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카타고, ‘사람 바둑’서 볼 수 없었던 초식 구사

신진서 “너무 이상한 수 당해 제 스타일 판못짜”

19일 제2국 다시 도전…“흔들리지 않겠다”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인공지능(AI)과 접바둑 대결에서 완패한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대국 초반 ‘카타고’(KataGo)의 변칙 수법에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신진서는 17일 서울 중구 청파로 한국경제TV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 1국에서 245수 만에 흑 불계패한 뒤 “한 달 동안 준비한 게 한 수에 날아갔다”고 말했다.

이날 카타고는 신진서를 상대로 그동안 ‘사람 바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식을 구사했다.

신진서가 두 점을 깐 상태에서 첫수로 좌상귀 화점을 차지한 카타고는 신진서가 우하귀 소목에 돌을 놓자 3수로 우상귀 세칸 높은 걸침을 했다.

TV 해설을 하던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은 이 수에 대해 “평생 바둑을 두면서 처음 보는 수”라며 “우상귀에 걸친 것인지, 우변을 갈라친 것인지도 애매한 수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국가대표 감독조차 처음 보는 수에 대국 당사자인 신진서는 더 당황했다.

신진서는 “초반에 사람 바둑에서 접하지 못한 너무 이상한 수를 당하다 보니 재대국을 해야 하나…내가 연구했던 것과는 세팅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석 구상도 했는데 당혹스러운 수를 당하다 보니 제 스타일로 판을 짜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카타고가 두 번째 수로 우상귀에 세 칸 높은 걸침 수를 뒀다. 타이젬 홈페이지 캡쳐
카타고가 두 번째 수로 우상귀에 세 칸 높은 걸침 수를 뒀다. 타이젬 홈페이지 캡쳐

신진서는 초반에 예상치 못한 수를 당했지만, 중반까지는 유리한 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중앙 백 대마 공격에 나섰다가 실패하면서 쉬웠던 형세가 끝내 역전되고 말았다.

신진서는 “중반까지 13집 정도 유리하면 후반에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확신하지 못했다”며 “중앙 대마 공격에 나섰지만, 카타고가 너무 쉽게 타개에 성공했다”고 승부처를 돌아봤다.

1국에서 완패한 신진서는 “포석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국은 후반 끝내기 바둑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버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번 대결은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10년 만에 열린 인간 최정상 기사와 AI의 맞대결이었다. 그동안 크게 향상된 AI의 기력을 고려해 신진서가 흑돌 두 점을 미리 놓고 시작하는 2점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신진서는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제2국에서 다시 승리에 도전한다. 이번 3번기는 승패와 관계없이 세 판을 모두 치른다. 신진서에게는 대국당 5000만 원씩 총 1억5000만 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한 판을 이길 때마다 승리 수당 5000만 원을 추가로 받고, 2승 이상을 거두면 제네시스 G90도 받는다.

신진서에게는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지며, 카타고는 매 수 20초 안에 수를 결정한다.

이예린 기자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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