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포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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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타워의 엘리베이터에 갇힌 6명이 유리창 청소용 밀대 ‘스퀴지(squeegee)’ 하나를 이용해 벽을 뚫고 극적으로 탈출했던 사연이 25년 만에 다시 조명됐다. 이들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지 불과 5분 뒤 북쪽 타워가 붕괴하면서 목숨을 건졌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오는 21일 9·11 생존자들과 당시 이들을 도운 사람들의 재회를 담은 3부작 다큐멘터리 ‘9/11 Reunited’를 공개할 예정이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46분 알카에다 테러범들이 납치한 아메리칸항공 11편이 WTC 북쪽 타워에 충돌할 당시 6명의 남성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첫 정차 층인 67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여객기가 건물을 들이받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승강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승객 중 한 명이 비상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약 15개 층을 곤두박질친 뒤 50층 부근에서 멈췄다.

곧 화학물질 냄새가 나는 짙은 흰 연기가 엘리베이터 내부로 밀려들었다. 하지만 창문 청소부와 뉴욕·뉴저지항만청 관계자 2명 등이 포함된 6명은 힘을 합쳐 탈출 방법을 찾았다.

우선 손으로 고장 난 엘리베이터의 금속문을 강제로 열었다. 그러나 문 너머에는 출구가 없었다. 이들을 가로막은 것은 ‘50’이라는 숫자가 적힌 벽이었다.

이때 WTC에서 창문 청소원으로 일하던 폴란드 이민자 얀 뎀추르(Jan Demczur)가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발밑에 있던 청소용 양동이에서 황동으로 된 스퀴지를 꺼냈다. 평소 유리창의 물기를 닦아내는 데 사용하는 도구였다. 뎀추르는 스퀴지의 금속 부분으로 석고보드 벽을 원을 그리듯 계속 찍어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가세해 주먹으로 벽을 치고 발로 걷어찼다. 이후 마침내 성인 한 명이 기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6명은 차례로 구멍을 통과했고, 벽 반대편의 남자 화장실로 빠져나왔다. 그곳에서 만난 소방관들은 이들에게 즉시 건물에서 탈출하라고 재촉했다.

이들은 곧바로 50개 층의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오전 10시23분, 6명은 마침내 북쪽 타워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불과 5분 뒤인 오전 10시28분 북쪽 타워가 완전히 붕괴했다.

뉴욕포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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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추르는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당시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존 팩코스키와 조지 피닉스를 다시 만났다. 세 사람은 맨해튼의 한 술집에서 재회해 서로를 끌어안았다. 팩코스키와 피닉스는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뎀추르에게 감사를 전했다.

당시 뉴욕·뉴저지항만청 운영담당 부국장으로 WTC 67층에서 근무했던 팩코스키는 “오랜 세월이 지나 얀과 조지를 다시 보니 그날의 비극과 희생된 모든 사람에 대한 슬픔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했던 인간적인 순간도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리고 삶을 최대한 충실하게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 세 명은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9·11 테러 생존자 14명 가운데 일부다. 9·11 테러로 모두 2977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큐멘터리에는 당시 두 번째 항공기의 충돌로 떨어진 잔해에 맞아 크게 다친 데버라 세인트 존의 사연도 등장한다. 그는 당시 아수라장이 된 거리에서 자신에게 응급처치를 해주고 구급차까지 세워준 생면부지의 남성 스테판 호를라허와 다시 만났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줄리언 존스 감독은 “생존자들과 접촉하면서 많은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25년 만의 재회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메시지를 전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자신의 과거와 마주할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임대환

임대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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