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선언문, 미래전의 본질과 군사 전문성의 원리를 지나치게 단순화

전문성이 약화된 상태에서 통합은 시너지가 아닌 작전적 혼선만 초래

사관학교 통합 1~2학년 공통교육 시 초임장교 임무수행에 심각한 문제

장교양성 출발점 사관학교부터 획일적 단일화, 합동군 기본 원리에 안맞아

학부 통합이 임관 후 합동작전 능력 향상시킨다는 검증된 연구 제시안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27일 오후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교수 및 훈육관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27일 오후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교수 및 훈육관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최근 일부 예비역 장성과 안보 인사들이 발표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 지지선언문’은 미래전의 본질과 군사 전문성의 원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으며, 합동성과 사관학교 통합을 동일한 개념으로 오인하고 있다. 안보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국가 안보의 백년대계는 검증된 군사학적 원칙과 현실적인 안보 환경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국군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지지선언문의 주요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1. 미래전의 핵심은 ‘통합교육’이 아니라 ‘전문성에 기반한 합동성’

지지선언문은 인공지능(AI)·우주·사이버전이 융합된 단일전장(Single Battlespace)이 도래했으므로 사관학교 통합이 필연적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전장의 상호연계성과 작전 영역의 고유성을 혼동한 오류다.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 영역은 물리적 작전 환경과 전술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래전일수록 각 영역의 첨단 무기체계와 전술을 깊이 이해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선행돼야 한다.

합동은 전문성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전문성을 전제로 하는 작전 개념이다. 진정한 합동성(Jointness)은 각 군의 전문성을 하나로 뭉뚱그려 평준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예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Interoperability)할 때 비로소 발휘된다. 전문성이 약화된 상태에서의 통합은 시너지가 아닌 작전적 혼선만을 초래한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 수필가.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 수필가.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2. 장교는 대학생이 아니라 4년에 걸쳐 길러지는 군사 기초 전문가

지지선언문은 사관학교 4년을 단순한 학부 과정으로 폄하하며, 임관 후 직능 교육으로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시각이다.

4년의 사관생도 기간은 단순 학점 취득이 아닌, 각 군 고유의 전술적 사고, 현장 판단력, 리더십, 그리고 군종별 정체성을 삶 전체로 체화하는 대체할 수 없는 과정이다.

더불어 육군의 지상전 기본 전술, 해군의 함정 항해 및 해양 작전, 공군의 비행 이론 및 항공 통제 등 초급 장교가 마땅히 갖춰야 할 군종별 기초 전문성을 습득하게 되며, 이 기초 전문성은 임관 후 보직과 보수교육을 통해 더 심화되는 것이다. 만일 사관학교를 통합해 1~2학년을 공통 교육으로 대치하면, 이러한 기초 전문성의 저하로 이어져 초임장교 임무수행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3. 해외 사례 선택적 인용 경계하고, 합동군 체제 본질 직시해야

사관학교 통합 지지자들은 독일과 이스라엘 사례를 인용하지만, 두 나라 모두 대한민국과 동일한 안보 환경이나 장교 양성 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이나 독일은 상비군 17만~18만 명으로 병력수에서 우리와 비교가 안된다.

특히 이스라엘은 징병제를 기반으로 의무복무 중 장교를 선발하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며, 독일 또한 군종별 전문교육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를 대한민국의 4년제 통합사관학교 추진의 직접적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은 육사(웨스트포인트·West Point), 해사(아나폴리스·Annapolis), 공사(콜로라도스프링스·Air Force Academy)를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각 군의 장교 양성 체계를 유지하며 보수 교육을 통해 합동성을 강화하고, 호주 또한 각 군의 특성을 엄격히 반영한다. 일본 방위대학교 역시 공동교육기관 형태를 띠나 졸업 전부터 각 군별 교육과 실습이 철저히 분리돼어 있어, 우리 국방부가 구상하는 ‘통합사관학교’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모델이다.

대한민국 국군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안보 강국들은 각 군의 독자성을 유지하며 협력하는 ‘합동군(Joint Force)’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역시 육·해·공·해병·우주군 등 각 군종이 독립돼 사관학교를 별도로 운용하며, 작전 지휘 시에만 합동(Joint)으로 운용한다. 장교 양성의 출발점인 사관학교부터 획일적으로 단일화하려는 것은 이러한 합동군의 기본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예비역 장군단과 국군사관학교 창설 지지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예비역 장군단과 국군사관학교 창설 지지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 합동성은 캠퍼스 공유가 아닌 ‘임관 후 체계적 합동교육과 실전 훈련’으로 완성​

지지선언문은 4년 내내 동고동락해야 자군(自軍)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 주요 안보 강국의 사례가 입증하듯, 합동성은 임관 후 초·고군반 연계 교육, 합동참모대학, 연합·합동 실전 훈련, 그리고 합동부대 보직 경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국군사관학교와 같은 형태의 학부 통합이 임관 후 합동작전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연구는 제시된 바가 없다. 제도의 변경은 막연한 기대가 아닌 실증적 검증에 기반해야 한다.

5. 예산 절감 논리의 현실적 한계와 비용 검증이 필요

지지선언문은 조직 중복과 인구 절벽을 이유로 대전 자운대 신축 통합 캠퍼스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기존 3개 사관학교의 첨단 인프라와 훈련 시설을 두고 대전 자운대에 대규모 캠퍼스를 신축·이전하는 데에는 막대한 이전비와 신축비, 교육시설 구축비 등이 새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공군의 경우는 훈련을 할 군항과 비행장을 관리·유지하고 수시로 왕래하게 되는 비용도 추가된다. 따라서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또 장성 수 감축이나 지원 인력 효율화는 학교를 폐지·통합하지 않고도 교과과정 교류, 행정 인프라 공유, 상호 교환 학생 제도 등 소프트웨어적 개혁을 통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6. ‘독자적 군별 사관학교’ 유지가 결코 도그마가 아니다

지지선언문은 군별 사관학교 유지를 “고정관념이자 도그마”라고 비난했다.

군별 사관학교를 유지하자는 주장은 ‘군별 사관학교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핵심은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과 대규모 상비군 체제에 가장 적합한 장교 양성 체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세계에 다양한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 안보 현실에 가장 적합하고 검증된 제도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미래전 대비와 합동성 강화라는 개혁의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해법은 사관학교의 물리적 해체와 통합이라는 성급한 실험이 아니라, 각 군 전문성의 고도화와 합동 교육 체계의 발전에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 ▲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추진 즉각 중단 통합안에 대한 독립적인 안보·학술 기관의 객관적 비용·효과 분석 및 영향 평가 실시 각 군의 독자적 전문성을 보존하면서 초급 장교 단계에서부터 합동성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 마련 장교 양성 체계의 개편은 국방의 백년대계인만큼, 군 내부와 안보 전문가 그룹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을 거쳐 신중히 추진할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미래전은 각 군의 전문성을 평준화하는 것으로 대비할 수 없다. 강한 육군, 강한 해군, 강한 공군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합동성이 완성된다. 국가 안보의 백년대계를 성급한 제도 실험에 맡겨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장교 양성 체계는 유행하는 구호가 아니라, 검증된 군사 원칙과 국가 안보의 현실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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