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녹지냐 택지냐… ‘용산공원 주택공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주에 이어 26일 다시 만나 용산공원을 비롯한 서울 내 주택공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23일 서울 용산공원 일대 모습.  그래픽=송재우 기자·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주에 이어 26일 다시 만나 용산공원을 비롯한 서울 내 주택공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23일 서울 용산공원 일대 모습. 그래픽=송재우 기자·연합뉴스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과거 주한미군 기지였던 용산공원은 집값이 급등할 때마다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역대 정부와 서울시는 공원 본체 부지는 최대한 보전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급등하자 정부는 이미 훼손된 일부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사업 기간이 길어 단기적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은 미래를 위한 국가공원으로 보존해야 하며, 주택 공급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2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배경과 쟁점, 찬반 논리를 10문 10답으로 정리했다.

◇ 찬성

정부 “서울 중심 입지적 장점

소형·고밀 개발, 2만가구 예상”

 

녹지기능 상실 일부지역만 개발

어린이공원 등 녹지 아닌 곳은

주택공급·공원 조성 병행 가능

1. 정부의 용산공원 개발 추진 이유는

정부가 용산공원 일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택지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 중심지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려 해도 신규 택지로 개발할 만한 유휴부지가 사실상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전체 면적이 약 300만㎡에 달하는 용산공원 가운데 이미 시설물이 들어서 있거나 녹지 기능을 상실한 일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외곽이 아닌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해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줄이고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신호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2. 정부의 용산 개발 계획은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단지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축물이나 군 시설이 들어선 일부 부지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후보지로는 용산어린이정원과 장교숙소, 옛 방위사업청 부지, 군인아파트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이들 부지가 현재 녹지로 조성되지 않은 만큼 주택 공급과 공원 조성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원 본체 부지 조성지구에 포함된 옛 방사청 부지 등을 개발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3. 몇 가구나 공급 가능한가

용산공원에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은 개발 대상 부지와 주택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약 30만㎡ 규모의 용산어린이정원만 개발하면 일반 아파트 기준 5000∼1만 가구, 전용면적 39㎡ 안팎의 청년 임대주택을 용적률 500∼600%로 고밀 개발하면 최대 2만 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정부가 함께 검토하는 옛 방사청 부지 약 9만5000㎡, 군인아파트 부지 약 4만5000㎡, 장교숙소 5단지 약 4만9000㎡를 합치면 약 19만㎡를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 옛 방사청 부지 약 3200가구, 군인아파트 부지 약 1500가구, 장교숙소 부지 약 1600가구 등 63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부지와 공급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4. 녹지 훼손 우려에 대한 정부 입장은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가 아니라 이미 녹지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훼손된 지역 일부를 택지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으로 녹지 훼손 프레임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공원 내 공공주택은 청년·신혼부부용 주택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규모가 작은 주택을 고밀도로 건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정부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내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상지나 물량, 추진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유력 후보지로는 공원 전체 부지의 약 10%에 해당하는 어린이정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소형 고밀 개발 방식을 적용할 경우 최대 2만 가구 공급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5. 용산 개발 시 이점은

정부가 용산공원에 일부나마 주택을 공급할 경우 정부가 공급 타깃으로 삼은 청년·신혼부부의 입주 선호도도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용산공원에 조성될 공공주택은 서울 도심 중심지라는 입지적 장점, 용산공원의 녹지를 누릴 수 있다는 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인근에 조성되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의 연계성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닌 택지지구로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용산역의 1호선과 경의중앙선, KTX를 비롯해 인근 신용산역의 4호선과 더불어 향후 추가될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B 등 교통 편의성도 좋다.

특히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이어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용산에 새로운 주택이 공급되면 서울 중심지의 집값 급등을 일부나마 완화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 반대

서울시 “용산공원 개발보다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속도 높여야

캠프킴 등 주변 유휴부지 활용을”

 

독일·홍콩서도 주민 반발에 막혀

군사시설 토양 정화만 수 년 소요

6. 서울시가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이유는

서울시는 지난 22일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용산공원은 단순한 유휴 부지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시민의 삶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할 소중한 국가 자산”이라며 공원 보존을 강조했다. 또 “국민의 여가·휴식과 자연생태 공간으로 조성하도록 한 것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의 기본 취지”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개발이 향후 추가 개발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대신 캠프킴, 이태원 국군재정관리단, 외교부 주차장, 후암동 한국은행 숙소 등 공원 주변 유휴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서울의 주택난 해소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7. 주택난에도 공원 개발을 막은 해외 사례는

해외 주요 도시들도 심각한 주택난을 겪었지만, 도시 녹지의 공공적 가치를 고려해 공원 개발에 제동을 건 사례가 있다. 홍콩 정부는 2017년 타이람(大欖)·마온산(馬鞍山) 컨트리파크 가장자리 약 20만㎡씩을 활용해 공공임대·노인주택을 공급하려 했지만,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일부 개발이 다른 보존구역 개발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으며,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개발 찬성은 28%에 그쳤다.

독일 베를린도 2011년 템펠호프 공원에 약 4700가구를 짓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시민들이 ‘100% 템펠호프’ 운동으로 맞섰다. 당시 베를린도 월세 급등과 극심한 주택 부족을 겪었다. 하지만 2014년 주민투표에서 64.3%가 개발에 반대하면서 공원 개발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8. 토양오염 정화 문제도 논란으로

용산공원 부지는 100년 넘게 일본군과 미군의 군사시설로 사용된 만큼 주택 건설에 앞서 토양·지하수 오염 조사와 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캠프킴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20년 주택 공급 부지로 선정됐지만 같은 해 12월 반환 이후 5년 넘게 정화 절차가 이어져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이 지역 주변 지하수에서는 유류 오염물질인 유계총탄화수소(TPH)가 정화 기준의 31배 검출되기도 했다.

9.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해도 되나

용산공원 개발에 반대하는 측은 주택 공급에 앞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용산공원은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부지로, 그동안 공원 본체를 최대한 보전한다는 원칙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을 넘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기존 정책 기조와 특별법 취지가 흔들린다는 논란이 나온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서울시·용산구·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와 공론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도 집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며 공원 보존을 요구하고 있다.

10. 서울의 미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용산공원 개발이 단기적인 주택 공급보다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약 300만㎡에 달하는 용산공원은 서울 도심의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녹지로, 한번 개발되면 원상회복이 어렵고 같은 규모의 공원을 새로 조성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등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처럼 대도시 경쟁력은 대규모 녹지에서 나온다”며 용산공원을 단기 주택 공급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 자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혁 기자, 박준희 기자, 전세원 기자, 조언 기자, 이재희 기자
구혁
박준희
전세원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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