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 언론 인터뷰에 대한 반론

‘순혈주의’ 등 정치사회적 언어로 수십 년 축적된 장교양성체계 재단 안돼​

군사교육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개혁의 장애물처럼 바라본다면 본말전도

학교 합친다고 카르텔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단세포적 접근

통합교육이 카르텔·쿠데타 막는단 보장 없다. 작은 학맥을 더 큰 단일 학맥으로

대통령의 ‘쿠데타의 사관학교 책임론’에 억지로 맞추느라, 설득력 없는 명분 끌어들여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방위와 국민의 안위 명심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모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한 육사의 ‘순혈주의·카르텔·쿠데타’로 인해 사관학교를 없애고 통합사관학교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 대령이 이에 대한 반론을 폈다.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모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한 육사의 ‘순혈주의·카르텔·쿠데타’로 인해 사관학교를 없애고 통합사관학교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 대령이 이에 대한 반론을 폈다.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12일자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의 또 다른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각 사관학교가 “순혈주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국군사관학교를 통해 순혈주의와 카르텔 형성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사관학교 체제의 순혈주의와 생도 때부터 형성되는 파벌 문화를 깨지 않고서는 군 개혁도, ‘4차 쿠데타’ 방지도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했다.

놀라운 발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세운 사관학교 통합의 주된 명분은 미래전 대비, 합동성 강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효율화였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육사의 쿠데타 책임론’을 언급한 데 이어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까지 ‘순혈주의와 카르텔 해체’, ‘4차 쿠데타 방지’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관학교 통합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 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군사관학교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안보교수.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조병설 예비역 육군 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군사관학교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안보교수.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군의 정체성과 전통이 ‘순혈주의’인가​

무엇보다 군의 정체성과 전통을 ‘순혈주의’나 ‘카르텔’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육군·해군·공군은 임무와 전장이 다르다. 육군은 지상전을, 해군은 해양전을, 공군은 항공·우주전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각 군이 독자적인 교육체계와 문화, 전통을 발전시킨 것은 폐쇄적인 집단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전장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사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사관학교의 교훈과 교가, 제복, 명예제도, 선후배 문화와 동문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단순한 학연이 아니라 장교에게 명예와 책임, 군인정신과 소속감을 심어주는 군사문화의 일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전통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적 이익이나 인사상의 특혜를 위해 이용하는 행위다. 잘못된 인사와 파벌이 있다면 인사제도와 지휘문화를 개혁하면 된다. 병든 가지를 치료해야지 나무의 뿌리까지 뽑아서는 안 된다.

카르텔을 없앤다며 더 큰 카르텔을 만드는가

‘카르텔’을 없애기 위해 학교를 통합한다는 논리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각각 존재하기 때문에 출신 집단 역시 세 학교로 분산돼 있다. 그런데 세 학교를 하나의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면 매년 모든 군의 핵심 장교들이 한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고 하나의 기수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육사 ○기’, ‘해사 ○기’, ‘공사 ○기’라는 세 개의 네트워크 대신 ‘국군사관학교 ○기’라는 더 크고 강력한 단일 학맥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카르텔의 본질은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가 아니다. 출신과 인맥을 인사와 보직에 부당하게 이용하는 조직문화와 인사제도가 문제다. 이를 그대로 둔 채 학교만 합친다고 카르텔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세포적인 접근이다.

태국의 경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국은 1958년부터 육·해·공군과 경찰의 장교 후보생을 하나의 예비사관학교에서 함께 교육해 왔다. 그러나 이때 형성된 기수 인맥은 군·경찰을 가로지르는 강력한 파벌의 한 요인으로 지적돼 왔고, 쿠데타도 반복됐다. 통합교육이 카르텔과 쿠데타를 막는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작은 학맥을 더 큰 단일 학맥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태국 사례가 입증한다.

5·16, 12·12, 12·3 비상계엄 어느 사건도 사관학교가 분리왜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5·16, 12·12, 12·3 비상계엄 어느 사건도 사관학교가 분리왜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쿠데타는 사관학교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쿠데타 방지를 사관학교 통합의 근거로 삼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쿠데타는 학교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서 특정한 권력자와 지휘관들이 내리는 정치적 선택이다. 과거 일부 육사 출신 장교들이 쿠데타에 참여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오늘의 육사와 생도들에게 집단적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김 실장 스스로 인터뷰에서 쿠데타는 특정 파벌들이 입신양명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실행한 것이며 대다수 육사 생도들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오히려 명확하다.

책임져야 할 대상은 쿠데타에 가담한 개인과 정치군인 문화이지 육군사관학교라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원인과 처방이 서로 맞지 않는다.

쿠데타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관학교를 없애거나 통합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해 국정을 안정시키고, 군인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며, 위법한 명령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교육적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장교들이 헌법적 가치와 군인윤리를 철저하게 체화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합동성은 전문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생도 때부터 함께 교육해야 합동성이 생긴다’는 주장도 군의 실제 운용체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합동성이란 육·해·공군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전력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능력이다. 합동작전이 가능하려면 먼저 지상전 전문가, 해양전 전문가, 항공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전문성이 없는 합동성은 존재할 수 없다.

초급장교 시절에는 오히려 자기 군과 병과에 대한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육군 소대장과 중대장에게 필요한 능력, 함정을 지휘하는 해군 장교에게 필요한 능력, 항공작전을 수행하는 공군 장교에게 필요한 능력은 크게 다르다.

장교가 성장해 영관급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합동·연합작전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미래전 대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관학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행 교육체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사관학교 단계부터 합동성 기초교육과 상호 교환교육을 확대하고, 드론·AI(인공지능)·사이버·우주·전자전 등 미래전 교육을 대폭 강화하면 된다. 이후 위관급에서는 군별·병과별 전문성을 심화하고, 영관급 이후 합동·연합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사관학교를 통합한다고 쿠데타가 예방되는 근거가 없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면 통합사관학교에서도 반복된다는 설명도.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사관학교를 통합한다고 쿠데타가 예방되는 근거가 없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면 통합사관학교에서도 반복된다는 설명도.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군사 전문성은 3학년부터 배우는 ‘전공’이 아니다

김 실장은 1·2학년을 군 구분 없이 교육하고 3·4학년부터 군별 특성화 교육을 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성은 일반대학에서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해 몇 과목을 더 듣는 것과는 다르다.

해군 장교에게 바다는 교실이고, 공군 장교에게 비행장과 항공작전 환경은 교육의 일부이며, 육군 장교에게 야전과 지상전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군별 전문성은 전공과목 몇 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 훈련, 생활환경, 제복과 의식, 지휘체계와 조직문화 속에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다.

따라서 군별 전문교육과 군인으로서의 정체성 형성은 4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3조원을 들이는 것이 과연 ‘교육 효율화’인가

교육 효율성 논리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실장은 기존 세 학교를 각각 운영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하면서도 새로운 국군사관학교 건설에 3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육·해·공군에는 오랜 기간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교육시설과 훈련장, 교수진, 교육체계가 있다. 이를 활용하면서 공통교육과 교환교육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기존 학교를 없애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새로운 학교를 건설하는 것이 과연 ‘효율화’인지 의문이다.

기존 체제를 개선하는 방안과 3조원 이상을 들여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방안 가운데 어느 쪽이 국가안보와 교육 효과 측면에서 우월한지 객관적인 비용·효과 분석부터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군사학교에서 ‘군사적인 생각’을 경계한다니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김 실장이 “기존 사관학교 교육을 받았거나 군사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창의적인 학사 일정을 만들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이다.

사관학교는 일반대학이 아니다. 국가가 전쟁에 대비해 전문 직업군인을 양성하는 군사교육기관이다.

물론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민간 교수와 첨단과학기술 전문가의 참여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군사교육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오히려 개혁의 장애물처럼 바라본다면 본말이 전도된다.

군사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교에서 ‘군사적인 생각’을 경계한다면 도대체 어떤 장교를 양성하겠다는 것인가.

미래전일수록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

미래전은 군별 경계를 없애는 전쟁이 아니다. 오히려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성을 더욱 고도화하고 이를 하나의 지휘통제체계로 연결하는 전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더라도 드론과 AI가 등장했다고 보병·포병·기갑·방공·항공전력의 전문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첨단기술과 기존 전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수록 각 분야의 전문성과 이를 결합하는 합동성은 함께 강화돼야 한다. 그러므로 미래전의 해답은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통합이 아니라 ‘강한 전문성 위의 강한 합동성’이어야 한다.

고쳐야 할 것은 사관학교가 아니라 잘못된 제도와 문화다

국방개혁은 필요하다. 사관학교도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폐쇄적인 인사문화가 있다면 없애야 한다. 잘못된 학연과 파벌이 있다면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합동교육도 강화해야 하고 민간 전문가의 참여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폐교해 하나의 학교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관학교 통합을 주장하려면 먼저 통합이 군의 전문성과 전투력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군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순혈주의’, ‘카르텔’, ‘쿠데타’라는 정치사회적 언어로 수십 년간 축적된 장교 양성체계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폐쇄적 카르텔이 문제라면 없애되, 동문 공동체의 긍정적 기능은 살려라. 잘못된 인사가 문제라면 인사제도를 고쳐라. 쿠데타가 문제라면 정치군인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라. 그것이 개혁이다.

군의 잘못된 문화를 개혁하는 것과 군의 뿌리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없애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국가안보의 백년대계인 장교 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정치적 명분이나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냉철한 군사적 필요성과 충분한 검증이 먼저여야 한다.

국방부는 대통령의 편협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쿠데타의 사관학교 책임론’에 억지로 맞추느라, 설득력 없는 명분을 이리저리 끌어와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방위와 국민의 안위다. 이제라도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본연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직언해야 한다. 충무공처럼, 안중근처럼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 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군사관학교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안보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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