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봉법 시행지침 발표 앞둬
당국, 경총 등 방문해 의견수렴
경영판단 쟁의기준 구체화 나서
勞, 호남반도체 교섭의제 예고
정부는 메가 프로젝트 속도전
목소리 높이는 勞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시킨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의 고용노동부 시행지침 발표를 앞두고 산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시행지침은 쟁의 대상인 경영판단의 기준을 구체화해 산업계 혼란을 해소한다는 차원이지만, 법적 강제성과 구속력이 없는 데다 정부가 앞서 발표했던 해석지침과 같이 모호성을 남길 경우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 기준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이미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등 주요 산업 현장에는 소모적 노사 갈등과 충돌이 예고된 상황이다. 재계와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 시행지침에 ‘신규투자 등 경영 판단 사항은 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을 막기 위한 보완 입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1일 노동계 및 산업계에 따르면 고용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방문해 시행지침에 대한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방문해 설명회를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2월 해석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로 시행지침 제정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쟁의 대상에 대한 노사 이견이 큰 탓이다.
이는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라는 넓고 불확정적인 개념을 새로 포함시키며 촉발됐다. 쟁의 대상을 좁게 한정하는 미국·영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배치돼 현장 혼란성이 커진다. 이를 의식해 고용부는 2월 24일 해석지침을 통해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 전환 등”이라고 단체 교섭 대상이 되는 사업경영상 결정 조건을 제시했지만, 산업 현장의 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지난 7월 13일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신규 투자에 반대한다는 조합원 설문내용과 함께, 인력 배치 문제를 내년도 단체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호남 반도체(투자)도 성과급도 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법 규정 자체가 모호해 회사가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계는 정부의 시행지침이 쟁의 행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는 우선 현행 해석지침에 ‘신규투자 등 경영 판단 사항은 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명시적인 문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발표될 시행지침에 신규투자와 배치전환 등 고도의 경영 판단 사항은 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기재해 현장의 소모적 논쟁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구조로는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도 발목이 잡힐 우려가 크다”며 “신규 투자, 인력 전환 배치 등 경영 판단 사항은 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지침에 명확히 넣어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한 “시행지침이라는 말로 상황만 모면하려 하지 말고 보완 입법을 통해 분쟁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손기은 기자, 김성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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