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리 없이 열렬하며 아름다운 곳/죽은 사람들의 마음이 무더기인 곳/내 죽은 친구의 시집이 꽂혀 있는 곳/내 가장 가까운 누나의 시집이 꽂혀 있는 곳/꽂힌 것보다 빠진 자리가 안타까운 곳/꽃인 것보다 향기로운 허구가 있는 곳

- 고명재 ‘도서관’(시집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도서관이 없었다면 저는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편했던 저에게 도서관은 가장 마음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몰랐던 것을 새롭게 마주하게 만드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었으니까요. 스마트폰도 없었고, 하루 종일 학교에 묶여 있어야만 했던 그 시절, 도서관이 품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는 저에게 일상 너머의 세계를 꿈꿀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 꿈이 아니었다면 작가가 될 수 없었겠지요. 작가라면 누구나,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도서관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고명재 시인의 이 시 또한 도서관에 대한 깊은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소리 없이 열렬하며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은 매우 적확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의 정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마음이 거기 담겨야만 합니다. 책을 읽는 일은 고요함 속에서 거대한 열량을 집어삼키는 일과도 같은 것이지요. 또한, 거기에 담긴 그 수많은 시간을 헤아리는 일은 우리가 긴 시간을 건너뛰도록 합니다. “서가와 서가 사이를 잠시 걷기만 해도/수 세기를 단번에 건너뛸 수 있”도록 한다는 시인의 말은 말 그대로의 사실입니다. 도서관에 담긴 수많은 과거가 미래로 이어집니다. 책을 읽는 이들이 점차 줄어드는 요즘,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여전히 도서관에 있을 겁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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