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기 워싱턴 특파원
이제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 예비경선이 한창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하원 다수당 탈환 가능성이 큰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큰 화제는 민주사회주의자(DSA)들의 약진이다. 이들은 15년 전 티파티가 공화당을 흔들었던 방식과 흡사하게 민주당 경선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뉴욕 등 민주당의 절대 우세 지역에서 선명한 공약과 풀뿌리 조직을 통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기득권 정치인을 무너뜨리는 전략으로 화제성 큰 신인 정치인을 워싱턴DC로 보내는 식이다. 적어도 5명 이상의 DSA 의원이 의회에 입성할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만약 민주·공화당의 의석수 차이가 이들 의원의 수보다 적을 경우 이들은 지금 공화당의 강경 우파 의원들처럼 의회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들의 약진에는 기성 민주당 정치인들의 무능과 위선이 있다. 민주당 주류는 기득권화됐다는 비판도 깔려 있다. 하지만 민주당계 싱크탱크 서드웨이는 ‘민주당 경선 유권자의 진실’ 보고서에서 조사에 응답한 민주당 유권자 66%가 지나치게 좌클릭된(Too far left) 후보를 공천할 경우 중도층을 이탈시켜 선거 패배를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경선의 특징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마가 후보는 패하고 온건 후보는 여유 있게 승리한다는 여러 조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콕 집은 ‘마가 후보’는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 후보를 경선에서 여유 있게 꺾었다. 대표적인 지역이 블루스테이트인 텍사스 상원의원 경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켄 팩스턴 주 검찰총장은 상대인 현역 존 코닌 의원을 무려 28%포인트 차로 꺾었다. 코닌 의원은 2002년부터 내리 상원의원을 네 차례 지낸 거물이자 초당적 총기규제법을 만들어 통과시킬 정도로 온건 성향으로 분류된다. 실제 경선에서 팩스턴이 승리하자마자 선거 분석 매체들은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구를 ‘공화당 우세(Likely R)’에서 ‘공화당 경합 우세(Lean R)’로 바꿨다.
두 세력 모두 충성심 높은 ‘당심’에 기대 외연 확장에 한계가 뚜렷한 ‘정체성 정치’의 덫에 걸려 있다. 싱크탱크 니스카넨센터는 ‘DSA는 티파티의 진보적 복사판’이라며 ‘티파티가 공화당을 극단주의의 늪으로 몰아넣은 것처럼 민주당의 본선 확장성을 갉아먹는 독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지지했던 후보들의 자질 문제가 불거지며, 상원 다수당 교체에 실패했던 2022년 중간선거의 참패 공식을 답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극화된 진영 정치에 희망을 보여준 인물은 팩스턴의 상대인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주 하원의원이다. 신학을 공부한 중학교 교사 출신인 그는 선명하기만 한 구호 대신 자유와 가족, 신앙이라는 보수의 키워드로 민주당의 가치를 설명해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51%로 48%의 팩스턴에게 앞섰다. 탈라리코의 정치는 승패를 떠나 ‘중도는 없다’는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당심이 최고’라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보유한 우리 정치권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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