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채 정치부 차장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 등에 대해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강성 당원들의 모습을 본다면 저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강성 당원은 2015년 말부터 도입된 온라인 당원 제도와 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시·도당에 팩스 발송 등을 거쳐야만 당원이 될 수 있었지만, 이때부터 휴대전화만 있으면 입당 원서를 낼 수 있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는 약 10만 명의 온라인 당원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은 이른바 ‘문꿀오소리(문재인+벌꿀오소리)’의 주축이 됐다. 당 대표 시절 국민의당 분당 사태를 겪으며 총선 공천권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문 전 대통령은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온라인 당원들의 위력은 2016년 8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문 전 대통령의 영입 인사였지만 총선에서 낙선했던 양향자 당시 광주서을 지역위원장(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재선의 유은혜 의원을 꺾고 전국여성위원장(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이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더블 스코어로 이긴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당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최고위원 선거 등 당내 선거에서는 정치 경력이 짧더라도 많은 SNS 팔로어와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리면 당선이 가능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강성 당원들의 ‘팬덤 정치’에 기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손가락혁명군(손가혁)’으로 불리던 기존 팬덤을 바탕으로 ‘0선’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고, 2022년 대선 패배 후 그의 팬덤은 ‘개딸(개혁의 딸)’로 확대 재편됐다. 당시 대선 직후 가입한 당원은 약 14만 명 규모로 전해진다.
10년 전 20만여 명 수준이었던 민주당 권리당원은 이제 150만 명을 넘어섰다. 생소한 존재였던 온라인 당원들은 민주당을, 나아가 국가를 쥐고 흔들고 있다. 이번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 대표적 사례다. 전당대회에서 150만 명 중 절반 정도가 투표하고, 그중 과반을 확보하려면 38만∼40만 표를 얻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숫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완수사권 존치 입장을 내서는 안 됐다. 전체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지만, 당내 선거에서 수십만 표를 얻기 위해 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속도전으로 치러야 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반대한 것 같지만, 결국 강성 당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정치학자 박상훈이 2023년 펴낸 ‘혐오하는 민주주의’는 대통령도 강성 당원을 당해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는 팬덤 정치에 대해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전직·현직·차기 대통령들의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대통령과 그 후보감을 두고 몰려들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떴다방’처럼 변하고, 팬덤 리더도 언제 버림받을지 지옥문 앞을 서성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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