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오른쪽)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산업부 제공
여한구(오른쪽)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산업부 제공

한·미 관세 협상에 참여했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경질됐다. 대미 통상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실무 협상의 핵심 사령탑을 직권면직 형태로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경을 둘러싸고 한미 통상협상 결과에 대한 문책 가능성, 협상 전략 변화 가능성 등 여러 해석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15일 “여 본부장이 직권면직됐다”며 “전날 청와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권자의 결정이라 구체적인 배경은 알지 못한다”며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 쿠팡 이슈 등 대미 통상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한·미 통상 협상의 실무 책임자가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배경과 향후 협상 기조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미 관세 합의 후속 협상과 대미 투자 사업 선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미국이 추가 관세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상황이다. 여 본부장은 지난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응하는 등 대미 협상의 실무 창구 역할을 해왔다.

청와대는 미국 정부의 대미 투자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3일 산업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정부에 대미 투자 이행이 지연될 경우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율 15%보다 관세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합의한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에 강제노동 관세 12.5%를 부과한 데 이어 ‘과잉생산’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국가별 관세율이 공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미 투자 사업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 측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탄소 포집 등을 후보 사업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협의를 진행한 뒤 “8월 말, 9월 중” 사업을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투자 규모만을 기준으로 사업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사업성 등 ‘상업적 합리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욱 기자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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