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전투로봇, 한국군 투입 로드맵
현대로템·레인보우로보틱스
전투용 로봇개 RB-01K 개발
레이더·야간투시 등 센서 갖춰
운용성 인정… 내년 입찰공고
무인車·잠수정·항공기도 투입
수색·경계 군사병력 대체 기대
장병 5인 인건비로 로봇1기 도입
전쟁·테러시 위험지대 투입효과
한국군이 ‘전투용 다족보행로봇’(로봇개) 실전배치를 검토 중인 가운데 현대로템과 LIG D&A,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이 글로벌 군사용 로봇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로봇개를 비롯해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다목적 무인지상차량(UGV) 등을 앞세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래 전장이 인간 지휘관과 인공지능(AI)이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멈티) 작전 중심으로 재편되며 로봇개 등 군사용 로봇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로보틱스’가 각국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피지컬 AI 기술 발전으로 극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용 로봇이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은 병사 투입 없이 드론과 UGV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는 등 전장에서 보병의 핵심 임무를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정찰드론이 적의 진지를 찾아내면 기관총을 탑재한 UGV가 돌진해 진지 내부를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한국군도 무인전투체계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는 추세에 맞춰 로봇개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최근 현대로템과 삼성전자의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개 ‘RB-01K’ 시제품을 납품받아 실전배치 적합 판정을 내린 군은 내년 초 로봇개 입찰 공고를 내고 최종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1. 한국군 실전배치 앞둔 로봇개 RB-01K는
현대로템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미래 먹거리인 피지컬 AI 제품으로 개발한 로봇개가 RB-01K다. RB-01K는 핵심 부품을 국내 생산하는 등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지상작전용 무인로봇 플랫폼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제작한 로봇개에 현대로템이 총기류와 군용센서, 원격조종 장비를 장착해 군용 체계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로봇 관절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와 다리 모듈 등은 에스피지 등 협력 부품업체에서 생산한다. RB-01K는 기동성과 원격조종, 감시·정찰 등 높은 작전 수행 성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실전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국가 대테러 종합훈련, 한·미 연합훈련 등 다양한 군 훈련에 지속 참여하고 실전 피드백을 거치며 꾸준히 성능이 개선됐다.
2. RB-01K 어떻게 개발됐나
RB-01K와 같은 다족보행로봇은 민수용에 한정돼 개발이 진행돼 왔다. 일상생활에서 일반 건물을 순찰하거나, 공장을 돌며 산업 현장을 점검하는 용도 등으로 주목을 받는 정도였다.
하지만 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군 장비 소요가 증가하면서 전투 및 재난 지역, 도심 등에서 실제 운용이 가능한 국방 로봇 제작·투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평시 및 전시 대테러 임무뿐만 아니라, 일반 전투원 대신 위험한 지역에서의 감시·정찰 임무 등을 수행하기 위한 군의 핵심 전력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로봇 개발을 비롯해 생산, 개선 단계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군의 노력을 통해 빈틈없는 제작 과정을 거쳤다. 육군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반영해 로봇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AI 기능 강화를 통해 군 맞춤형 대테러 로봇의 대량 양산 체계를 구축해 온 상징적인 개발 사례로 손꼽힌다.
3.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현대로템 공동 개발
현대로템과 산업용 로봇 제조 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2022년 4월 ‘국방로봇 분야 교류 및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무인 무기체계와 첨단로봇 기술이 접목된 국방로봇 사업 분야에서 상호 기술 교류 등 다각적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군 전력화를 목표로 한 방산용 다족보행로봇을 개발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산 다족보행로봇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해군연구소, 구글 등에 2족 보행 로봇을 수출한 이후 감시 및 수색용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하는 국방과학연구소 과제에 참여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대로템은 RB-01K 제작 과정에서 체계 종합을,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민수용 다족보행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SW) 등을 군용으로 개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4. 한국군의 RB-01K 도입 및 실전배치 로드맵은
RB-01K는 방위사업청이 2022년 8월 신속연구개발사업 대상 과제로 선정하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2년 만인 2024년 8월 개발 완료한 현대로템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방위사업청을 통해 육군에 시제기 4대를 납품했다. 이 로봇은 2025년 초 군 적합 운용성 인정을 받았으며 이후 6개월 동안 육군 특전사 및 전방사단에서 운용되며 성능과 군사적 활용성을 입증했다. 이후 군 소요가 확정돼 내년 초 입찰 공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5월 미국 방산업체 안두릴과 MOU를 체결한 현대로템은 RB-01K를 비롯한 무인체계의 통합관제를 통해 군집제어와 자율 임무수행 등 성능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5. RB-01K가 도입되면 어떤 임무 맡나
로봇개 RB-01K는 평상시 전방 수색·경계 업무 수행 등 부족한 군 병력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화상, 야간투시, 레이더 등 군용 센서를 활용해 적 탐지와 전방 수색에 쓰인다. 앞으로 맡게 될 주요 임무는 감시·정찰, 원격사격 등 전투 지원 임무로 전방 사단 배치를 통해 병력 연계 수색·정찰·감시·경계 및 대응 시범 운용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RB-01K는 특수작전 및 전방 작전에 활용도가 높아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 기존 궤도·차륜형 장비의 한계를 극복할 전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양한 임무 장비를 탈부착할 수 있어 임무 활용 범위도 넓다. 주간 어라운드 카메라와 야간 근접 카메라를 장착해 감시 정찰에 활용할 수 있고, 체온 측정 장비와 로봇팔 등을 부착해 방역 작전과 장애물 제거 임무에도 투입 가능하다. 비살상무기 발사장치와 권총 등을 장착할 경우 진압 작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
6. 미국·중국·대만의 로봇개 군단은
중국과 미국은 이미 전투용 로봇개 테스트를 마치고 실전배치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한 4족 보행 로봇개 군단을 공개하며 실전배치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베이징(北京) 군사지능기술장비박람회에서는 잠복 침투와 산악·시가전, 정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개 ‘로봇 마스티프’가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은 2024년 ‘론 울프’라고 명명한 로봇개 등에 AI로 구동하는 소총을 장착시켜 발사하는 무기체계 리허설을 중동에서 진행했다. 해당 로봇개는 무인항공기(드론) 등 공중표적에 대한 사격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지난 4월 도심 작전 지원 등을 목표로 한 4족 보행 로봇 도입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만군은 로봇개를 포함한 지상 플랫폼과 드론 21만 대 이상 확보를 위해 1조2400억 대만달러(약 56조 원) 규모 예산을 책정했다.
7. 로봇개 이외 군 실전 업무 투입할 로봇 라인업은
미래 전장에서 보병을 대체하고 적군과 싸울 로봇 전력의 대표주자는 UGV다. 기계화부대 선단에서 위험지역 수색·정찰·경계·폭발물 탐지 등 임무를 담당한다. 최신 UGV의 경우 6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원격조종 또는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해상에선 수중자율기뢰탐색체(AUV)와 무인잠수정이 주목받는다. AUV는 바닷속을 자율 기동하면서 기뢰를 탐색하거나 수중 물체에 대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무인잠수정은 장거리 정찰·감시, 필요시 타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플랫폼이다. 전투용 무인수상정(MUSV)은 최고의 해상전력으로 꼽힌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MUSV로 러시아의 케르치대교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의 러시아 군함을 공격하기도 했다.
공중에선 소형 스텔스 무인기와 멀티로터형 무인항공기(MUAV)가 투입돼 정찰·공격 등 임무 수행에 나선다. 미군이 도입하려는 ‘고스트배트’는 AI 기반으로 자율 비행하면서 전자전 수행 및 유인 전투기의 ‘윙맨’ 역할까지 맡는다. 지난해 말 호주 공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F/A-18F 슈퍼호닛 전투기와 팀을 이뤄 전투기급 표적 무인기를 격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8. 인력 대체 등 군사용 로봇 도입 기대효과는
로봇개 등 군사용 로봇의 인력 대체 효과는 상당하다. 올해 기준 육군 장병 한 명의 18개월 복무 비용은 2000만 원 선이다. 장병 5명의 인건비로 24시간 교대 근무가 가능한 전투로봇 1기를 도입할 수 있는 셈이다. 전쟁, 테러 상황에서는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진다. 병력보다 먼저 위험지역에 투입돼 적 또는 폭발물을 탐지하거나 직접 교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040년 상비군 병력이 3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군 병력을 대체할 합리적 대안인 셈이다.
9. 전 세계 군사용 로봇시장 규모
현재 전 세계 군사용 로봇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장 환경이 정찰·경계 중심에서 무인화·원격화로 바뀌면서 로봇개와 UGV 등이 각국 군의 실제 전력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8기계화여단 등이 영국 로봇 얼라이언스가 제작한 ‘BAD.2’ 등을 참호와 건물 내부 정찰, 부비트랩 탐지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캄보디아와의 ‘골든드래곤’ 훈련에서 자동소총을 장착한 로봇개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월 리야드 국방전시회에서는 대전차 유도미사일 4기를 탑재한 전투로봇도 선보이며 무장 수준을 높이고 있다. 대만은 지난 6월 초 남중국해 원거리 초소 순찰용 로봇개를 공개했다. 중국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로봇개를 경계·감시 임무에 실전 배치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미국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이 공군·우주군 기지 경계, 해병대 수색 임무 등에 시험·운용되고 있다. 군사용 로봇은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각국이 실제로 조달하고 운용하는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이런 흐름에 힘입어 전 세계 군용 로봇 시장이 올해 200억∼280억 달러 안팎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 로봇 패권 경쟁 뛰어든 국내 기업들
국내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인 로봇 패권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아틀라스를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 대의 아틀라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이미 산업 현장이나 행사에서 순찰 또는 보안 담당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 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로봇 핵심 부품 기술을 내재화하고, 반도체·가전 등 제조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를 주요 거점으로 삼고, 경북 구미사업장에는 로봇 지능화와 제어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사업 기회 발굴부터 공급망, 제조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업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로봇 성능 고도화를 위해 서초구 양재 R&D캠퍼스에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사 홈로봇 ‘LG 클로이드’를 연내 최대 300대가량 데이터팩토리에 투입해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박상훈 기자, 최지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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