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AI 자율 살상 드론

 

러, 엔비디아 AI모듈 탑재 드론

우크라 주유소 타격해 3명 숨져

엔비디아 “제3국 통해 들어간듯”

 

사람과 무선 신호 주고받지 않아

직접 격추하는게 유일한 방어법

우크라·美도 자율살상기술 보유

 

北,러시아 드론기술 도입 가능성

韓은 자폭드론실험 두차례 실패

‘50만 드론전사’ 예산 330억 편성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무인 항공기(드론) 공습으로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들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불타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무인 항공기(드론) 공습으로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들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불타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표적을 골라 공격하는 자율 살상 무인 항공기(드론)를 실전에 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의 한 주유소를 공격한 러시아 드론을 분석한 결과, 미국 엔비디아의 민간용 AI 컴퓨터 모듈을 이용해 최종 표적을 스스로 식별하고 공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킬러 로봇’이 현실화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도 완전 자율형 AI 무기를 실전 시험하는 등 각국의 AI 무기 개발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의 자율 살상 드론은 기존 군사용 드론과 무엇이 다른지,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은 어느 수준인지, 북한 도입 가능성과 한국군의 대응 수준은 어떠한지 10문 10답으로 짚어본다.

1. 자포리자에서 발견된 러시아의 AI 자율 살상 드론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7월 6일 남동부 자포리자 소재 주유소의 프로판 탱크 시설을 타격한 러시아의 몰니야(Molniya) 드론이 인간의 개입 없이 표적을 선택해 타격하는 AI 자율 살상 드론이었다고 확인했다. 이 드론이 사람 조종 없이 스스로 목표를 골라 충돌·폭발하면서 19세 여대생을 포함해 민간인 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해당 드론 잔해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당 드론에는 외부와 통신할 수 있는 안테나가 부착되지 않은 대신 목표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엔비디아의 AI용 소형 컴퓨터 모듈 ‘젯슨 오린(Jetson Orin)’이 탑재돼 있었다. 해당 드론에는 목표물을 직접 추적하고 이동 경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형 이미지가 저장돼 있었고, 드론이 프로판 탱크 등 특정 유형의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하도록 프로그램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드론이 사전 설정된 대략적인 위치까지 이동한 다음 AI로 표적을 식별해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2. 드론에 탑재된 ‘젯슨 오린’이란

젯슨 오린은 엔비디아가 만든 ‘엣지’ AI용 소형 고성능 컴퓨터 모듈로, 원래는 학생·개발자·스타트업이 로봇·배달드론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민간용 상업 제품이다. 사람 대신 기계 안에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물체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행동하게 해주는 초소형 ‘AI 두뇌’인 셈이다. 문제는 이 민수용 부품이 러시아군 자율살상 드론에 그대로 흘러들어갔다는 점이다. NYT는 우크라이나 조사팀이 몰니야 드론의 잔해에서 이 젯슨 오린 모듈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사진 속 부품이 우리 젯슨 오린이 맞다”고 확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미 이 모듈을 러시아의 무기 4종(V2U 자폭드론, 샤헤드 MS001 개량형, S-71M 순항미사일, 몰니야)에서 반복적으로 발견했다.

3. 기존 군사용 드론의 AI와는 뭐가 다른가

자포리자에서 발견된 자율 살상 드론은 조종사 등 인간의 개입 없이 학습된 패턴만으로 스스로 판단해 적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기존 군사용 드론의 AI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최종 표적 선택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한다. 기존 1인칭 시점(FPV) 드론이나 대부분의 정찰·자폭 드론은 AI가 자동 항법이나 표적 식별 보조 역할을 하더라도 마지막 발사·격발 버튼은 사람이 눌렀지만, 이번에 확인된 드론은 인간 조종사의 개입 없이 스스로 비행하고 표적을 골라 3명의 민간인을 사망케 한 최초의 실전 사례로 기록됐다. ‘딥러닝 기반 패턴 인식’으로 표적을 스스로 식별한다는 점도 기존 군사용 드론 AI와 차이점이다. 이 드론은 사람이 정확한 표적을 지정하지 않아도 프로판 탱크로 추정되는 물체에 근접 후 스스로 골라 공격했다.

4. ‘자율 살상 드론’ 대응은 어떻게 하나

러시아가 사용한 자율 살상 드론의 특징 중 하나는 재밍(전파 방해)이나 가짜 GPS 좌표 주입 등 기존 소프트킬(Soft Kill) 방식을 활용한 방어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율 살상 드론의 경우 기존 AI 접목 드론과 달리 조종사와 무선 신호 자체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 기체에 통신 안테나가 탑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율 살상 드론 방어를 위해 현재로서는 탐지·추적 기술 고도화와 하드킬(Hard Kill·직접 격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우선 레이더로 날아오는 드론의 위치나 속도 등을 정확히 파악한 뒤 요격 드론을 발사하거나 대공포를 쏘는 등 물리력을 가해 직접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법이 모두 실패할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보병 부대가 샷건이나 소총 등을 직접 발사하는 수밖에 없다.

5. 엔비디아 제품이 어떻게 러시아 드론에 들어갔나

러시아의 자율 살상 드론에 탑재된 젯슨 오린 모듈은 재판매 업체 등 2차 유통망을 거쳐 우회적으로 러시아군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젯슨 오린이 “러시아에서는 판매되지 않으며 군사용으로 설계된 제품도 아니다”라면서도 “중고 젯슨 제품은 여러 재판매 경로를 통해 구할 수 있으며 제품이 판매된 이후에는 이를 추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반도체 등 품목의 대(對)러시아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정확히 어떤 경로로 수출 통제를 우회해 젯슨 오린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드론에서 발견된 엔비디아 칩 탑재 회로기판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표시가 찍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6. 다른 국가도 자율 살상 드론을 보유하고 있나

이번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공격에서 사용된 러시아 드론은 자율 살상 드론을 실전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된 첫 사례다. 다만 2020년 리비아 내전 당시 튀르키예산 ‘카르구-2’ 자폭드론이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 인간 조종 없이 병력을 스스로 추적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가 나온 적은 있다. 미국은 당연히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윤리적 차원에서 무력 사용 시 ‘적절한 수준의 인간 판단’을 유지하라고 국방부 지침으로 정해놨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사용하는 ‘라벤더’ 같은 AI 표적식별 시스템도 공격대상을 자동으로 골라내지만, 형식적이나마 인간이 최종 공격 승인을 하도록 제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운영하는 ‘OECD.AI’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월 자율판단형 드론 군집운용을 시연했다. 조종자 1명이 임무 개요만 설정하면 96개 드론이 상호 통신하며 자율적으로 목표물을 조준하고 공격한다. 다만 실전 배치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7. 러시아 자율 살상 드론이 북한에 도입될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게란-2 등 자폭드론을 매월 2000대 규모로 양산하고 있는 러시아는 관련 기술을 북한에 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러시아 파병 북한군 중 400여 명이 ‘드론 운용병’으로서 경험을 쌓고 있다고 전해졌다. 북한 노동자 1만2000여 명을 러시아 경제 특구인 알라부가에 파견할 계획이라는 첩보도 있다. 알라부가는 러시아 자폭용 드론의 핵심 생산지다. 실질적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하는 북한 드론 ‘금성’ 시리즈는 러시아산 ‘란셋(Lancet)’을 참고해 제작됐다. 란셋은 비교적 단순한 설계를 바탕으로 재래식 설비로도 양산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란셋 생산비용은 대당 약 5000만 원인 데 비해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은 한 발에 400만 달러(약 54억 원) 이상이다.

8.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드론의 파괴력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도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직접 타격할 정도로 강력하다. 우크라이나산 FP-1 장거리 자폭 드론은 60㎏가량의 폭발물을 싣고 최대 2100마일(약 3400㎞)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를 줄이면 최대 110㎏이 넘는 폭발물을 탑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드론 전력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의 정유시설과 군수공장, 물류시설 등 후방 핵심 시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올해 들어 드론으로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 등 목표물 100만 개 이상을 타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약 19만3500명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도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표적을 식별해 공격하는 완전 자율형 무기를 실전에서 시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NYT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등에서 완전 자율형 AI 시스템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9.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 드론은 얼마나 강력한가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천문학적 무기를 앞세운 미군에 맞서 저가 드론을 대량생산해 전장에 투입시키는 ‘비대칭 전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란의 가장 대표적인 자폭드론으로는 대당 가격이 약 2만 달러에 불과한 ‘샤헤드-136’이 있다. 이 같은 생산가격은 샤헤드-136을 요격하기 위해 사용되는 미군 패트리엇 미사일 한 발 가격의 200분의 1 수준이다. 탄두 중량은 최대 90㎏에 달하고, 최대 비행거리는 2500㎞ 수준이다. 자체적인 드론 대량생산 능력을 갖춘 이란은 샤헤드-136을 러시아에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 한국군의 드론 기술력 및 투자 수준은

한국군은 지난달 25일 국내 개발 중인 자폭용 드론의 해상 전투실험에 나섰지만 두 차례 발사 모두 실패했다. 마라도함 발사대에서 발진한 드론이 약 2㎞ 떨어진 무인 표적정을 타격하는 실험이었는데 첫 드론은 약 2초, 두 번째는 약 4초 만에 바다로 추락했다. 해당 드론 개발에는 대한항공·LIG·한화 등 국내 주요 방위산업 기업이 참여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사흘 뒤인 28일 추락 원인이 발사관 개폐문의 정렬 이상으로 추력(연료 분사 시 반작용으로 얻는 추진력) 편향에 따른 자세 불안정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군은 오는 2028년부터는 정찰 드론, 소형 자폭드론 등 전력화를 본격화하고 2030년까지 저가·소모성 드론 2만 대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산 ‘K-LUCAS’ 장거리 자폭드론 전력화도 2030년 이전 배치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50만 드론 전사’ 사업에는 올해 예산 330억 원이 편성됐다. 육군 주요 야전부대와 교육기관 등에 훈련용 상용 드론 1만1265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성윤정 기자, 박상훈 기자, 서종민 기자
성윤정
박상훈
서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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