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관학교 창설안, 군 현실 오해한 탁상공론·안보 흔드는 위험천만한 발상

사관학교 교과과정이 70% 중복은 착시현상…단순 무식한 산술논리

드론·AI 기술, 각 군 용도에 맞게 전문적으로 시행해야지 통합한다고 될 일 아냐

육사 지방 이전 시 브랜드 가치 잃고 하위 선택지로 전락 입학 성적 하락 가속화

‘합동성 강화’ 위해 통합 명분은 우리 군 체제와 교육 체계 부정하는 자가당착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최근 국방부와 민주당이 군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폐교해 하나로 묶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안을 발표했다.

교과과정의 중복, 미래전 대비, 입학성적 하락, 합동성 강화, 지원인력 중복 등 그들이 내세는 명분은 얼핏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교육의 본질과 미래전의 속성, 그리고 군의 현실을 오해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자, 국가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첫째, ‘각 사관학교 교과과정이 70% 중복돼 통합한다’라고 하는데, 이 수치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전국 모든 대학의 기초 학문이나 교양과목은 상당 부분 겹친다. 인문대와 정경대학의 기초교양 과목이 겹친다고 둘을 통폐합하지 않듯이, 대한민국 장교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학교를 합치자는 것은 단순 무식한 산술적 논리다.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은 강의실 안뿐 아니라, 각 군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호흡하는 생도생활 전반에 있다. 국방부는 30%의 전문 교육이 고학년에만 임박해 이뤄져도 되는 것처럼 치부하지만, 이는 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이다. 차별화된 30%의 교수부 교육 외에 군사학, 체육 및 훈육 교육은 입학과 동시에, 즉 저학년 시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4년간 단계적·체계적으로 장교성(Officership)으로 내재화 된다.

안규백(왼쪽 두번째) 국방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강군 육성, 국군사관학교 창설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왼쪽 두번째) 국방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강군 육성, 국군사관학교 창설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관생도는 자치제도를 통해 4년간 각 군의 전 계급을 몸소 체험하며 리더십을 배운다. 1·2학년 때는 병사 역할을 체험하며 부하들의 마음을 역지사지로 이해하고, 3학년은 부사관 역할을 맡아 조직의 허리인 중간 관리자 능력을 기르며, 4학년은 장교생도로 임명돼 병(兵) 생도, 부사관 생도를 직접 지휘하며 ‘장교의 도(道)’를 체득한다.

이 독자적인 교육 환경을 섞어버리면 각 군의 전문성과 명예심은 통째로 와해된다.

둘째, 드론전, AI(인공지능)전, 우주전 등 ‘미래전 대비’를 위해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첨단 기술의 적용을 오해한 결과다.

미래전은 대충 섞인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아니라, 각 분야의 ‘초전문가(Expert)’들이 정밀하게 결합하는 전장이다. 드론과 AI 기술은 현대의 컴퓨터나 영어처럼 장교라면 누구나 다뤄야 할 ‘공통의 도구’이되, 각 군별로 사용 목적과 영역이 다르다. 이 서로 다른 기술에 관한 교육은 각 사관학교의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각 군 용도에 맞게 전문적으로 시행해야지 통합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기술 교육을 핑계로 군 고유의 지상·해상·공중 작전 전문성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본말전도다. 오히려 미래전일수록 극한의 환경에서 부하들을 이끌 인간 지휘관의 야전성과 군별 리더십이 더 절실해진다.

셋째, ‘입학성적과 지원율 하락, 인구 감소’를 통합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원인에 대한 처방이 완전히 잘못되었다.

현재 사관학교 입학성적과 지원율이 떨어진 본질적인 원인은 초급장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불안한 미래 비젼, 병사 복무기간 단축 및 봉급 인상으로 인한 장교 메리트 급감에 있다. 원인은 처우에 있는데 학교를 합치겠다는 것은 엉뚱한 곳에 약을 바르는 꼴이다.

특히 육사의 경우 서울 소재라는 지리적 프리미엄을 통해 비교적 우수 자원을 흡수해 왔다. 만약 세 사관학교를 지방의 한 부지로 통합해 버린다면 육사는 순식간에 브랜드 가치를 잃고 하위 선택지로 전락할 것이며, 이는 우수 자원 기피를 심화시켜 입학성적 하락을 가속화하는 자멸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인구 감소에 따라 사관학교를 통합한다는 것은 병력수와 사관생도 수를 줄이겠다는 것인가? 대적하는 북한은 100만 병력에 최고 엘리트를 장교로 선발하고 있다. 인구가 줄수록 대체 병력을 확충하고, ‘어설픈 다재다능’이 아니라 ‘압도적 전문가’ 장교 양성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지난 16일 챗 GPT로 그린, 대전 자운대 설립 국군사관학교 조감도 AI 그림.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지난 16일 챗 GPT로 그린, 대전 자운대 설립 국군사관학교 조감도 AI 그림. 국방부 제공

넷째, 육·해·공군의 ‘합동성 강화’를 위해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명분은 우리 군 체제와 교육 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이다.

우리 군은 통합군이 아니라 합동군이다. 육.해.공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훈련 및 전장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군 체제다.

진정한 합동성은 각 군의 고유한 전문성이 100% 발휘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자기 군의 전술과 작전 환경도 제대로 모르는 초임 장교들에게 섣부르게 합동성을 주입하겠다는 것은 기초체력도 없는 선수에게 고급 기술을 가르치겠다는 것과 같다.

이미 우리 군은 각 군의 전문성을 선행 확보한 후, 영관급 장교가 되면 대전 자운대의 각 군 대학과 합동군사대학에서 합동 작전을 심층적으로 교육받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단계별 보수교육 체계를 무시하고 사관학교 시절부터 억지로 합쳐놓겠다는 것은 군을 하향 평준화하겠다는 소리에 불과하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등 합동군 체제의 선진 국방강국이 독립된 사관학교를 유지하고 있다. 자위대 일본이나 병력 10만도 못되는 캐나다·호주 등 나라를 빗대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섯째, 육·해·공사가 따로 있어 생도 2900여 명을 양성하는 데 약 3000명의 지원 인력이 필요하니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는 군사 인프라의 특수성을 무시한 수치 왜곡이자 탁상공론이다.

사관학교의 지원 인력 3000명은 노는 인력이 아니다. 공사의 활주로 관리, 비행 정비, 관제 요원이나 해사의 군함 및 함정 시뮬레이터 유지보수 등 거대한 작전 인프라를 운용하는 필수 전문 병력이 포함된 숫자다. 학교를 물리적으로 한 곳에 합친다고 해서 활주로 정비사가 군함을 고칠 수는 없으므로, 이 인력은 통합하더라도 줄어들지 않는다.

또한, 육·해·공사가 전·후방 각지에 분산 배치된 것은 예산 낭비가 아니라 야전·바다·하늘이라는 각 군의 전장 환경에 맞춘 최적화 투자이다. 사관학교는 일반 민간 대학이 아니라, 평시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영외 ‘군사 작전 기지’이다. 안보의 가치를 가성비라는 경제적 잣대로만 재단해 인프라를 해체하면, 정작 전시에 군의 전문성 마비라는 대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국방부가 겉으로 내세우는 통합의 명분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사관학교 통폐합 진짜 이유는 애초 내세웠다는 ‘내란세력 척결’이나 ‘육사 카르텔 해체’임이 자명하다.

사관학교에 이와 같은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육사 출신 장교와 예비역, 생도들에 대한 모독이다. 과거의 사조직 폐해는 문민화 개혁을 통해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 군 역사에서 정치에 개입한 인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다수 육사 출신 장교들은 전·후방 각지에서 오직 호국의 임무 하나에만 매진하며 피와 땀을 흘려왔다.

만약 일부 인사의 정치적 일탈이나 계엄 관여가 문제여서 하는 조치라면, 그 계엄을 명령한 대통령의 모교도 폐교시킬 것인가?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모교의 폐교로 연결 짓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용납될 수 없는 극단적인 연좌제이자 모순이다.

사관학교는 정치적 전리품이나 개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타깃이 아니라, 국가 생존이 걸린 최후의 보루다. 정치적 논리와 가짜 효율성으로 사관학교를 해체하려는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지금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군을 정치적으로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생도들이 자부심과 비젼을 품고 첨단 전술 연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해체와 통합에 들어가는 비용을 첨단 무기 확보와 장교 처우 개선, 현 독립된 사관학교 교육개선에 투자하는 것, 그것이 부국강병의 길이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37
  • 좋아요 4
  • 감동이에요 7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