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택 보유세율과 과세표준이 출렁이는 나라에서 국민이 20년, 30년을 내다보는 주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처럼 부동산 거래세 부담이 큰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득세는 해당 연도에 발생한 현금 흐름에서 납부할 수 있지만, 소유주가 실거주하는 주택은 보유세를 납부할 현금 흐름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은퇴자나 소득이 줄어든 가구의 납세 능력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미실현 평가이익을 근거로 보유세를 올리면 소유자가 현재 거주하는 주택을 매도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보유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주택 소유자는 해당 주택이 위치한 지역의 지방정부로부터 도로·치안·소방·교육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문제는 세금의 예측 가능성이다. 주택 관련 세금이 집값 급등기나 정권 교체기마다 징벌적 수단으로 동원되고 다른 정권에서 완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납세자는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 예측이 어려운 선거에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1978년 주민투표로 도입된 ‘프로포지션 13’은 기본 재산세율을 과세가액의 1%로 제한하고, 소유권 이전이나 신축이 없는 한 과세가액의 연간 상승 폭도 원칙적으로 2% 이내로 묶었다. 따라서 시가가 같은 이웃집이라도 30년 전에 매입한 집과 최근에 매입한 집의 재산세는 크게 다를 수 있다. 형평성과 지방재정 측면에서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시장가격의 급등이 곧바로 장기 거주자에게 ‘세금 폭탄’으로 전가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주택 관련 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납세자가 향후 20년간 납부할 재산세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택과 관련된 거주 및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정권과 무관하게 세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과세표준 상승률에도 예측 가능한 상한을 두어야 한다. 둘째, 고령자와 저소득자는 보유세의 상당 부분을 주택의 매각이나 상속 시점까지 이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납부한 보유세를 일정 범위에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양도소득세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주택에서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의 다른 주택으로 이동하는 실수요자에게는 과세 이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또한, 취득가액을 물가상승률만큼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자연적인 인플레이션까지 불로소득으로 과세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토지·시멘트·철근·인건비 등이 수십 년에 걸쳐 상승한 결과를 단순히 불로소득이나 투기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기반이다(헌법 제14조). 국민이 주택 관련 세금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 하고, 수억 원의 양도소득세 때문에 이사조차 하기 어렵다면 국가의 조세제도가 국민의 주거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주택세제는 정권의 철학을 과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민이 평생에 걸친 주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기적인 사회계약이어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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