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연임 개헌 논란

 

조정식 ‘연임 개헌론’ 파장… 공소취소-공소기각-연임개헌 3단계 ‘재판 지우기’ 의혹

李, ‘연임은 없다’ 얘기 안 해… 합법적으로 헌법 목적 뒤집는 ‘남용적 헌법주의’ 꿈꾸나

공소취소와 공소기각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의 ‘소멸전략’이고, 연임개헌은 재판의 시간표를 늦추는 ‘지연전략’이다. 공소취소·공소기각·연임개헌은 각각 다른 제도이지만, 모두 권력자가 듣고 싶어 하는 사이렌의 노래, 곧 ‘재판 없는 대통령직’이라는 유혹을 향해 수렴한다.

대통령의 재판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 제도적 출구가 권력 주변의 법률가와 대통령 멘토,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의 입을 통해 여권 내부에서 순차적으로 탐색되는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지만 이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

◇사실관계

조정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개헌 관련 질문을 받고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답변은 지난해 5월 25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기자간담회 때의 발언을 소환했다. 당시 간담회는 1시간 18분가량 진행됐고, 연임개헌 관련 답변은 31∼32분 사이에 꽤 길게 나온다.

“재임 중 대통령은 (연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쓰여 있습니다. 다만 이론적으로는 논란이 있죠. 헌법을 개정한다면 그 조항조차도 국민이 바꾼다는 뜻이기 때문에 개정 당시 국민의 뜻이라면 개정된 헌법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주의에 더 맞습니다. 과거의 국민이 현재 국민의 의사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는데, 국민의 의사는 현재 국민의 의사여야 합니다.…저는 어떤 입장이냐. 당연히 국민 뜻을 존중해야죠.”

대통령의 이 답변에는 서로 긴장하는 두 층위가 함께 들어 있었다. 즉 ①헌법 문언상 연임제가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했지만 ②현재의 국민이 새 헌법을 선택할 경우 그 뜻을 과거의 헌법이 제약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후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임개헌이 이뤄질 경우 자신에게도 그 효력이 미칠지 여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일이 없다.

조 의장이 대통령과 교감을 통해 연임개헌 관련 발언을 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것은 별도의 사실 입증이 필요한 문제이다. 다만 조 의장의 발언을 단순한 개인적 실언이나 대통령 뜻과 무관한 충성 발언으로만 처리하기에는,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들의 인식 사이에 분명한 논리적 연속성이 있다는 점이 종종 발견된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사진기자단

◇해석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헌법이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자기구속 장치, 즉 헌법 제128조 2항까지도 현재의 권력자가 주도하는 개헌을 통해 우회할 수 있는가.’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때 이에 대해 완전히 닫힌 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국민에 제약받지 않는 현재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는 말로 그 문을 살짝 열어놓았다. 이와 유사한 논리를 펴는 여권 인사들이 꽤 있다.

오랜 멘토인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2025년 9월 11일), 법률가인 조원철 법제처장은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법리적 가능성을 열어뒀다(2025년 10월 24일). 국무총리 시절 김민석 여당 당권 후보는 “5년은 너무 짧다”고 정치적 필요성을 제기했고(2025년 12월 20일), 이번엔 국회의장이 “주권자인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제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의 논리적 핵심은 같다.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해 현직 대통령의 연임 적용을 막는 헌법 제128조 2항의 문언과는 다른 헌법적 결단을 내린다면, 그것을 국민주권의 표현으로 보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조 의장이 독자적으로 새 논리를 창안해낸 게 아니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직접 제시했던 입장을 세심한 고려 없이 거친 방식으로 반복했을 뿐이다. 여권이 이를 ‘조정식 개인의 실언’으로 봉합하려는 것은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권력은 침묵 속에서 작동한다. 반복되는 측근들의 발언은 단발적인 말실수라기보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에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연임개헌론이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왜

이 대통령에게는 매우 분명하고도 간단한 해명 방법이 있다. ‘개헌되더라도 대통령 연임제는 나에게 적용되어서는 안 되며, 나 또한 적용을 시도하지 않겠다’라고 천명하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이 ‘연임은 없다’는 다섯 글자를 직접 선언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은 말이 없고, 여권 주변에서는 “국민의 뜻”이라는 메시지만 반복되는 형국이다. 대통령 측근들이 공유하는 인식은 연임개헌론이 공소취소와 공소기각 등과 함께 대통령 재판 지우기 수단으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공소취소.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검찰의 부당기소 문제점을 강조하면서 공소취소 메시지를 던졌다. 이것이 여당 주도의 공소취소 추진에 상당한 정치 동력을 제공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둘째, 공소기각. 민주당은 최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구체화하는 조항을 슬쩍 끼워 넣었다. 공소기각은 검찰(특검)에 의한 공소취소가 막힐 때 법원이 사용할 수 있는 대통령 재판 지우기를 위한 두 번째 출구다.

셋째, 연임개헌. 이는 앞의 두 수단과 성격은 다르지만, 시간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공소취소가 행정부·검찰 단계의 해결책이고 공소기각이 사법부 단계의 해결책이라면, 연임은 대통령의 시간을 벌어주는 세 번째 책략이다.

이 모든 시퀀스가 대통령 직접 지시의 결과라고 볼 증거는 없다. 하지만 권력은 한 장의 설계도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최고 권력자가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가 확인되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가능한 해법을 탐색한다. 카를 프리드리히가 말하는 ‘예상된 반응의 법칙’이다. 그 결과, 헌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헌법의 목적을 뒤집는 ‘남용적 헌법주의’가 싹튼다.

◇사이렌의 유혹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유혹을 견디기 위해 자신을 돛대에 묶었다. 5일 개봉된 영화 ‘오디세이’에도 이 대목이 나온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개정 헌법을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겠다고 직접 선언함으로써, 돛대(헌법 제128조 2항)에 더 단단히 몸을 묶는 것이다. 해외순방을 마치고 3일 귀국한 이 대통령은 아직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예상된 반응의 법칙’은 하위 행위자가 최고 권력자의 지시 없이도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상해 스스로 행동을 조정한다는 것. 독일계 미국 정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의 주장.

‘남용적 헌법주의’는 권력자가 개헌이나 국민투표 같은 합법적 절차를 통해 헌법의 민주적 목적을 뒤집는 것. 미국의 비교헌법학자 데이비드 랜도가 2013년 체계적으로 제시한 개념.

■ 세줄요약

사실관계: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현재의 국민이 새 헌법을 선택할 경우 그 뜻을 과거의 헌법이 제약할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냄. 이후론 연임개헌이 자신에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입장을 스스로 밝힌 일 없어.

해석: 본질적인 질문은 헌법 제128조 2항이 현재의 권력자가 주도하는 개헌으로 우회할 수 있는가 하는 것. 공소취소·공소기각·연임개헌은 권력자가 듣고 싶어 하는 사이렌의 노래, 곧 ‘재판 없는 대통령직’의 유혹임.

어떻게, 왜: 권력은 한 장의 설계도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 측근들이 국민의 뜻을 내세워 헌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헌법의 목적을 뒤집는 ‘남용적 헌법주의’가 싹트는 형국. 논란 속에서도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음.

허민 전임기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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