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문장으로 채운 수필·시

싱그러운 청춘 성장·힐링소설

 

기담장르 모은 기묘한 단편집

SF 작가가 쓴 ‘호러해설서’도

 

산문에서부터 인문교양서까지

여름정서 담긴 책 출간 잇따라

‘태양의 계절’ 여름을 실감 나게 하는 것은 때론 ‘한 권의 책’이다. 책을 통해 누군가는 여름을 “밀려드는 시간”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여름에서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인 “열음”을 보기도 한다. 초록 잎에서 싱그러운 ‘청춘 이야기’를 읽어내는 사람도 있고, 더위와 대비되는 서늘한 ‘공포물’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여름의 계절 감각을 각자의 정서로 포착한 책들이 최근 연이어 나왔다. 산문에서부터 시, 소설, 인문교양서 등 장르도 다양하다. 무더위와 장맛비 속에서 이들 책과 함께하는 당신의 여름은 어떤 모습일까.

◇에세이= 소설가, 번역가, 인류학자 등의 기억 속엔 여름이 어떤 풍경으로 남아 있을까.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로 시작하는 ‘계절 쓰기’(물결점)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제주도 세화의 여름 풍경’을 불러온 작가는 “여름 안에 있으면서도 여름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고 말하고, 인류학자 전의령은 베트남 다낭에서의 여름에 대해 “밀려드는 시간 속에서 확보한 작은 피난처”라고 이야기한다. 시인, 수필가, 마케터 등 23명의 저자가 ‘계절 일기’를 써내려간 책도 있다. ‘어른의 여름방학에는 숙제가 없다’(타이피스트)는 각자 겪은 현실의 여름을 일기라는 그릇에 담아낸 책. 한여름 삶의 한복판에서 길어 올린 글에는 “미니 선풍기가 내는 진동이 모터 드릴의 소리처럼 변하는 여름”이나, “나라는 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열매가 달린 여름”이 있다.

◇시집= 여름을 입은 문장으로 빛나는 시집들도 나왔다. 아침달에서는 22권의 시집에서 40편의 여름 시를 골라 수록한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을 내놨다. 20명의 시인은 “수박향이 나는 물고기”에 대해 노래하기도 하고, “물 한 방울에 해변이” 있음을 그 물이 다 마를 때까지 곱씹기도 한다. 여름철 휴가지에 들고 가기 좋은 ‘워터프루프 북’으로 표지부터 눈길을 끄는 시집도 있다. 민음사의 ‘푸른 물속의 시’에서 시인들은 “너의 긴 목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름”이나 “비 내리는 검은 바다”를 가슴에 담는다. 수박 사진으로 표지를 장식한 시집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창비교육)는 고선경, 유선혜, 이제니 시인 등이 여름의 활기를 담은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며 쓴 시 60편을 모았다.

◇소설= 민음사에서 여름 시집과 함께 내놓은 여름 소설집 ‘오렌지빛 해변의 소설’도 있다. 민음사는 “여름의 기이한 시간성을 보여 주는 소설 2편을 묶었다”고 소개하면서 권혜영 작가의 단편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와 김혜진 작가의 단편소설 ‘줄넘기’를 실었다. 이 역시 워터프루프 북이다. 초록 잎과 어울리는 싱그러운 청춘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서현 작가의 ‘여름의 마지막 피치’도 있다. 클라이밍의 짜릿함과 여름의 뜨거운 감각을 엮어낸 성장·힐링 소설이다. 반면 무더위를 물리치는 서늘한 감각의 소설들은 어떨까. 성해나 작가는 ‘인비인’이라는 소설집에서 기담이라는 장르를 통해 기묘하고 서늘한 아홉 편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위태로운 존재들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비문학= 여름철에야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공포물 관련, 눈길을 끄는 책이 또 있다. 한국 과학소설(SF) 장르를 개척해온 작가이자 영화평론가인 듀나의 호러 해설서 ‘공포의 문법’이다. 듀나는 한국에서 공포소설이 주목받기 이전부터 좀비와 뱀파이어 등 다양한 호러 소재를 작품에 도입해왔다. 호러라는 장르가 왜 인간을 끊임없이 매혹하는지 탐구하면서, 스티븐 킹과 에드거 앨런 포 같은 거장들의 작품도 살핀다.

인지현 기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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