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문화부 차장

9월 서울은 거대한 미술관이다. 국내외 수백 개 화랑이 참여하는 대형 아트페어(미술품 장터)가 열리고,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연중 가장 공들인 전시를 내놓는다. 세계 미술 관계자들과 수집가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라서다. SNS에 ‘올가을 꼭 봐야 할 전시’와 같은 콘텐츠가 넘치니, 미술관 오픈런을 주도하는 ‘전시 애호가’들의 마음도 분주해진다. 즉, ‘전시의 계절’이다. 아니 ‘인증샷의 계절’이 더 어울리려나. 유명한 그림을 찍은 사진, 혹은 그것을 보는 ‘나’를 찍은 사진이 온라인에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미술관’을 ‘인증샷 성지’로 바꿔 불러도 더는 조소도 아니다. 조명 좋은 벽과 사진 잘 나오는 각도에 초점을 맞춘 포토존 설계가 관람객을 줄 세우는 비결이 된 지도 이미 오래니까.

이 풍경을 일찌감치 예측한 건 역설적이게도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다. 지난해 세상을 뜬 현대 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5). 세계적인 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회장을 지낸 파는 관광과 소비, 일상의 욕망을 특유의 유머와 강렬한 색채로 포착해 다큐멘터리 사진의 지평을 넓혔다.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파의 회고전을 보면, 그는 ‘인증샷’에 유독 관심이 깊었다. 더 정확하게는 ‘인증샷을 욕망하는 사람들’. 관광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유명한 장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비슷한 풍경 속에서 어떻게든 자신만의 사진을 남기려는 이들 말이다. 특히, 파는 셀카봉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관광 사진의 양상이 급변한 2010년대 중·후반, 사진 한 장을 위해 위험까지 감수하는 사람들과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욕망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관찰했다. 그렇게 나온 대표작이 ‘죽음의 셀피’(Death by Selfie)다. 기억되고 싶고, 특별한 순간을 갖고 싶고, ‘내가 여기 있었다’고 남기고 싶은 마음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를 질문한 것이다.

미술관에서 마주한 ‘죽음의 셀피’는 서늘한 제목과 달리 따스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어느 다리 위에 선 두 남녀가 셀카봉에 달린 스마트폰을 향해 활짝 웃는다. 한때 우스꽝스럽고 생경했던 이 장면은 너무 흔해져 약간 심심했다. 그보다는 그의 사진 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이 한층 흥미로웠다. 파가 관광객을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는다. 작품 속 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찾고, 포즈를 잡고, 휴대전화를 들어 올린다. 파가 평생 관찰한 인간의 욕망이 그의 작품이 가득 찬 전시장 안에서 재현되고 있으니, 그가 회고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사실이 더욱 애석해진다. 파가 살아있다면 분명 카메라를 들고 전시장을 활보했을 텐데, 피라미드를 등진 단체 관광객을 찍던 그날처럼 파의 사진을 등진 관람객들을 렌즈에 담았을 텐데….

이제 파의 질문은 ‘인증샷의 계절’을 맞는 우리에게 온다. 무엇을 보고, 찍고, 남기고 싶은가. 그 욕망은 어떻게, 얼마나 커질까. 올가을 쏟아지는 전시에서 ‘파의 렌즈’로 그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작품 보고, 작품 앞 사람도 보고, 그 사이 ‘나’도 보는 것. 세상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전시는 바로 그것일지도. 그런 의미에서 ‘올가을 꼭 봐야 할 전시’ 첫 번째로 ‘마틴 파’를 추천한다.

박동미 문화부 차장
박동미 문화부 차장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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