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전쟁 전후 일본의 여러 의과대학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환자들에게 오래 보존한 혈액이나 혈액형이 다른 피, 말·소 등 동물의 혈액을 주입하는 비윤리적 인체 실험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실험 과정에서 9세 어린이 등 사망자도 나왔다.
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교토부립의대와 규슈제국대(현 규슈대), 구마모토의대(현 구마모토대) 등은 중일전쟁 전후 환자를 대상으로 채혈한 지 오래된 보존혈과 혈액형이 다른 이형혈, 말·소·염소 등의 동물 혈액인 이종혈을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교도통신은 전쟁과 의학 문제를 연구하는 요시나카 다케시 교토대 의학부 임상교수와 함께 당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분석해 이를 확인했다.
사망 사례도 여럿이었다. 구마모토의대에서는 뇌 수술을 받은 남성에게 말의 혈액을 수혈했고 그는 이후 숨졌다. 골수염을 앓던 9세 남자아이에게는 21일간 보존된 혈장을 주입했는데 아이는 직후 사망했다. 일본 대학 연구자가 중국 난징의 한 병원에서 말의 보존혈을 환자에게 주입한 사례에서도 사망자가 1명 발생했다. 교토부립의대에서는 건조한 혈액을 환자 몸에 주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런 실험은 혈액 확보가 어려운 전장에서 부상병을 치료할 수혈 방법을 찾으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요시나카 교수는 “치료법 개발이라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장기간 보존한 혈액이나 동물 혈액을 전장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실험으로 보인다”며 “전쟁 수행에 협력하는 과정에서 비윤리적 인체 실험에 대한 심리적·윤리적 장벽이 낮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군이 직접 유사한 실험을 반복한 기록도 확인됐다. 지난 6월 공개된 일본 육군 군의 조직 자료에는 1938년 가을 실험 대상자 23명에게 말·양·개 등의 혈액을 주입한 내용이 담겼다. 닭의 피를 주입해 적혈구가 사람 몸속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 관찰하는 실험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에는 이들이 ‘환자’로 표기됐으나 신원이나 실제 수혈이 필요한 상태였는지는 명시되지 않았고, 실험 장소도 빠져 있어 중국 현지에서 민간인이나 포로를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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