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 세제개편안의 부동산 부분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종합부동산세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일원화하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기간에만 연동시킨 것이 핵심이다.

주택을 재테크의 대상이 아니라 실거주 필수재로 보고, 과세의 무게중심을 보유에서 거주로 옮기겠다는 방향 자체는 경청할 만하다. 종부세를 주택 수가 아니라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 것도 담세력 원칙에 부합한다. 자산의 가치가 같으면 세 부담을 똑같이 지우는 것이 조세의 기본이다. 보유 주택 수를 기준으로 징벌적 세율을 매기던 기존 체계는 담세력과 무관한 차별이었는데, 이를 시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표방한 원칙과 실제 설계가 어긋난다는 데 있다. 이번 개편은 거주 중심을 내세우면서도 종부세 부담 상한을 전년 세액의 150%에서 200%로 올리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에서 70%로 높였으며, 초고가 주택의 세율은 사실상 2배가 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마저 2029년부터 보유가 아닌 거주 기간으로만 인정하고 공제 한도를 새로 씌웠다. 그 결과로 한곳에서 오래 살아온 1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까지 부담이 커진다. 보유와 거래, 어느 한쪽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지 않은 채 과세 대상만 넓힌 셈이다. 거주를 장려하려면 1세대 1주택 실거주자의 종부세 과세기준을 높이기보다 실거주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더 강화했어야 했다.

이번 개편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거주 중심 재편이 근로자의 이동성을 억누른다는 것이다. 근로자는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이사하고, 기업은 노동력이 모이는 곳에 자리 잡는다. 그런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기간에만 연동시키면, 직장을 옮기거나 더 나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애주기적 선택에 세금 페널티가 매겨진다. 여러 실증분석 결과가, 자가 보유와 거주 고착이 실업률과 정(+)의 관계에 있다는 영국 경제학자 앤드루 오즈월드의 가설을 지지한다. 거주를 상찬하고 이동을 벌하는 세제는 노동시장의 매칭 효율을 떨어뜨리고 인적자원의 지리적 배분을 왜곡할 수 있다. 다행히 취학·전근·질병 등 예외 조항을 뒀으나, 입증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방식이라 근본 해법이 못 된다. 또한, 해당·예외·단서 조항이 겹겹이 얽히면 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양도세 실무를 포기하는 세무사가 다시 나올 만큼 현장의 혼선이 심해진다.

이번 개편은 ‘거주는 선(善), 보유는 악(惡)’이라는 가치판단을 조세에 내장했다는 점에서 조세 중립성 원칙과 충돌한다. 세제는 특정한 생활양식을 상찬하는 도구가 아니라, 담세력에 따라 공정하게 부담을 지우는 장치여야 한다. 실거주 실수요자를 배려한다는 취지는 정당하나, 이동의 자유와 조세원리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돼선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보유세 강화는 전·월세로 전가되기 쉽고 양도세 강화는 매물 잠김을 부른다는 점이다.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와 대출 규제로 이미 위축된 시장에 2년 내 매도 압박까지 더해지면, 실효성 있는 공급은 막힌 채 부작용만 커진다.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임대주택 공급에 기여한다면 징벌적 과세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부가 새겨들어야 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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