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현판.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현판. 연합뉴스

“반복 담합에 면죄부”…피해구제·리니언시 제도 재검토 촉구

수년간 가격을 담합한 인쇄용지 제조·판매 대기업들의 과징금을 2000억 원가량 감면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중소 인쇄업체들이 “반복 담합에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제지사들이 용지 판매가를 70% 이상 올리면서도 납품대금에는 반영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피해 배상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해 중소 인쇄업체들은 2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막대한 과징금을 면제·감액한 공정위 결정에 깊은 우려와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당초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6개 제지사에 부과하기로 한 과징금은 총 3,383억 원이었으나 지난달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가 적용돼 최종 1441억 원으로 축소됐다. 한솔제지의 과징금 1425억 원은 전액 면제됐고, 무림 계열사(무림페이퍼·무림피앤피·무림에스피)도 517억 원이 줄어 1942억 원이 감면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인쇄용지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하는 6개 제지사는 담합 기간인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인쇄용지 판매가를 평균 71% 인상했다. 중소 인쇄업체들은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와 고용 불안, 설비투자 위축 등 경영난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들어 제지사의 인쇄용지 담합 적발은 2002년과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중소 인쇄업체들은 “대기업들이 장기간 담합을 지속하는 이유는 담합으로 얻는 부당이득이 제재로 인한 손실보다 크고, 적발돼도 리니언시를 출구전략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제도 본연의 취지를 훼손하고 시장 내 담합 억제력을 급격히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위의 과징금 감면 결정의 법적 근거 및 투명한 심의 과정 공개와 함께 “정부는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기업의 담합 행위로부터 영세 인쇄산업을 보호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과 제도 개선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준우 기자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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