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에 나이 서열따지니 불편”

골목 담벼락 그늘서 더위 견뎌

낮 최고기온 38도가 예보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낮 최고기온 38도가 예보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경로당은 불편해서 가기 싫어.”

서울 낮 최고기온이 37도로 예보된 3일 오전 9시 무더운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는 100여 명의 노인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경기 부천시에서 홀로 살고 있는 윤정자(여·79) 씨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너무 더워 집에 있기도 힘든데 여기는 그래도 그늘도 많고 물도 나눠 줘서 버틸 만하다. 에어컨이 있는 경로당으로 가라는 사람도 있지만 주변 대부분이 잘 가지 않는다”며 탑골공원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폭염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노인 상당수가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대신 인근 공원이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패스트푸드점 등을 전전하고 있었다. 대다수 노인은 경로당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데다 친한 주민들끼리 이미 안면을 트고 있어 새롭게 찾기 불편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탑골공원을 찾은 신모(70) 씨는 “경로당에 가면 아는 사람들끼리 형·동생 따지면서 서열이 생기는데 그런 게 싫다”며 “차라리 여기처럼 모르는 사람끼리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인근 패스트푸드점도 단골 ‘무더위 쉼터’였다. 콜라 한 잔을 시키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채모(86) 씨는 “집에 있으면 덥기만 하다”며 “여기에선 음료 한 잔만 시키면 1시간가량 앉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날 오후 대표적인 노인 거주 쪽방촌인 부산진구 범천2동 산복마을. 낮 최고기온이 34도 안팎까지 오른 폭염 속에서 상당수 노인이 골목길 담벼락 그늘에서 연신 부채질을 해 가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경로당이나 복지센터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기존 노인들이 텃세를 부리는 일이 벌어진다”며 “복지시설 등으로 노인들을 잘 유도하는 세심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김유정 기자, 이승륜 기자
김유진
김유정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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