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로 불리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일 돌연 퇴진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잇단 정책 난맥이 직접적 이유이겠지만, 더 근본적 문제는 이 대통령의 만기친람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 대통령 신임이 두터웠던 김 실장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소관 부서 장관은 뒷전인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국무회의와 부처 업무보고가 모두 생중계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지엽말단 문제까지 챙기는 경우가 많았다. 소소한 정책부터 공무원 인사권까지 청와대가 앞장서면 일반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8·30 개각 하루 만에 김 전 실장 사표가 수리된 것을 보면 이 대통령도 부동산·세제·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문제 등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하다. 김 전 실장이 관세 협상, 부동산, 증시, 호남 반도체 등 정책 전반을 주도하면서 내각의 존재감은 상실됐다. ‘2∼3년 안에 글로벌 시가 총액 3위 오른다. 내기하자’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반도체 초과 세수와 관련된 ‘국민 배당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정책에 대한 부처의 부정적 견해는 무시됐다고 한다.
참모의 역할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부처와 소통하고 조정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책 결정 및 발표를 사실상 독점하고 각 부처는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부처 자율성을 키우지 않으면 정책 혼선은 재현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무시한 정책기조도 전환해야 한다. 세제개편안,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 시스템과 기조 변화에 앞장서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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