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결과에 재상고하기로 한 것은 9440억 원에 이르는 분할 금액이 지나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루 1억3000만 원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일단 피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결과를 법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최 회장 보유 SK㈜ 지분의 종잣돈이 됐다고 본 2심 판단에 대해 “불법 원인 급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 측 분할 비율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파기환송심에서 정해진 몫은 33.3%로 항소심(35%)보다 2%포인트(p)도 줄지 않았다.
이혼 확정 이후 SK㈜ 주가 상승분을 분할 비율에 참작한 판단을 두고도 변동성이 큰 주가를 반영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SK실트론 지분이 분할 대상에 포함된 점도 쟁점이다.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LG그룹에서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한 것은 2017년으로,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된 시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 주장이다. 법원이 이 지분 가치를 7500억 원으로 평가한 데 대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입장이다.
현금 마련의 어려움도 배경으로 꼽힌다. SK㈜ 주식을 매각하려 해도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에 따라 최소 거래일 30일 전에 계획을 공시해야 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SK실트론 지분을 팔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세금을 내면 확보 가능한 자금은 크게 줄어든다. 최 회장은 오는 15일 0시부로 944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 연 5%, 하루 1억3000만원 상당의 지연이자를 물어야 하지만, 재상고하면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일단 이자 지급을 미룰 수 있다.
그룹 경영 안정성과 증시 영향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1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마련하려면 SK실트론뿐 아니라 지주사 SK㈜ 지분 매각까지 배제할 수 없어, 경영권과 주식시장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재계에서 나왔다. 최 회장 측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노 관장 측에 일부 주식 지급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 회장 측으로서는 법률적 판단을 다시 받는 동시에 재원 마련 시간도 확보하게 된 셈”이라면서도 “소송 리스크 장기화와 경영 불확실성 지속이라는 부담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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