 그 질서가 완성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구도이다.
따라서 7월의 호르무즈 공방은 어느 쪽이 더 많은 군사시설을 파괴했는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핵심은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통항질서로 전환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란이 유지하는 거부능력을 지속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가에 있다.
현재까지 미국은 공격능력과 해상 집행능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이란은 불확실성을 유지하고 질서 회복의 비용을 높이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도 호르무즈의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지는 못하였다. 이것이 현재 호르무즈에서 형성되고 있는 전략적 교착이며, 다음 단계의 핵심은 이러한 군사적 공방을 누가 지속 가능한 질서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있다.
Ⅴ. 호르무즈 통제권은 누가 최종적으로 갖게 되는가
2026년 7월 호르무즈에서 전개된 미국과 이란의 공방은 현대 해양전략에서 통제권(Control)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더 강한 해군력이나 더 많은 군사거점을 확보한 국가가 특정 해역을 지배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늘날 호르무즈에서 통제권은 단순한 군사적 우위나 물리적 점령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국제해상교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예측 가능한 통항규칙을 만들며, 그 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실질적인 통제권이 형성된다.
미국은 이번 공방에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다시 입증했다. 이란의 해안레이더와 방공망, 대함미사일, 드론 운용시설, 지휘통제체계를 연속적으로 타격하고 대이란 해상봉쇄를 시행하면서 해협의 질서를 실제 행동으로 집행하려 했다. 이는 필자가 제시해 온 현장 집행전략(AFIB)의 전형적인 작동을 보여준다. AFIB는 단순히 군사력이 현장에 전개돼 있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배치된 전력이 최고통수권자의 전략적 결심과 동시에 즉각 행동으로 전환돼 국제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호르무즈 공방은 단발적인 AFIB만으로는 해협의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보여줬다. 이란의 상선 공격과 미사일·드론 위협은 한 차례의 보복공습만으로 제거되지 않았으며, 미국은 반복적인 공습과 해상봉쇄, 정보·감시·정찰(ISR), 선박검색, 항로안내, 외교압박과 경제제재를 지속적으로 결합해야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장 집행전략(AFIB)’은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으로 발전한다. CAFIB는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한 번 행동시키는 전략이 아니라, 군사·외교·경제·정보수단을 연속적으로 운용하여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이다. 미국이 7월 7일부터 이어 온 연속 공습과 해상봉쇄, 선박 통제와 외교적 압박은 이러한 CAFIB의 작동방식과 부합한다.
CAFIB의 핵심은 공격의 반복 자체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란의 개별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거부능력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지 못하도록 감시·지휘·타격체계 전체를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데에 있다. 동시에 선박의 통항을 보장하고, 해운업계와 보험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며,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통항규칙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CAFIB는 군사력의 연속적 사용이면서 동시에 질서의 연속적 집행이다.
반면 이란은 위협 유지전략(TIB)을 통해 미국의 질서 집행에 대응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정면으로 해상우위를 경쟁하거나 해협 전체를 완전히 관리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미사일과 드론, 기뢰, 소형 고속정, 상선 공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언제든 호르무즈의 안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고 있다.
TIB의 전략적 효과는 실제 공격의 규모보다 위협이 계속 존재한다는 믿음에서 발생한다. 상선 한두 척에 대한 공격이나 제한적인 봉쇄 위협만으로도 선사와 보험회사가 위험을 높게 평가하고 운항을 연기한다면, 이란은 적은 비용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가할 수 있다.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더라도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안정적인 통제권으로 전환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호르무즈에서는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과 위협 유지전략(TIB)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질서를 구축하고 집행하려 하며, 이란은 그 질서가 완성되지 못하도록 불확실성과 위협을 유지한다. 미국이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란의 TIB가 해운시장과 국제사회에 지속적인 위험인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의 TIB 역시 한계를 갖는다. 위협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국제사회가 이란을 통항질서의 관리주체가 아니라 국제해상교통을 위협하는 행위자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필자가 제시한 ‘위협 유지 전략의 전략적 과잉확장(SOT·Strategic Overextension of TIB)’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이 봉쇄와 공격을 반복해 단기적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위협이 과도해질수록 국제적 정당성을 잃고 미국의 군사적 대응과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촉진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러한 CAFIB와 TIB의 충돌만으로는 호르무즈의 안정적인 질서가 완성되지 않는다. 군사적 집행과 위협 억제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선사와 보험회사, 에너지 시장이 신뢰하는 통항체계를 만들 수는 없다. 군사력과 국제법, 외교와 경제, 비용분담과 통항규칙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가 필요하다. 전략적 질서관리는 군사적 승리를 관리하는 개념이 아니라, 군사력과 국제규범, 억제와 집행, 외교협상과 경제적 비용분담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통합하여 예측 가능한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상위 전략이다.
호르무즈에서 전략적 질서관리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이란의 상선 공격과 거부능력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적 집행력이 유지돼야 한다. 둘째, 중립선박의 자유로운 통과통항을 보장하는 국제법적 규칙이 명확해야 한다. 셋째, 기뢰 제거와 항로관리, 구조와 호송에 필요한 비용을 어느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된 방식으로 분담해야 한다. 넷째, 미국과 이란뿐 아니라 오만과 걸프 국가, 국제해사기구와 주요 해운국이 참여하는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결국 호르무즈의 최종 통제권은 더 많은 군사시설을 파괴한 국가에게 자동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지속적인 질서집행으로 전환하고,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통항규칙과 안전을 제공할 때 비로소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이 위협과 거부능력만을 유지한다면 일정한 협상력은 확보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관리권까지 얻기는 어렵다.
트럼프의 20% 통행료 구상은 하루 만에 철회됐다. 그러나 그 사건이 제기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호르무즈의 안전을 누가 보장하는가.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그리고 그 질서를 누가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국가는 단순히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아니다. 군사력을 국제규범과 연결하고, 비용분담을 국제적 합의로 전환하며, 해운시장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국가가 최종적으로 호르무즈의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현대 해양전략에서 통제권의 본질은 점령이 아니라 질서이며, 일회성 무력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능력이다. 호르무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은 해협의 소유권을 둘러싼 싸움이 아니라 국제질서의 관리권을 둘러싼 새로운 전략경쟁이다.
에필로그: 호르무즈 해협 통제조건
트럼프 대통령의 20% 통행료 구상은 하루 만에 철회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하나의 정책이 실패한 사례가 아니라, 호르무즈를 둘러싼 국제질서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번 공방을 통해 확인된 것은 분명하다. 해협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는 통제권을 확보할 수 없으며, 압도적인 군사력만으로도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질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통제권은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을 유지하며, 그 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
앞으로 호르무즈의 경쟁은 군사력의 우열을 넘어 통항권과 통제권, 비용분담과 국제규범, 그리고 질서관리 능력을 둘러싼 경쟁으로 발전할 것이다. 결국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관리권은 가장 강한 국가가 아니라 가장 신뢰받는 질서를 제공하는 국가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해협의 주인은 통행료를 요구하는 국가가 아니라 안전한 질서를 제공하는 국가다. 이것이 2026년 호르무즈가 국제사회에 남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교훈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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