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의 ‘호프’ 210만 돌파

 

◇ 누가 많이 봤나

관객 10명중 6명은 남성

OTT 보던 2030도 복귀

 

◇ 칸에선 감상평 갈려

“오감 자극 ‘미친 오락영화’”

“CG 미흡… 산만하고 길어”

 

◇ 손익분기점 600만

총·해술아저씨 등 곳곳 ‘떡밥’

분기점 넘기면 속편 나올 듯

주인공 성기(조인성)가 외계인을 피해 말을 타고 달아나는 장면은 루마니아 숲에서 촬영해 신비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주인공 성기(조인성)가 외계인을 피해 말을 타고 달아나는 장면은 루마니아 숲에서 촬영해 신비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호프’가 2026년 개봉작 최고 오프닝(33만 명) 성적을 작성한 데 이어 닷새 만에 212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기근에 시달리는 충무로에 단비를 뿌렸다. 올해 최단기간 200만 돌파다. 극장 방문이 뜸했던 남성, 2030 관객들의 발길을 돌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난해한 스토리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관람객들은 다양한 ‘해석 놀이’를 이어가며 ‘호프’를 ‘씹고 뜯고 맛보고’ 있다.

◇男·2030 관객이 돌아왔다

멀티플렉스 CGV 기준, 개봉 당일인 15일 ‘호프’의 예매 비중을 보면 남성 62%, 여성 38%였다. 영화 선택 과정에서 여성 관객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결과다. 올해 박스오피스 1, 2위에 오른 영화 ‘왕과 사는 남자’(남 43%·여 57%), ‘군체’(남 46%·여 54%)도 여성 관객 비중이 높았다. 그만큼 보다 많은 젊은 남성 관객들이 호응했다.

극장 영화보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선호하던 2030 관객의 예매 비중이 높다는 것도 주목할 요소다. 개봉 당일 기준 ‘호프’의 세대별 예매 비중은 20대(29%), 30대(28%), 40대(23%) 순이다. 휴머니즘이 강조된 ‘왕과 사는 남자’에 40대(28%) 예매 관객이 몰렸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젊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볼만한 콘텐츠”라고 판단한 셈이다.

◇“역시 나홍진”vs“이게 무슨 영화?”

‘호프’에 대한 반응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때부터 희비가 교차했다. “멈추지 않는 광란의 외계인 전투는 최고 수준의 오락”(영국 가디언), “칸의 전형적인 문법을 깨는 시각적 충격”(프랑스 르 몽드)이라는 호평과 “CG 완성도가 몰입을 방해한다”(미국 인디와이어), “산만하고 지나치게 길다”(미국 버라이어티)는 혹평이 공존했다.

‘호프’를 둘러싼 평가는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감을 자극하는 액션극이자 오락물로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지만, 나 감독 특유의 집요한 디테일과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창동 감독 역시 “‘호프’는 긴장감, 서스펜스, 타격감, 속도감 등 모든 요소를 한계치 이상으로 보여주는 미친 영화”라면서 이야기의 개연성보다는 장르 영화로서의 매력에 무게를 뒀다.

마을에 등장한 미지의 생명체를 찾기 위해 총을 잡은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은 상상도 못 한 존재의 등장에 크게 놀라고, 그들 앞에 3∼4m 크기의 외계인이 지붕을 뚫고 등장한다.
마을에 등장한 미지의 생명체를 찾기 위해 총을 잡은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은 상상도 못 한 존재의 등장에 크게 놀라고, 그들 앞에 3∼4m 크기의 외계인이 지붕을 뚫고 등장한다.

◇미끼를 물면 더 재미있다

나 감독의 전작 ‘곡성’ 이후 “미끼를 물어버렸다”는 대사는 유행어가 됐다. 실제로 나 감독은 영화 곳곳에 ‘떡밥’을 뿌려 놓는다. 시네필들은 그 떡밥을 찾고 의미를 파헤치는 것에도 열광한다.

나 감독은 ‘호프’에는 다양한 미끼를 던졌다. 일단 총이 잔뜩 등장한다. 작은 어촌 마을에 왜 총이 많고, 노인들까지 총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 속에 답이 있다. “이 총 어디서 나왔어?”라는 질문에 주인공 성애(정호연)는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해요!”라고 대거리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나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일갈이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를 보면서 굳이 현실성을 운운하지 말라는 뜻이다.

극 중 해술(임현식) 아저씨는 ‘호프’의 주제와 연결된 인물이다. 많은 등장인물이 “해술 아저씨가 그랬어? 그럼 맞어”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그가 내뱉는 말의 진실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런 맹목적 믿음에서 오해가 발생하고, 인간과 외계인의 사투도 오해에서 출발한다. 나 감독은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것은 ‘세상의 모든 비극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계인 캐릭터의 시각특수효과(VFX) 완성도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대다수 크리처물이 어두운 환경 속에서 표현되는 반면, ‘호프’는 한낮의 대결을 그린다. 자연광 아래서 외계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정면승부’가 나홍진 감독답다는 반응도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속편 제작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열린 결말을 택한 데다가, 쿠키 영상은 속편을 염두에 둔 듯한 반전 상황을 보여준다. 결국 ‘호프’의 흥행 성공에 속편 제작의 명운이 달렸다.

그렇다면 흥행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호프’의 순수 제작비는 약 500억 원, 홍보·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약 560억 원이다. 이 중 해외판매를 통해 이미 230억 원을 회수했기 때문에 국내 관객 60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다. 역대 나 감독의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베트남 시장에는 직접 배급하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흥행에 성공한다면 수익이 크게 치솟을 전망이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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