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트레이드 종료… 다저스 ‘WS 3연패’ 향한 포석
오타니·스넬 등 선발진 막강
‘멀티 좌완’ 부비치도 데려와
막대한 자금으로 선수 싹쓸이
로버츠 감독 “반발은 늘 있어”
FOX스포츠 “악몽이 현실화”
AP통신 “공공의 적 더 굳혀”
WSJ “흠 잡을데 없는 악역”
“악의 제국이 있고, 그 위에 다저스가 있다.”
미국 FOX스포츠는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타릭 스쿠발(30)의 LA 다저스행을 다룬 기사 첫 문장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트레이드 시장은 4일 오전 7시(한국시간) 문을 닫았다. MLB닷컴에 따르면 마감일인 3일에만 총 42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애들리 러치먼이 보스턴 레드삭스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로비 레이와 루이스 아라에스가 각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동하는 등 대형 거래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이미 끝나 있었다. 최대어 스쿠발을 데려간 다저스가 시장의 주도권과 화제를 동시에 움켜쥐었다.
FOX스포츠 등 현지 언론은 스쿠발 트레이드 발표 뒤 일제히 날을 세웠다. FOX스포츠는 다저스를 ‘무자비한 메가팀’으로 규정하며 “야구계의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 기사 첫 문장에서는 “악의 제국이 있고, 그 위에 다저스가 있다”고 표현했다.
캐나다 스포츠넷은 “MLB의 새로운 악의 제국에 새로운 선수가 추가됐다”고 썼다. AP통신은 다저스가 스쿠발 영입으로 “야구계의 지배자이자 공공의 적 1호”라는 위치를 더욱 굳혔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다저스를 ‘흠잡을 데 없는 악역’으로 규정하며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자신들은 필요하지 않은데도 가져간다”고 비판했다.
‘악의 제국’은 원래 뉴욕 양키스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래리 루키노 당시 사장이 2002년 양키스가 쿠바 출신 투수 호세 콘트레라스를 영입하자 처음 사용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은 양키스의 행보를 비꼰 말이었다. 이제는 그 별명조차 다저스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쿠발은 2024년과 202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에도 디트로이트에서 16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 5패, 평균자책점 2.79를 남겼다. 96.2이닝 동안 삼진 116개를 잡았고, 최근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서는 6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2.04로 강했다. 2024년과 2025년에 이어 월드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는 다저스가 원했던 ‘10월의 1선발’이다. 다저스는 스쿠발이 없어도 강했다. 기존 선발진의 출루허용률과 피안타율은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이었고, 선발 평균자책점도 내셔널리그 3위였다. 여기에 스쿠발이 들어왔다. 부상 선수들이 모두 복귀한다는 전제에서 포스트시즌 선발진은 스쿠발을 시작으로 블레이크 스넬,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로 꾸릴 수 있다. 타선은 더 화려하다. 완전체를 기준으로 오타니와 무키 베츠가 테이블세터를 이루고 카일 터커, 프레디 프리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윌 스미스가 중심 타선에 포진한다. “올스타팀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평가가 과장이 아닌 선수 구성이다.
다저스의 트레이드 마감일 선수 쇼핑은 스쿠발에서 끝나지 않았다. 마감 당일에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왼손 투수 크리스 부비치(29)를 데려왔다. 부비치는 2025년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였고, 올 시즌에는 9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4.11을 유지 중이다. 현재 팔꿈치와 어깨 부상으로 60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올라 있지만 선발과 불펜을 모두 맡을 수 있다. 정상적으로 복귀하면 다저스가 활용할 수 있는 선발 자원은 저스틴 로블레스키와 에밋 시핸, 사사키 로키까지 최대 10명 안팎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포수 벤 로트베트(29)도 뉴욕 메츠에서 다시 영입했다. 로트베트는 수비형 포수. MLB 통산 227경기에서 9홈런과 52타점을 올렸지만, 수비엔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다저스에 돌릴 수 없다는 반론도 강하다. 스쿠발의 잔여 연봉(900만 달러)은 웬만한 구단이라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규모다. 다른 구단도 유망주를 모아 디트로이트를 설득할 수 있었다. 다저스는 규정을 어기거나 편법으로 선수를 빼앗지 않았다. 오랜 기간 스카우트와 육성에 투자해 구축한 유망주층을 거래에 활용했고, 사치세도 규정대로 내고 있다. 돈이 많아도 성적을 내지 못하는 구단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다저스의 성공을 단순히 자금력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우리를 향한 반발은 늘 있다”면서 “다른 팀은 할 수 없었던 일을 우리가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거래를 하려면 상대 팀이 원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며 구단의 선수 발굴과 육성 능력을 강조했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 역시 “우승 가능성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스타가 시장에 나오면 우리는 더 공격적으로 움직인다”고 밝혔다.
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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